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완성도
페르소나 이면의 그림자,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줬다면 더 흥미로웠을 테다.
글ㆍ사진 이즘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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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언제나 아미(A.R.M.Y)에 감사한다. 성실한 자체 제작 콘텐츠와 콘서트는 물론 'Pied piper'와 'Love maze', 'Magic shop' 같은 팬 송을 통해 애정을 쏟으며, 각종 시상식과 영예의 순간을 팬덤에 양보한다. 이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미디어 아티스트 부문 상을 안겨주는 것을 시작으로 두 장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IDOL' 뮤직비디오 유튜브 신기록을 만들어준 글로벌 팬덤 아미를 더욱더 넓고 강력하게 단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시리즈를 닫고 새로운 시작을 여는 가 놀랍도록 팬 지향적인 앨범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낯설지 않다. 성공 이후에도 이들의 기본 태도는 겸손과 감사였으며, 팬들을 리드하기보단 손잡고 함께 가는 동행을 택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는 일견 전작의 고뇌를 연상케 하지만, 실제 앨범은 커리어 중 가장 편안하고 부드럽게 팬덤을 사랑하고 '입덕'을 손짓하는 작품이다.

 

5년 전 인트로를 샘플링해 로킹한 기타 리프를 추가한 'Intro : Persona'에서 RM은 혼란스러운 자아 충돌을 기분 좋게 끌어안으며 페르소나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중간 다섯 곡으로 브이라이브(Vlive) 인터뷰처럼 '아미와 예쁜 추억을 쌓'은 다음, '내가 아이돌이든 예술가이든 뭐가 중요해 짠해'라 질주하는 'Dionysus'에서 다시금 고삐를 죈다. 무게감도 있지만 여유로운 태도가 먼저다.

 

이 달콤함 아래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완성도가 감지된다. 제목부터 상징적이며 5년 전 '상남자(Boy in luv)'의 향수를 의도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보자. 가장 높은 곳에서 세계의 평화와 거대한 질서 대신 '널 지킬 거야'라 노래하는 모습에 글로벌 팬덤은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받겠지만 'DNA'와 'Fake love'만큼의 치밀함은 없다.

 

펑키(Funky)한 비트 위 가성을 주로 활용하는 보컬 파트는 나른한 사랑을 속삭이며 쉬이 잊히고 마는데, 선명한 할시(Halsey)의 코러스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일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곡의 흡인력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짧은 랩 파트의 메시지도 임팩트를 주지 못하니 할시의 목소리만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구조라면 2년 전 'DNA'가 더 인상적이다. 굳이 BTS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팝이다.

 

정상 궤도에 오른 BTS의 팝 메이킹은 다양한 형태의 곡을 수록했으나 그 주제 의식이 큰 테마 아래서 반복되다 보니 그리 개성 있게 들리질 않는다. 그루브 있는 기타 리프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뉴웨이브 팝 '소우주(Mikrokosmos)', RM의 멜랑콜리한 질감을 이어온 R&B 트랙 'HOME' 모두 애정의 대상이 정해져 있다.특히 'HOME'은 월드 와이드 스타로 거듭난 후의 공허함을 풀어내며 흥미롭게 출발하는데 '너만 있다면 다 내 집이 될 거야'라 마무리하는 것은 너무 모범적인 결론이다. 제이홉, 진, 정국의 새 조합으로 연약한 미시감을 노래하는 'Jamais vu'가 유닛 곡의 특징은 덜하더라도 극복의 서사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것과 반대다.

 

체인스모커스와의 'Best of me', 스티브 아오키와의 '전하지 못한 진심'처럼 콜라보레이션으로 고유 개성을 극대화했던 과거에 비하면 에드 시런의 터치가 완연한 'Make it right'도 좋은 곡은 아니다. 클린 밴딧, 제스 글린과 함께한 작곡가 겸 연주자 프레드 깁슨의 터치로 무난한 감상을 가능케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BTS 멤버들이 아닌 에드 시런의 손에서 나온 신스 리프다. 서두에서 강하게 던졌던 '페르소나'는 방탄소년단의 내적 자아라기보단 아미의 수요, 아미의 결집과 확장에 맞춰 형성한 사회적 페르소나에 가깝다. 시리즈로 자아에의 탐구는 충분히 해냈다는 결론이었을까. 그런데도 중간 5곡보다 확실한 인상이 있는 서두와 마무리 트랙에 더 손이 간다. 페르소나 이면의 그림자,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줬다면 더 흥미로웠을 테다. 모두가 아미일 순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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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Map of the Soul Persona #Love Yourself #작은 것들을 위한 시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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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9935

