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엑세스 TV, 이들의 기반은 견고하다
퍼블릭 액세스 TV는 자신들의 행로에 새로운 분기를 형성했다. 데뷔작만큼이나 잘 들리고, 그러나 데뷔작과는 또 다른 새 앨범이 멋지게 등장했다.
글ㆍ사진 이즘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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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기도 했던 2년 전의 전작 와 비교해본다. 신디사이저의 사용 빈도가 늘어난 데다 그루비한 디스코 리듬의 등장 횟수 또한 많아졌다. 기타가 중심이었던 편곡 구성에는 이제 건반이 끼어들며 스트레이트한 펑크 록 비트 사이사이에는 리드미컬한 그루브가 침투한다. 가장 큰 변화의 요인은 위 둘에 놓여있으나 이외에도 작품의 도처에는 변곡점을 형성하는 다른 요소들 또한 다수 존재한다. 리듬 섹션을 다각화하는 다채로운 퍼커션, 이따금씩 등장해 큼지막하게 사운드 부피를 키우는 풍성한 브라스, 음향 전반에 공간감을 부여하는 널찍한 사운드스케이프 역시 그러한 장치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직선성과 원초성, 최소주의가 다분한 파워팝과 펑크 록이 열어젖힌 퍼블릭 액세스 TV의 디스코그래피는 이제 다양성과 유연성, 약간의 실험성이 깃든 댄스 펑크, 뉴 웨이브로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됐다.

 

가 초기의 카스에 가까이 자리한다면 는 보다 팝적인 토킹 헤즈, 블론디에 넓은 접촉면을 형성한다. 「Meltdown」 「Wait it out」과 같은 곡에 여전히 카스를 연상케하는 지점이 있지마는 그마저도 기타 위주의 파워팝이 아닌, 신디사이저를 덧입힌 뉴 웨이브에서의 카스에 가깝다. 앨범을 시작하는 「Safari (in my head)」에서부터 변화의 기조는 적극 모습을 드러낸다. 잘게 쪼갠 하이햇과 그루비한 스네어에 들어선 펑키한 리듬, 리프 선율의 모티브를 가져가는 신디사이저는 퍼블릭 액세스 TV가 새 사운드 디자이닝의 무게중심을 어느 방향으로 옮겼는지 어렵지 않게 실증한다. 전작이라면 기타가 수행했어야 할 역할을 건반과 혼 섹션에 맡긴 「Shell no. 2」, 각양의 퍼커션 비트와 캐치한 키보드 멜로디, 효과음으로 사용한 숨소리가 특징을 이루는 「Your god and mine」도 그렇거니와, 펑키한 기타와 다채로운 리듬 파트, 이따금씩 부피 큰 브라스를 활용해 만든 「Lost in the game」과 디스코 댄스 「Metrotech」, 라몬스 식의 코드 구성과 멜로디에다 블론디처럼 신디사이저를 후경에 얹고 기타 잔향을 길게 빼내는 「Rough boy」등의 트랙 역시 변이의 증거를 다수 보여준다.

 

위와 같은 변이와 함께하면서도 퍼블릭 액세스 TV는 를 통해 정립한 자신들의 사운드 정체성에도 또한 충실하다. 데뷔작에서 선보인 단순한 코드 진행과 간편한 멜로디 구성, 스트레이트한 전개 구조 같은 펑크 인자는 의 사운드 바탕은 물론, 밴드가 탐험한 뉴 웨이브라는 장르의 근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나타내며, 접근성 높은 보컬 선율과, 신디사이저에 담은 캐치한 리프, 한 차례 분위기를 환기하는 브릿지 편성, 여유로운 완급 조절 등 송라이팅 단계에서 보였던 이들의 전법 역시 밴드의 컬러를 탄탄하게 지킨다. 덕분에 신선한 시도가 도처에 여럿 산재해있음에도 이번 앨범은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Meltdown」과 「Metrotech」, 「Lost in the game」을 비롯한 작품 내 뉴 웨이브 스타일 트랙의 다수는 밴드가 전작에서 취했던 펑크, 파워팝의 문법으로도 충분히 치환 가능한 데다, 「Shell No. 2」 「Your god and mine」 「Safari (in my head)」 등의 여러 트랙은 퍼블릭 액세스 TV의 전형적인 송라이팅이 낳은 산물에 해당한다. 이들의 기반은 견고하다.

 

새로운 시도와 기존의 컬러가 이루는 조화는 상당하다. 낯선 터치들이 퍼블릭 액세스 TV 고유의 사운드를 침범하나 그 결과는 결코 이질적이지 않다. 밴드가 지닌 미니멀한 뉴욕 펑크의 성분은 뉴 웨이브 사운드를 수용하는 데에 안정된 기반을 제공하고, 쉽게 들리는 멜로디는 보컬과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등 각양의 파트를 자신의 매개로 삼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낳는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치들을 자신들의 영역에 매끄럽게 이식해 레퍼토리 규모를 원활히 넓히면서도 잘 건설해놓은 기존의 사운드 세계를 결코 훼손하지 않았다. 데뷔 앨범에서의 퍼블릭 액세스 TV를 견인해오는 「Shell no. 2」 「Your god and mine」부터 뉴 웨이브 시대의 멀끔한 사운드 텍스처를 덧입힌 「Ain’t no friend of mine」과 「The quicksands」,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동부 펑크, 뉴 웨이브 신 선험자들의 자취를 해석하는 「Lost in the game」 「Metrotech」 「Meltdown」 「Rough boy」, 또 다른 퍼블릭 액세스 TV의 탄생을 완벽하게 담은 「Safari (in my head)」에 이르는 결과물들은 사운드 실험의 양태와 그 긍정적인 의의를 적확하게 설명해낸다.

 

앨범 내외 양 측면에서 고루 호평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상술했듯 는 밴드의 사운드 실험과 경계 확장에 성공한 증거로 기능할 뿐 아니라 좋은 곡들을 다수 담고도 있다. 전작과는 자못 다른 형태가 주는 생경함이 음반으로의 접근을 다소 저해한다마는, 작품의 가치를 손상하는 결점으로는 결코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밴드의 다양한 시도를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 있어 이 역시 긍정적인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근사하게 만든 앨범이 탄생했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 역시 수작이라 하겠다. 퍼블릭 액세스 TV의 재능은 여전하고 개개의 트랙들 또한 우수하다. 밴드의 컬러 변신에 적합한 사운드 프로덕션을 제공한 체어리프트의 패트릭 윔벌리에게도 물론 공을 돌려야 한다. 레트로 신스팝 사운드에 대한 프로듀서의 높은 이해는 새 사운드가 알맞게 자리하는 데에 큰 도움을 제공했다. 그렇게 대담하면서도 훌륭하게, 퍼블릭 액세스 TV는 자신들의 행로에 새로운 분기를 형성했다. 데뷔작만큼이나 잘 들리고, 그러나 데뷔작과는 또 다른 새 앨범이 멋지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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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