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슈퍼그룹이 등장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4주 연속 1위에 오른 「Cheap thrills」, 켄드릭 라마와 함께해 좋은 반응을 끌어낸 「The greatest」를 비롯해 대중 화력의 도화선이 된 「Chandelier」로 유명한 호주 출신 뮤지션 시아. 2015년 「Lean on」, 저스틴 비버와 함께한 싱글 「Cold water」로 연타석 흥행 신화를 써낸 메이저 레이저의 디플로. 대중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에드시런, 위캔드, 카이고 등과 함께 작업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라브린느. 이들이 서로의 앞글자만 따 만든 그룹 엘에스디로 선 발매 싱글을 모아 얼마 전 첫 정규 음반을 내놨다.
거창한 그룹명과 각자의 유명세에 비해 앨범의 완성도는 그리 탄탄하지 않다. 인트로, 리믹스 트랙을 제외하고 8개의 적은 수록곡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시너지라기에는 모자랄 힘의 불균형이 느껴진다. 이를 두고 미국의 음악 웹진 <피치포크>는 10점 만점에 3.2점을 수여하며 문단의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팝은 죽었다. 여기 그 시체가 있다.’ 디플로 특유의 레게풍의 광폭한 EDM 사운드에는 이런 표현을 덧댄다. ‘에너지 음료 후에 에너지 음료를 마신 듯 피곤하다’. 빈틈이라고는 없는 냉철한 비판이다.
반면 또 다른 매거진 <올뮤직>이나 <롤링스톤>은 이 음반을 활기찬 에너지가 담긴 재밌는 앨범으로 규정한다. 청자들의 평도 제각각이다. 시작부터 정신을 빼앗길 파티 사운드라는 호평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시아의 독특한 목소리밖에 안 들린다는 혹평도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물론 이런 각기 다른 감상평이 음악 취향에 따른 일차적 선호도로 판가름 날 수도 있겠지만 유독 양극단을 달리는 평가 앞에서 판단하건대 이는 얼마나 밸런스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첫 곡 「Welcome to wonderful world of」는 세 뮤지션의 아카펠라로 시작해 전자음과 용솟음치는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로 포문을 연다. 이 호흡을 그대로 이어받아 「Angel in your eyes」는 낙차 큰 저음의 드롭과 좋은 멜로디로 흐름을 이어가고 「Genius」는 비장미 넘치는 현악기로, 성탄절의 경건함이 묻어있는 「Mountains」는 아기자기한 종소리 사이 반전 변주로 중심을 잡는다. 시아와 라브린느가 사이좋게 1절, 2절을 나눠 부른 댄스홀 스타일의 「Audio」, 마찬가지로 같은 구성에 피아노로 시작하는 「No new friends」는 즐기기 쉬운 보컬 라인과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사운드 메이킹으로 일관한다.
허나 이 작품의 가장 큰 빈틈은 3이 모인 당위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첫째로 시아의 쨍한 보이스 칼라와 단박에 귀에 걸리는 창법은 라브린느를 피처링 구성원으로 한정 짓는다. 일례로 「Audio」의 여성 보컬은 남성 보컬에 비해 한 걸음 앞에 나와 곡을 이끈다. 이 같은 문제는 「No new friends」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라브린느가 거칠게 목을 긁고 두 목소리가 직선적으로 교차되는 「Heaven can wait」이나 완전한 가성으로 남성 백 보컬 역할을 자행하는 「It’s time」 같은 싱글의 무게감이 적당하다.
결론적으로 주류 음반 시장이 빌리 아일리시를 위시해 어둡고, 우울한 혹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변신처럼 미니멀한 트랩 비트 위에 흘러가는 가벼운 곡들을 선호하는 요즘 날 모처럼 등장한 화려한 EDM 음반은 아쉬운 축포를 쏘아 올렸다. 사운드 설계자 디플로는 과거와 별다른 것 없는 뭄바톤, 댄스홀의 장르로 예상 가능한 바탕을 만들었으며 시아는 시아로서, 라브린느는 라브린느로서 자리한다. 어우러짐 없는 콜라보에 맥이 빠진다. 릴웨인의 리믹스로 자리한 끝곡 「Genius」만 다 끝난 페스티벌의 여운을 메운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