2019.06.18

와 회사 독서동호회 책 구매할거 뭐사지 둘러보다가 방탄이들 검색쳐서 들어왔는데 증말 추우웅격적인 리뷰를 보고 로그인을합니다... 로그인까지 이끌어낸 기사 대단하네요!
[달콤함 아래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완성도] 라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에요..
저는 이번 페르소나 앨범 듣고 입덕한 늦덕으로서.... 저 말이 정말 충격적이네요... ;; 치밀하지 않고 뭔가 전작과 유사하게 흘러가야 방탄소년단 앨범인가요..?
전 방탄소년단에 빠진 계기가 정말 다양한 장르, 분위기, 스타일을 보여주는 모습이 참 좋아보이던데요..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큰 상징이나 그런 내용이 없는데 오히려 그것 조차 그들의 은유이자 상징이죠.. 유투브 분석 리뷰에서 봤던 내용 링크하고싶은데... 나중에 관심있으시면 검색해서 찾아보시고.. 영혼의 지도.. 페르소나...RM이 앨범 인터뷰에서도 했던 말이, 팬들, 대중이 사랑해주는 모습, 그 페르소나 자체이기에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진 '페르소나'의 조금은 어두운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받은 그 모습?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라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전작처럼 청춘의 아픔, 극복, 우정, 운명 이런 느낌의 치밀한 작품보다는 여유롭고 그 팬들이 사랑해준 모습을 그대로 돌려주는 앨범이구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타이틀 곡이 매우 매우매우 너무 사랑스러운걸요...? 심지어 저는 방탄소년단 1도 몰랐는데 그들의 컴백 무대를 보고 빠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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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ivan

2019.05.09

작성자님께서 제가 느끼던 감정을 딱 맞게 말씀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팬들을 위한 노래이니 가볍게 즐기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럼 이번 앨범은 팬들만 듣는 특별판인건가요? 그리고 팬들을 위해 만든 노래라면 더 정성들여 만드는 게 맞는 듯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특색이 있어서 다른 노래들과 섞어놔도 '아, 이건 방탄 노래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게 있었는데 이번 앨번에서는 그런 면이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겸손하기위해 피처링해준 가수를 돋보이게 해준 걸까요?
또한 DNA와 같은 이전의 노래들이 듣고나면 임팩트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들은 뒤 머리 속에 남는 부분이 없습니다. 뭔가 인상이 흐릿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나서 다시 떠올리는 느낌입니다. 다시 들으면 '아, 이런 노래였지'싶지만 들은 뒤에 떠올리자면 딱히 떠오르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도 가사가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다음 앨범은 조금 더 완성도있는 노래들로 채워져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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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sky9858

2019.04.28

제가 보기에도 딱히 맞는 구석이 없는 것 같은데.. 지금 작성자님은 방탄이 팬송을 많이 내다보니 이번 컴백도 딱히 특별할 게 없고, 랩라인 보컬라인 싹 다 싸잡아 임팩트없고 가사 전달력 떨어진다, 피쳐링에 참여한 할시를 튀게 할 장치로 나름 머리는 쓴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 제로였다 뭐 이런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것 같아요. 제가 좀 과격하게 늘어놓긴 했지만 어쨌든 맞잖아요? 네, 이런 생각 충분히 하실 수는 있어요. 작성자님이 글을 맺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모든 사람이 아미일 순 없기에.' 네, 말 잘 하셨습니다. 작성자님은 아미이신가요? 이번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자신들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준 원동력, 아미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전하는 '팬송' 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를 통해 다시 한번 고마움을 확실히 다지고 아미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더 멀리, 더 힘차게 날아오르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즉, 잠시 쉬어가는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앨범 사 보셨어요? 앨범의 마지막 Thanks to에서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은 아미와 방탄 사이의 결속을 다시 한 번 단단하게 다지는, 기나긴 마라톤 간간이 시원한 생수를 들이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아미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 아미가 아니기 때문에 영영 모를 것이 있어요. 저런 식으로 글을 써놓으신 거라면 방탄소년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비트가 어떻고 화음 멜로디가 어떠하며.. 이런 내용들에만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물론 이런 요소도 매우 중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신 채로 글을 좔좔좔 늘어놓으셨네요. 반쪽짜리 이해를 기반으로 한 글, 이런 내용 저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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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