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지방대생, 세계 무대로 가다
‘근면성실한 모습’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과연 좋기만 한 걸까?’라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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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기준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소신대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 의 저자 김나영은 가난한 지방 야간대생에 기초생활수급자, 단 하루도 아르바이트를 쉴 수 없는 삶을 살았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서 볼 때 그녀의 인생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좇아 크루즈 승무원이 돼 세계를 누비고, 지금은 글로벌 크루즈 기업에서 비즈니스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  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뭔가요?

 

크루즈에서 근무하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메일과 댓글로 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대부분이 학력, 경력, 언어실력 등 소위 말하는 ‘스펙’에 관한 고민이었어요. 건데 취업 나이, 결혼시기 등 사회적 기준에 관한 고민들을 털어놓으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취업을 준비했었지만 그런 것들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어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중요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질문들을 받으며 사회가 정해준 기준을 자기 인생의 표준으로 삼고 그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것을 실감한 거죠. 그래서 저와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기준은 사회가 아닌 자신이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야기들을 담아 책을 쓰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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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크루즈 업계에서 오랫동안 계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나요?


2009년 레스토랑 보조웨이터로 크루즈에 승선했고, 게스트 서비스 오피스로 부서 이동을 해 GSO(Guest Services Officer, 고객 서비스 사무장), GDO(Guest Departure Officer, 하선 담당 사무장), SA(Suite Ambassador, 스위트룸 전문 사무장)로 근무하며 주로 고객 서비스에 집중해 업무를 보았어요. 그 후 GC(Group &Event Coordinator, 그룹&이벤트 코디네이터)로 승진해 크루즈 내의 그룹들과 이벤트를 전담했어요. 소규모 그룹의 칵테일 파티부터, 결혼식, 기업회의 및 기업 행사 등을 전담했는데 2012 블라디보스톡 APEC 정상회의를 담당하기도 했어요. 하선 후 입사한 여행사에서는 크루즈팀에 소속돼 크루즈를 타고 한국으로 방문하는 해외여행사 및 고객들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업무와 크루즈 선사와 일정 만들고, 조율하는 업무를 맡았어요.

 

현재는 세계 최대 크루즈 기업인 로얄캐리비안 인터내셔널Royal Caribbean International 중국 지사에서 대표 직속 수석비서관 및 중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주요 업무로는 신규 기항지 기획 및 개발, 국가 간 비자 협약 체결, 글로벌 이벤트 디렉팅 등을 수행하고 있어요.

 

크루즈 승무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리고 상해라는 국제도시에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셨을 것 같아요.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온 사람들에는 어떤 분들이 있었나요?


나탈리아 부라티라는 동료가 생각나요. 저의 룸메이트였는데 오늘이 근무 첫날이라며 인사를 하는데 신입치고는 나이가 꽤 많아 보였어요. 나중에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승무원이 되기 전 나탈리아는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UN에서 아동권익보호를 위해 근무했었고, 이집트, 태국, 코스타리카, 네팔, 아르헨티나 등에서 유니세프, 월드비전 활동을 꾸준히 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크루즈를 알게 되면서 그동안 했던 일들과 다른 일들을 해보고 싶어서 도전했고 43살의 나이로 크루즈에 승선을 했던 거였어요. 나탈리아는 저에게 언제라도 늦지 않으니 늘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 사람이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 중에 어떤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프로젝트였던 ‘만리장성 만찬’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중국지사로 입사한 지 3개월이 채 안 되었을 때 제게 주어진 임무가 바로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주주총회와 만리장성에서 만찬을 여는 것이었어요. 만리장성에서 만찬을 갖는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어요. 대책이 없어 무턱대고 만리장성 티켓 판매소에 전화해 ‘만리장성을 빌리고 싶은데요?’라고 묻기까지 했다니까요. 제가 끌어다 쓸 수 있는 인맥과 정보망을 총동원해 방법을 찾다가 만리장성에서 영화 <스타워즈> 제작발표회를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소문 끝에 그 이벤트를 성공시킨 업체를 찾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8개월 후, 만리장성에서 성공적인 만찬을 열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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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외국인 동료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어떤 게 있나요?


‘근면성실한 모습’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과연 좋기만 한 걸까?’라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상하이에서 출근하는 첫날, 출근 시간보다 적어도 30분 일찍 도착했었는데 그 시간에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저와 한 미국인 동료뿐이었어요. 그 동료는 아침에 본사와 화상 미팅이 있어서 일찍 와야 했던 거고요.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 직원들이 자리에 앉았지만, 출근 시간이 다 되도록 빈자리가 많았어요. 동료들에게 늦게 출근해도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어제 늦게까지 일했으니 괜찮다거나, 오늘 일이 많아 늦게 까지 일할 거라며 자발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율하더라고요. 물론 매니저와 이런 부분이 이야기가 된 상태이기도 했고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야근을 했어도 다음날 근무시간은 지켜야 하고, 근무시간을 지나 일을 한 건 본인의 업무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 후로도 저는 2주간은 일찍 출근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게 한 동료가 “넌 너무 성실해” 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어요. 그 이후 저 역시 본사와의 미팅 때문에, 출장 일정 때문에 늦게 까지 일을 해야 할 때는 다음날 늦게 출근하거나, 반차를 신청해요. 당당하게요. 매니저에게 말하니 왜 진작에 그러지 않았냐고 반문했고, 더 놀라운 건 제가 그동안 일찍 출근한 것을 매니저는 몰랐다는 사실이에요. 외국계 기업은 본사나 다른 국가의 사무실과 자주 소통하기 때문에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도 업무를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성실한 것도 좋지만 정해진 시간을 활용해 원하는 성과를 만들고, 효율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해요.

 

또 일도 중요하지만 자기 생활도 있어야 해요. 자기 생활과 일의 밸런스가 깨지면 둘 다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요. 외국 동료들이 흔히 하는 말 중 ‘Work hard, play hard’라는 말이 있어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요. 업무상에서 근면성실한 만큼 일상 생활에서도 근면성실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요.


대개는 가계 부담, 가난, 부모님의 불화 등 제가 처했던 가정 환경과 경제적인 여건이 가져다 주는 어려움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제가 좋아하는 중국어는 전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예요. 타과로 전과를 하던지, 복수전공이던, 부전공이던 다른 걸 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고요. 하지만 저는 언어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어를 제대로 할 줄 알면 그 나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습득 할 수 있는 가능성이요. 그래서 전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만약 제가 중국어를 제대로 못했다면 크루즈에서 부서이동, 승진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상해에서 근무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 중국인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맡아서 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때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 중국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거죠.

 

지금까지의 삶도 도전의 연속이었잖아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국에 의외로 크루즈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요. 크루즈와 관련 경력을 쌓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하지만 어떻게 준비하고, 지원해야할지, 어떤 길이 좋을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한국 크루즈 승무원 협회’를 만들어 크루즈 승무원의 기회와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제가 이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지 올해가 10년째인데요, 그동안 제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 경력을 활용해 크루즈 산업과 크루즈 여행에 대해 국내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에요. 글로벌 선사들, 글로벌 협회들과 연결망을 만들어 포럼을 열거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한국이 크루즈 업계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당신들의 기준은 사양하겠습니다김나영 저 | 와이즈맵
365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보조 웨이터로 일하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며 “세상의 기준대로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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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