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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당뇨병은 의사 한 사람이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 병이었다. 2019년 현재 미국인의 14%, 한국인의 10%가 당뇨병 환자이며, 미국인의 3분의 2가 비만 또는 과체중이다.
지난 10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설탕을 고발한다』 의 저자 게리 타우브스는 당뇨병, 비만, 암, 알츠하이머병, 고혈압 등 서구적 만성 질환의 공통 원인으로 설탕(자당과 액상과당)을 지목한다. 미국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인의 비만율은 6%에 불과하지만, 설탕 소비량이 크게 다르다. 2014년 미국에서 소비된 설탕은 1인당 연간 52kg, 한국에서 소비된 설탕은 1인당 연간 23.4kg이다. 1999년 미국에서는 1인당 연간 70kg의 설탕이 소비되었다.
〈사이언스〉, 〈디스커버〉, 〈애틀랜틱〉 기자로 일한 게리 타우브스는 과학 및 건강 분야의 탐사 전문 기자. 그는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자료와 치밀한 연구 조사를 통해 잘못된 상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이 인류의 안전한 삶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내놓는다.
이 책을 번역한 강병철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벤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는 그는 『설탕을 고발한다』 를 한국 독자들이 꼭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
『설탕을 고발한다』 번역 작업을 ‘각별하게’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병원을 할 때 급속히 살이 찌는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음식 섭취량, 운동량을 계산해가며 자연스럽게 살을 뺄 수 있도록 유도했는데 도무지 진척이 없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는 하루에 콜라를 페트병으로 반 정도, 과자와 함께 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음식 섭취량을 조사할 때는 부모도, 아이도 콜라와 과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밥도 아니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과자와 청량음료가 어린이 비만의 주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공부를 해보니 설탕이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서도 비만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심이 들더군요.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암과도 연관된다는 보고가 많지요.
대부분 비만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진행하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1년에 2kg씩 체중이 늘어 10년 만에 20kg이 느는 식입니다. 1년에 2kg이면 칼로리로는 약 15,000 kcal가 되는데, 이건 하루에 약 40칼로리에 불과합니다. 설탕으로 환산하면 10g, 즉 3티스푼 정도 됩니다. 그런데 콜라 한 캔 속에는 설탕이 약 40g 정도 들어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하듯이 단기간 음식 조절을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살을 빼거나 빠진 체중을 유지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요. 예컨대 매일 마시는 청량음료 대신 물을 마신다든지, 라테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살이 빠집니다. 이런 생각의 중심에 설탕이 있는 거고요. 지금 저는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일하고 있으니 그런 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게리 타우브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사실 10년 전쯤 『굿 칼로리, 배드 칼로리』 가 나왔을 때 그 책을 읽고 아는 출판사 대표님께 번역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요. 이 사람이 그 뒤로도 계속 책을 내서 결국 3부작을 완성했습니다. 그때마다 상당히 인상적으로 읽었고, 서구에서는 적지 않은 화제가 되었지요. 그래서 알마 측에 나머지 두 권을 번역해서 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설탕에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중독성에 관해 알기 쉽게, 소개해주세요. 설탕은 어떤 성분 때문에 중독성이 있는 건가요?
신생아실에서 일할 때 주사를 맞으면서 아이들이 몹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적이 있습니다. 진통제를 함부로 줄 수는 없잖아요. 그때 설탕물을 소량 빨리면 효과가 좋다는 논문을 읽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효과가 좋더군요. 나중에 설탕이 고통을 억제하고, 쾌락중추를 자극한다는 연구들을 접했습니다.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물질이나 행동은 중독성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요. 설탕을 마약이나 담배처럼 중독성 물질로 규정하는 건 다소 지나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설탕을 특별히 선호하는 입맛을 지닌 사람이 있고, 심지어 설탕을 먹지 못하면 머리가 아픈 사람도 있다는 건 주변을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가공식품이나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불안하지요.
