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지나치게 가슴이 뛰면 연애라도 하나 생각하겠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내가 가슴이 심하게 뛴다 싶으면 원인은 백이면 백, 모두 층간소음이다.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난감한 일이 연이었다. 보일러도 돌리지 않는데 바닥이 뜨끈뜨끈해지는가 하면, 잠을 자다가 갑작스런 전기충격을 받아 강시처럼 벌떡 일어났다. 또 한 번은 바닥 전체가 핸드폰 진동이 오는 것처럼 부르르르 떨려 지진이 났나 의심했다. 알고 보니 모두 옆집 문제였다. 옆집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장 기계를 돌리고 있었던 것. 그래서 결국 나는 귀촌을 결심하고 이사를 왔다.
이쯤 되면 슬슬 예상하실 것 같은데, 이사 온 아파트에서 또 층간소음이 시작됐다. 이번엔 옆집이 아니고 윗집이 범인이다.
지난 10월부터 또 기계소음과 진동을 느꼈다. 나는 공황장애가 오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에는 이, 소음에는 소음이라는 생각으로 윗집에서 기계를 돌리는 시각에 맞춰 소리 나게 키보드를 쳤다. 이래도 안 되면 당장 뛰어 올라갈 생각으로 이를 악 물었건만 다른 이웃이 먼저 폭발했다. 누군가 윗집을 찾아갔다. 내 몫까지 한 시간 넘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날 밤, 윗집에서 부부싸움이 났다. 자정 무렵 시작된 부부싸움은 새벽 두 시경 아저씨의 대성통곡으로 끝났다.
한 시간이 넘도록 그치지 못하는 아저씨의 서러운 울음을 듣자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측은지심이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달리 먹었다. 아직 전기충격은 오지 않았으니(?) 일단 잠자리를 바꿔볼까 하고 서재 겸 거실로 살림을 옮긴 것.
이게 뜻밖에 좋았다. 원고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면 잠깐 고개를 들어 서재를 바라보았다. 잠이 안 오면 양을 세라는 말처럼 글이 안 써져 책등의 제목을 차례로 읽어보자면 영감이 떠올랐다. 글쓰기에 푹 빠지자 자연스레 윗집 소음에 신경 쓰는 일이 적어져, 언젠가부터는 소음 자체를 거의 못 느끼게 됐다.
최근 읽은 책 『빡치는 순간 나를 지키는 법』 에는 이런 마음가짐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떤 날은 그다지 신경에 거슬리지 않지만 어떤 날은 유달리 미운 마음이 든다면 자신의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 (133쪽)
어쩌면 소음 자체는 별 것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사 왔을 무렵엔 이미 현재 진행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갑작스레 소음에 예민해졌다면 왜일까. 그건 본격적으로 칩거하면서 지나치게 예민해진 내 마음이 지레 겁을 먹은 탓은 아니었을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다 잡는다.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빡쳐도 건설적으로 빡치자’
윗집 소음이 신경이 쓰이면 책등이나 차례로 읊자. 그도 안 되면 밖에 나가 개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자. 그래도 남는 스트레스는 새로운 소설의 화력으로 쓰자. 예를 들어, 이 과정으로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멋진 스릴러가 하나 뚝딱, 나올지도 모른다.
-
빡치는 순간 나를 지키는 법미즈시마 히로코 저/윤경희 역 | 봄빛서원
자신은 물론 정신적 질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통용된다는 것을 깨달고 그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책으로 엮었다.‘친구 노트 쓰기’는 치유 효과가 검증된 좋은 감정 치유법이다.
조영주(소설가)
별명은 성덕(성공한 덕후). 소설가보다 만화가 딸내미로 산 세월이 더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