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도시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을 천운으로 생각하는 피아니스트 조현영씨가 클래식 음악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를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 기행』 으로 펴냈습니다. 한번은 가보고 싶은 유명한 도시들을 음악과 연관 지어 설명했기에, 이 책에 나오는 여정 그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바흐 페스티벌이 열리는 라이프치히, 베버의 도시 드레스덴, 도처의 성당에서 비발디의 곡들이 울려 퍼지는 베니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데리고 유럽의 음악 도시들을 여행하셨는데, 어떻게 그런 대단한 계획을 세우셨어요? 그것도 둘이서만 여행하셨다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원래 겁이 좀 없어요(웃음). 그동안 피아니스트로 엄마로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엄마이기 이전에 ‘피아니스트’ 조현영으로만 살았던 시절이 때때로 그립기도 했고,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천방지축이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말귀도 제법 알아들으니까, 현장학습도 시킬 겸 여행 파트너로 삼을 수 있겠다 생각했던 거죠. 제가 피아니스트이니 아이에게 피아노를 열심히 가르칠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예술적인 감성이란 아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며 체득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꿈은 원대했으나… 하여간, 그런 의미에서, 힘들긴 했지만 참 귀한 시간들이었죠.
우리 주위에는 늘 음악이 있고, 도처에서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는데요. 작가님은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음악이란 단어를 책이나 그림 또는 사람으로 바꿔 생각해도 답이 비슷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음악이란 저를 멈추어 듣게 만드는 음악입니다. 귓가에 무수한 음악이 흐르지만, 제 귀에 들어와 꽂히는 음악은 얼마 안 되거든요. 사람마다 꽂히는 기준은 다 달라요. 누군가는 노래의 가사 때문에 꽂히고, 누군가는 그 음악이 갖고 있는 사연에 반하고, 또 누군가는 그저 우연히 들었을 뿐인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에 이끌려 그 곡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 음악을 멈추어 듣고 싶고, 듣기 전과 듣고 난 후의 제 모습이 달라져 있다면 그 음악은 좋은 음악입니다. 좋은 음악은 사람을 흔들어 놓고 가요.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 기행』 을 읽어 보면,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고 깊이 영향을 받은 작곡가는 바흐인 것 같은데요. 작가님에게 바흐는 어떤 의미인가요?
바흐는 저를 흔들었고 변화시켰어요. 서양음악의 아버지니 바로크를 집대성했다느니 하는 바흐의 거룩하고 위대한 음악사적 입장을 차치하고라도, 바흐는 저에게 꽤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아주 수학적이고 이성적이며 계획된 삶을 지향하지만, 한편으론 상당히 감성적이고 즉흥적이기도 해요. 앞뒤가 안 맞는 말 같은데, 아무튼 이성과 감성의 어디쯤에 있길 좋아해요.
바흐의 음악도 그렇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허튼 음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음표에 명백한 존재의 이유가 있죠. 굉장히 수학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음악이에요. 그러면서도 정형화되지 않아서 계속 듣고 싶게 만드는 즉흥적인 요소도 상당합니다. 상반된 두 기류가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면서 흘러가요. 마치 우리의 삶처럼 말입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 밥벌이를 해야 했던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음악가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신과 인간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삶을 성실히 살아냈던 인간으로서의 바흐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음악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아이들이 일찍부터 음악적 훈련을 받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언제라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릅니다. 일단 아이가 음악에 반응이 빠르고 재능이 있는 게 느껴지면 일찍부터 음악적 경험을 쌓는 게 당연히 좋고요, 아이가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훈련을 꺼려한다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순간까지 기다려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들이 두 번째 경우에 해당돼요. 음악을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악기를 가르쳤는데, 어느 날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엄마! 난 음악을 내 맘대로 재밌게 하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똑같이 연습을 하라고 하니 재미가 없어요!”
이 말을 듣고 아차 싶어서 악기 가르치는 건 보류 중이에요. 다만 언제라도 음악을 대하는 게 불편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 가능한 한 음악을 노출시켜놓습니다. 집에서는 제가 연습을 하는 곡을 듣게 되고, 차 안에도 계속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작가님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연주하고 글 쓰고 강의하는 일을 아주 왕성하게 하시던데요. 그 중 어느 것에서 제일 보람을 느끼시나요?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는 그 처음을 연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이 가장 좋고요, 다음으로는 글 쓰는 일, 강의하는 것 순서예요.
연습하면서 악보에 기록을 하고, 무대에서 연주하고 나서는 항상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썼어요. 연습과 연주 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경험들이 지금 글 쓰는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베네치아를 생각하면 물의 도시, 곤돌라를 타는 모습, 영화, 미술…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비발디의 도시’라고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더군요.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분들에게 이것만은 꼭 놓치지 말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나 공연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탈리아는 워낙 음악 도시가 많아요. 모든 곳에 음악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베네치아에 들른다면 비발디 오페라 한 편쯤은 꼭 봐야죠. 이탈리아는 오페라의 본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로마?밀라노와 더불어 3대 오페라 극장인 ‘라 페니체’에서 오페라를 꼭 감상하세요. 아이랑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연주회도 있어요. 비발디가 일했던 키에자 델라 피에타 성당이나 성 마르코 성당의 비발디 연주를 추천합니다.
기대했던 대로,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아이의 감성이 더 자랐던가요?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사실상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 있진 않죠.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니까요. 그런데 여행을 가면 온통 24시간을 함께하잖아요. 그럴 때면 그동안 잘 몰랐던 아이의 다른 면을 발견하기도 하죠.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아이에게 나는 이런 엄마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참히 깨지기도 해요.
아이가 여행 다녀온 곳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거나 딱히 어딘가를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아이가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이 순간순간 들어요. 저도 아이도 서로를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이었거든요. 여행을 통해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나눈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도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 기행』 을 계기로 아이와의 여행을 계획해보세요. 클래식 음악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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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 기행조현영 저 | 뮤진트리
음악의 혼이 살아 숨 쉬고 일상에 예술이 스며있는 그 도시들을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그곳을 빛낸 음악가들에 대한 팬심을 가득 풀어놓는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