담배 자체는 설탕이 없다면 유해성과 중독성이 훨씬 낮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담배에 관한 설탕 성분을 간단하게 요약해주신다면요.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데요. 이건, 그러니까 캐멀(Camel)이란 담배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무렵의 얘기니까 지금도 그런지, 국산 담배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피우는 담배를 궐련이라고 합니다. 궐련 속 연초 중량의 절반 이상이 설탕이라는군요. 담배라는 작물이 다공성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설탕물에 재우면 설탕을 흡수하는 거죠. 담배 연기는 원래 염기성인데, 염기성 연기는 깊이 흡입할 수 없답니다. 그런데 설탕에 재운 담배는 맛이 좋아질 뿐 아니라, 연기가 산성으로 변합니다. 산성 연기는 들이마시기가 훨씬 편해서 깊게 흡입할 수 있습니다.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기 쉬운 거죠. 아니나 다를까, 1910년대에 연초를 설탕에 재우기 전까지는 씹는 담배와 시가가 주종을 이루었던 담배 산업은 이후 완전히 궐련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러면서 흡연 인구와 담배 판매량이 엄청나게 늘었고, 얼마 안 있어 어마어마한 폐암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최악의 치명적 질병인 폐암은 담배와 설탕이 결합한 결과라는 거지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설탕’에 관한 팩트(진실)은 무엇인가요?
설탕은 여러 가지로 이름을 바꿉니다. 설탕 자체는 학문적으로는 자당이라고 하고, 몸에 들어가면 포도당과 과당을 형성합니다. 그런데 액상과당, 고과당 옥수수 시럽도 설탕과 거의 똑같습니다. 아가베 시럽이니 꿀, 흑설탕 같은 것도 천연당이라 몸에 좋다고 선전하지만 사실은 설탕과 같습니다. 그러니 과일을 제외하고 단맛이 나는 것은 일단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피하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알아보고 먹어야지요.
음식에 설탕을 지나치게 많이 넣는 사람들, 또는 단 음식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작은 습관이 쌓여 큰 우환이 될 수 있습니다.
<설탕을 고발한다> 강병철 번역자
의사로서, 아이들에게 부디 이것만은 먹이지 말자, 라고 한다면 어떤 식품을 말씀을 꼽으실 건가요? (예 : 아이스크림/사탕/초콜릿/젤리 등등) 그나마 꼭 먹여야 한다면, 어떤 게 나은가요?
저는 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설탕을 피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과 패스트푸드는 피할 수 있다면 언제나 피하라고 했지요. 하지만 강박적으로 피하려고 하면 정신 건강에도 해롭겠지요?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즐겁게 먹는 편이 낫습니다. 사실 입맛은 하나의 버릇입니다. 그리고 설탕은 음식 본연의 맛을 가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설탕을 피하려고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설탕을 피하는 게 그리 고통스럽지 않을 겁니다.
설탕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방심하고 설탕을 많이 섭취하는 것일 텐데요. 이 점에 대해 의견을 부탁 드립니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지는 않았는데 『A Year of No Sugar』 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주부가 설탕이 몸에 해롭다는 말을 듣고 딱 1년만 설탕을 피하기로 결심하면서 겪은 일을 코믹하게 쓴 책인데요. 여기 보면 우리가 얼마나 설탕에 둘러싸여 있고, 얼마나 설탕을 피하기 어려운지 생생하게 나옵니다. 우리는 아직 서구에 비해 설탕 섭취량이 적다고 합니다만(사실 저는 우리나라의 통계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식습관이 급속도로 서구화되어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비만한 사람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알게 모르게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건강을 챙기는 데는 개인의 몫이 있지요.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설탕산업은 물론 식품산업, 외식산업계에서는 절대로 ‘알아서’ 설탕 사용량을 줄이지 않습니다. 자본의 절대 명제는 이윤을 내는 것이고, 설탕은 가장 값싸게 음식의 맛을 내는 방법이니까요. 식당들 역시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기에 문 닫을 각오를 하고 설탕 사용량을 스스로 줄이지는 않습니다. 제도적으로 약간의 규제나 부담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요. 그런 식으로 제도가 바뀌려면 우선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올바로 알아야 합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짜릿한 지적 자극을 얻으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책”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이 책을 특히 추천하고 싶어 독자층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건강이나 영양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 설탕의 역사나 요리/식품산업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흥미진진할 겁니다. 뒷부분의 보건에 관한 내용은 의학/건강/영양 분야의 전공자들이 읽어도 좋고요. 특히 정책을 입안하는 위치에 계신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 강병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이기도 하다. 공저로 『성소수자』,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 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 『은퇴이민 가이드』 ,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 『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 , 『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재즈를 듣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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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고발한다게리 타우브스 저/강병철 역 | 알마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자료와 치밀한 연구 조사를 통해 잘못된 상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이 인류의 안전한 삶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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