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을 위한 궁극의 프라이팬
뜨거웠던 도전의 역사 끝에 일상성을 찾아 안착한 팬이 일명 ‘엑스칼리버 후라이팬’이라 부르는 업소용 팬이다.
글ㆍ사진 김교석(칼럼니스트)
2018.08.07
작게
크게

womensweekly.com.jpg

           womensweekly.com

 

 

취향은 사실 환경이 만드는 거다. 자기 자신만 진실을 모르는 <트루먼쇼>의 짐 캐리와 같달까. 아무리 주체적인 취향을 갖고 있다 자부해도 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산업이든 힙스터 문화에서든 당대 유행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난히 자신의 감도가 좋다고 생각하거나 ‘취향’ 어쩌고를 앞세우며 사는 삶은 근본적으로 고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멋은 그렇게 마주한 취향을 얼마만큼 체화할 수 있는가 정도이며, 이를 인정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주방 용품의 유행은 이런 ‘취향관’에 적합한 사례다. 드부이에에서 샐러드마스터까지 맘카페에 특정 브랜드의 프라이팬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 건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한 해외 스타 셰프들의 쿡방이 우리나라 TV에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쿡방의 저변이 확대되고, 환경호르몬을 발산하는 프라이팬 코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무쇠 팬이 가진 친환경 슬로우 라이프 코드가 각광받으며 어떤 프라이팬을 쓰는가는 재력과 문화적 취향뿐 아니라 사회적 의식과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기호로 유행하게 됐다.

 

 

룸바이홈키친.jpg

                                       룸바이홈키친

 

 

돌이켜보면 전부다 몰랐으면 더 좋았을 이야기다. 스텐에서 무쇠로 그리고 다시 스텐(그사이 세라믹도 다녀갔다)으로 돌고 도는 맘카페의 조류에 함께 올라탄 방랑과 모험의 여정 끝에 남은 건 하부 찬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높게 들어찬 프라이팬 산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는 취향을 앞세우거나 유행하는 새로운 경향을 몸소 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대화가 아니라 혼자 사는 단출한 살림에 어울리는 궁극의 일상 프라이팬에 대한 조언이다.

 

스텐과 무쇠 팬이 나쁠 리가 없다. 둘 다 반영구적이며 열전도에 있어 유리하고, 불소수지 걱정은 접어둬도 되니 자녀가 있는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상 요리를 망치고 멀리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한다. 스텐 팬인 경우 처음 사면 식초나 베이킹 소다를 넣고 끓인 다음 올리브유 등으로 닦는 세척 과정을 해야 하고, 무쇠 팬은 몇 차례나 기름을 먹이는 시즈닝을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낮은 불에서 불 조절을 해가며 조리해야 눌러 붙지 않는다. 스웨덴에선 무조건 무쇠 팬을 쓴다고 해서 끈기를 갖고 다양한 제품에 도전해봤지만, 요리 전엔 꽤나 긴 예열시간을 가져야 하고 사용 후에는 바로바로 물로만 씻어서 말리고 기름칠 하는 작업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어서 북유럽 라이프와는 등을 지게 됐다. 다들 길만 잘들이면 된다고는 하나 길들이기가 텍사스 로데오만큼 만만치 않아서 계란 하나 굽는 데도 많은 정성이 필요하고 너무 무겁다. 안 그래도 불 앞에 서기 꺼려지는 무더위에 도저히 할 일이 아니다.

 

 

암바이재팬.jpg

                                         암바이재팬

 

 

뜨거웠던 도전의 역사 끝에 일상성을 찾아 안착한 팬이 일명 ‘엑스칼리버 후라이팬’이라 부르는 업소용 팬이다. 이와츄, 샐러드마스터, 휘슬러, 드부이에, 터크 등등을 찬장 속으로 밀어낸 실전에 특화된 전천후 프라이팬이다. 참고로 이 제품을 검색할 땐 ‘후라이팬’이라고 쳐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사실 엑스칼리버는 제품명이 아니다. 미국 위드포스사의 특허 코팅법의 명칭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코팅 팬에 비해 10배 이상의 긴 수명과 강력한 코팅력을 자랑한다. 권장하진 않지만 식용유 없이 계란을 구워도 전혀 눌러 붙지 않고 써니사이드업이 나올 정도며, 이 팬만 있음 누구나 럭비공 모양의 오믈렛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가벼워서 핸들링하기도 좋은데, 과거 공효진이 <파스타>에서 동전을 넣고 팬 돌리기 연습을 하던 바로 그 팬이다.

 

하부는 통3중 알루미늄 구조이고, 윗면은 예의 엑스칼리버 코팅을 깔아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사용해야 하는 업소에 제격인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4.8센티미터 정도의 깊이가 있어서 스테이크 등의 굽기부터 파스타 같은 볶음요리나 국물 자작한 전골류까지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매력적인 건 가격이다. 웬만하면 1~3만 원 대 사이에서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엑스칼리버 팬은 어느 한 회사의 제품명이 아니다. 같은 이름과 디자인으로 국산부터 중국산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주방용품업체가 제작한 물건이 좋고, 경험상, 바닥에 킹센스, 도일(DOIL), EXCALIBUR-PAN 등이 각인되어 있다면 마음 놓고 집으면 된다.

 

그간 엑스칼리버 팬의 최대 단점이 인덕션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는데, 최근에 혼용 가능한 제품이 킹센스, 알텐바흐 등에서 나왔다. 혹시나 외향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면, 표면을 가공해 무쇠 팬의 단점을 대거 보완한 일본 암바이(ambai)사의 제품들이 훌륭한 대안이다. 실사용 예는 <효리네 민박2>를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코팅 팬은 기름이나 수분 없이 가능한 절대로 예열하지 않는 게 좋다. 많이들 걱정하는 불소수지가 배출되기 때문인데 수분을 함유한 음식을 함께 가열하면 사실상 팬에서 불소수지가 분해될 정도로 온도가 치솟지 않아 대부분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후라이팬 #취향관 #주방용품 #일상성
0의 댓글
Writer Avatar

김교석(칼럼니스트)

푸른숲 출판사의 벤치워머. 어쩌다가 『아무튼, 계속』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