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을 갓 넘긴 어린 고양이가 아프다. 그것도 일종의 고양이 ‘암’이란다. 항암 치료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심지어 치료한 후에도 기대 수명은 고작 1년이란다. 언젠가는 헤어질 고양이, 그것도 어쩌면 금방 헤어질지 모르는 고양이를 치료해야만 할까? 항암 치료를 받는 고양이의 모습은 괴로워 보이기만 한다. 어쩌면 치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다 가도록 놔두는 것이 고양이를 위한 길 아닐까? 엄청난 치료비 앞에서 망설이는 남편에게 치료를 강요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닐까?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겠다고 선택하는 행위다. 그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에피소드만 등장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다. 짐스럽고, 고민되고, 때로는 좀 더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수고는, 반려동물과 보내는 반짝이는 시간들에 당연히 지불해야 할 대가일지도 모른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별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 가족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는 반려동물을 낯설어하던 남편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아내가 만나 다양한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고양이의 투병에 함께하며 진정한 고양이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누구든 이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말랑 보드라운 에피소드를 통해 마음 깊이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어떤 의도를 갖고 집필하셨고 독자들이 어떤 부분에 특히 주목하며 읽으면 좋을지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의 첫 번째 고양이 제이가 항암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 치료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사실 치료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그 과정을 함께하며 요동치던 제 마음에 대한 기록이지요. 그걸 시작으로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데요. 아마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크고 작게 한 번씩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고양이가 아플 때 나는 얼마나 시간과 돈을 쓸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면 어떤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선택일까? 내 배우자가 고양이를 싫어하면, 고양이의 비싼 치료를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저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지인들도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우리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배우자와의 갈등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처럼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일들 앞에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거기에 대해 해답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하나의 경험담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독자로서 가장 궁금해지는 건 당연히 세 고양이의 안부일 것 같습니다. 제이와 아리, 달이는 잘 지내고 있나요? 건강은 어떠하며, 세 고양이는 좀 친밀한 사이가 되었는지요?
저희 고양이들은 모두 서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 데면데면한 사이인데요. 그래도 가끔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서 자는 모습을 보면 참 동화처럼 예뻐요. 달이는 처음에 보호소에서 데려올 때부터 구내염이 있어서 여전히 치료를 하고 있지만, 다들 별 탈 없이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책에서는 달이가 입양되어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의 모습까지만 담았는데, 지금은 완벽히 적응해서 애교도 부리고 사람처럼 등을 대고 누워서 자요.
투병하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만으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이야기를 기록해두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이가 림프종인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인터넷을 수없이 많이 검색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관련 정보를 많이 찾기가 어려웠고, 다른 사례를 통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너무 좁더라고요. 물론 사례는 각각 하나의 사례일 뿐이니 어떤 것도 모범답안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가 겪은 일을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사랑하기에 필연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이 고통스러운 이별의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면서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가 제이를 기록으로서 기억하고 싶었다는 거예요. 제가 17년 동안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에 제이와의 이별을 예감하면서 겁이 더럭 났어요. 이별의 과정이라도 하나하나 기록하고 기억해서 제이의 흔적을 분명하게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저 자신을 위로했어요.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앞으로 세 마리만큼의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게 행복에 지불해야 하는 값이라면 기꺼이 그 이별의 슬픔을 감수해낼 의향이 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저자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기에, 이토록 소중한 걸까요?
이 자그마한 동물이 제 손바닥 위에 턱을 괴고 잠들거나 배 위에 올라와 엎드릴 때마다, 이 아이들이 저에게 보내는 신뢰와 사랑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어요. 내가 무엇이기에 내 고양이들은 제 앞에서 이토록 안심하는 걸까요? 그리고 저를 이토록 안심하게 해주는 걸까요. 우리가 세상의 수많은 사람, 그리고 수많은 고양이들 사이에서 서로를 선택하여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항상 신기하고 기뻐요. 모든 묘연이 각기 그렇듯이요.
이제 남편께서도 2~3년가량의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 보냈으니 어엿한 집사가 되셨을 것 같은데요, 저자님께서 느낀 남편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 우리가 키우고 싶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열매가 맺히는 나무를 키우고 싶다고 했고, 남편은 아주 오래되고 커다란 소나무를 키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나무를 제이가 캣타워로 쓰게 해주겠다고요. 물론 실제로 그 나무를 키우는 건 좀 어렵겠지만,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어찌나 귀엽던지요. 남편이 가장 친한 고양이는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최근에 제이는 남편이 ‘내 절친’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되었어요. 남편이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우리의 미래를 상상할 때 자연스럽게 그 안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책에는 미처 담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고양이들과의 따뜻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희 세 고양이는 특별히 서로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서로에게 무심하다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저번에는 달이가 옷방 앞에서 자꾸 야옹야옹 우는 거예요. 저는 안방 침대에 있었고요. 자꾸 울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갔더니 저를 그냥 빤히 올려다보기에 혹시나 해서 옷장 문을 열어봤어요. 그랬더니 거기 제이가 들어 있는 거예요. 실수로 제이가 들어간 줄 모르고 옷장 문을 닫았나 봐요. 제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제이를 구해주려고 달이가 그렇게 울었나 싶어 귀엽기도 하더라고요. 내심은 서로를 신경 쓰고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의 투병을 겪어낸 선배 집사로서, 반려동물의 투병이나 늙어감에 있어서 반려인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것을 처음 선택한 순간에는 10년 뒤, 15년 뒤까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반려동물도 생명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늙고 병들고 결국은 우리보다 빨리 무지개다리를 건넙니다. 우리가 일단 한 생명의 삶에 관여하기로 선택했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끝까지’ 지켰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 전부가 우리가 선택한 반려인으로서의 삶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에는, 사람보다 빨리 늙는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이별하면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한들 아쉽고 후회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뻔한 얘기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더 많이 사랑하는 것, 그래서 내 반려동물을 돌보는 동시에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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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박은지 저 | 미래의창
반려동물을 낯설어하던 남편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아내가 만나 다양한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고양이의 투병에 함께하며 진정한 고양이의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