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섭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혼자’”
현대미술이 도대체 왜 이렇게 낯설고, 어렵고,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지 쉽게 풀어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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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혼자’라는 키워드로 현대미술을 정리한 『혼자를 위한 미술사』의 북 토크가 열렸다. 『혼자를 위한 미술사』 는 예술가이자 문화기획자, 목수 등 다양한 수식어를 앞에 둔 정흥섭 작가가 펴낸 책이다.


정흥섭 작가는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자주 던지는 질문 두 개를 먼저 꼽았다. “미술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미술 작품은 왜 그렇게 비싼가요?” 정흥섭 작가는 두 질문에 관한 답을 ‘혼자’에서 찾았다.


『혼자를 위한 미술사』 는 낭만주의부터 21세기의 포스트 모더니티까지 들여다보며 ‘혼자’라는 키워드가 미술사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설명한다. 오늘날 현대미술은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일반적으로 읽히는 낱말로 사물을 규정하지 않는다. 점점 작가 개인의 내면세계로 깊게 들어가 그 안에서 해석된 것을 작품으로 승화한다. 정흥섭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포스트 모더니티’라는 사조만 볼 것이 아니라 미술사 전체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근대를 지나 ‘혼자’를 강조하기 시작하는 현대

 

정흥섭 작가는 1975년생, 수능 1세대이자 IMF 세대, 본업은 예술가이고, 부업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문화기획자이자 디자이너, 목수로도 활동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대학에서 미술사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강의를 듣던 수강생이 ‘꼭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출판사를 소개했다. 그 후 5년에 걸쳐 원고를 다듬고, 수정해 책으로 나온 것이 『혼자를 위한 미술사』 다.


“현대미술 어렵다,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말들이 예술가로 활동하는 저에게 어떤 때는 자괴감을 들게 하고, 나중엔 죄책감까지 느껴졌어요. 사실 현대미술은 프랑스에서 시작한 흐름을 보면서 맥락을 짚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나중엔 완전히 대중과 소통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도대체 왜 이렇게 낯설고, 어렵고,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지 쉽게 풀어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정흥섭 작가가 설명한 현대미술에서 ‘현대성’은 근대성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근대란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를 이야기하는데, 이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국가 이념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완전한 피해자로 전락한 것은 ‘개인’이었다. 짧은 시기에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며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은 곳이 유럽이었으며, 그중 핵심이 프랑스다.


“국가가 부른다고 내가 가야 하나?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어요? 그게 현대성이고 포스트모던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이 개인이죠. 건축이나 패션 등에서도 포스트모던하다는 수식어를 붙이잖아요? 포스트모던의 가장 큰 특성이 남과 다른 독창성이죠. 그래서 유럽은 근대성을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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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조에서 살펴보는 혼자의 가치


현대미술은 점점 더 개체화되고, 실제화된다. 존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기고, 더는 전체주의의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여론이 가득했다. 현대미술의 개체화를 이해하려면 19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 유행했던 프랑스의 낭만주의부터 들여다보아야 한다. 낭만주의는 빅토르위고의 작품 『레미제라블』 의 장발장으로 상징되는 사상이다. 이성보다는 내면적 감성을 강조하고, 귀족이나 왕족, 부르주아나 지식인이 아니라 하위계급으로부터의 계몽을 꿈꾼다. 당시 프랑스는 100여 년 동안 부르주아를 주축으로 시민혁명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계속된 혁명의 실패로 시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낭만주의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이유다.


“빅토르 위고가 문학으로 낭만주의를 대표했다면, 미술계에서는 외젠 들라크루아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였습니다. 들라크루아의 작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봉기를 든 여성 시민을 ‘여신’으로 표현하고, 그의 발밑에 귀족이나 군인 등이 깔려 있는 구도로 그렸습니다. 들라크루아의 이 작품은  『레미제라블』 보다 8년을 앞서서 나왔는데요. 빅토르 위고가 이 작품을 보고  『레미제라블』 을 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는 부족사회였다. 계몽주의의 불합리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의 이상향이 부족사회라는 것은 이전보다 더 퇴보하는 길이었다. 여기에 의문점을 제시하고 나타난 것이 사실주의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인류의 기원>이다. 낭만주의적 사상에서 ‘여신’으로 표현되는 여성의 생식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이후 극단적 사실주의라고도 불리는 작가주의가 탄생한다. 작가주의 이후부터는 더 예술가 개인의 표현에 집중한다. 예술가 자신의 눈으로 본 것, 즉 망막주의라고도 표현하는 인상주의가 출현하고 대표적인 예술가로 클로드 모네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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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주는 메시지


“인상주의 다음부터 예술사는 너무 자연스러워요. 계속 주관화가 심화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망막보다 더 주관적인 것이 촉각이고, 이것이 다음 예술사조인 야수파로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마티스가 있죠. 촉각보다 더 주관적인 건 개인이 머릿속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죠. 그게 입체파, 피카소가 대표로 있고요. 그보다 더 주관적인 건 내면세계입니다. 표현주의라고 하죠. 뭉크가 대표적입니다. 이다음엔 객관적인 무엇이 필요하지 않아요. 감상 그 자체를 보여주면 되는데 그게 추상주의고요. 거기에서 더 들어가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는 초현실주의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 끝에 마르셸 뒤샹이 마트에서 가지고 와 미술관에 가져다 놓은 작품 <샘>이 탄생한 것이다. 이후 뒤샹은 소변기였기 때문에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마트에 진열된 공산품 중 무엇이라도 상관없었으며, 보이는 것 아무거나 가지고 와 미술관에 놓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르셀 뒤샹에게 이 소변기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이것에 대해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라도 있다면, 그게 바로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겁니다. 근대의 주체가 민중이었다면, 현대성의 주체는 대중이에요. 대중은 각자의 취향이 있고, 그것이 예술의 주체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뒤샹의 <샘>이 지니고 있는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관한 일반적인 생각의 틀을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예술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며 무엇이든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름다움을 논하는 데 필요한 사전 준비 사항은 없으며 독립적 주체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누구든지 아름다움을 논하기 시작하면 그가 바로 예술가이며 그가 들고 나온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이 바로 예술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어떠한 방식이든지 간에 그에 반응하는 사람이 관객이자 또 한 사람의 예술가라는 것이 그의 논리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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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우주를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현대미술


“쥘리엥 프레비외라는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본 두 번의 면접에서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거죠. 그때부터 당신의 회사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편지를 7년 동안 썼다고 합니다. ‘나는 귀사의 입사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귀하께서 제안하신 일자리를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문장, 형식 모두 달리해서 7년 동안 쓴 거예요. 이렇게 재치있는 편지를 매번 썼는데 응답을 받은 곳은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이 편지를 미술관에 전시하면서 주목받았죠.”


쥘리엥 프레비외가 쓴 입사 거부서는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꼽히고, 그의 입사 거부서는 교과서에 ‘창의적인 글쓰기’의 예시로 실렸다. 쥘리엥 프레비외 외에도 많은 작가가 ‘혼자의 우주’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은 때로는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당연함에 돌을 던지고, 때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개인의 심연을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오늘날 현대 예술가들이 어떻게 전체를 비틀고, 혼자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작품이 재미있어요. 내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자기 세상에 빠져서 어떤 것들을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그만큼 개개인이 정의하는 자연이나 우주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내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이잖아요. 현대미술을 보면 그럴 때 정말 경이롭다고 느낍니다.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100개의 예술작품을 욕하기보다 마음을 울리는 하나의 작품을 만났을 때 감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를 위한 미술사정흥섭 저 | 클
시대순으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예술가 및 미술사조의 주제의식,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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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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