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특집] 덕심으로 쭉 쓴다 – 전혜진
웹소설로는 시프트북스에 연재중인 『자살 클럽』이 있고, 올 하반기에 연재를 시작할 만화를 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ㆍ사진 기낙경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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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 :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글을 쓴다. 웹소설, 라이트노벨, 만화 스토리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 『월하의 동사무소』 , 『리베르떼』  , 『레이디 디텍티브』 , 『홍등의 골목』  , 『나와 그애의 화학반응』 등이 있으며 시프트 북스에 『자살클럽』을 연재하고 있다.

 

작가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나우누리, 조아라(당시 유조아) 같은 곳에 습작을 꾸준히 올리던 중, 2006년 말 대원씨아이의 순정잡지 <이슈>의 ‘이슈 노벨’이라는 여성향 라이트노벨 브랜드에서 소설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투고, 편집부상을 받고 데뷔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주선과 검과 마법이 나오는 스페이스 오페라 느낌의 여성향 판타지로 습작했고 라이트노벨로 데뷔했고, 이후 이슈 노벨의 담당 편집자님의 권유로 만화 콘티 작업을 시작했다고 봐야겠네요. 중간중간 스릴러나 SF도 내키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은?


웹소설로는 시프트북스에 연재중인 『자살 클럽』이 있고, 올 하반기에 연재를 시작할 만화를 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동시에 3작품 정도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건강상의 문제로 예전에 세이브해 둔 것을 열심히 축내고 있어요. 내년까지는 건강을 위해 동시에 두 작품 안쪽으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만화는 『레이디 디텍티브』. 처음으로 수출된 작품이기도 하고, 수출된 그 해에 전미 도서관협회의 영어덜트 그래픽노블 추천작 목록에 올라가는 소소한 영광도 누렸었죠. 무엇보다도 셜록 홈즈의 팬이기도 한 이기하라는 걸출한 작가와 함께 작업해서 영광이었던 작품입니다. 소설로는 브릿G에 연재했던 『감겨진 눈 아래에』가 마음에 드는데, 소설은 계속 마음에 드는 글이 갱신되고 있고, 계속 이 리스트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는데, 작가 입장에서 각 장르의 장단점이 있다면? 


웹소설은 기획에서부터 집필, 연재까지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독자의 반응 역시 바로바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기승전결과 클리프행어를 주는 단위가 무척 짧다는 것. 그래서 한 화 한 화를 쓰고 읽을 때는 즐겁지만, 전체를 쭉 읽을 때는 완급을 다시 손봐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생긴다는 것입니다. 라이트노벨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들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실제로 단독으로는 시장성이 떨어지는 장르들이 라이트노벨과 결합하여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들도 있고요. 또 글에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붙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만화 스토리는, 제가 작업을 한 뒤에도 편집부의 검수라든가, 작화 과정 등이 남아 있어 사이트에서 완성된 형태로 제공될 때 까지의 텀이 상대적으로 긴 편입니다. 콘티를 짜야 하다 보니 그림실력이나 공간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화로 보고 싶은 이야기를, 프로 작가가 작화해서 만화로 만들고, 원고료까지 받고 있으니 애정과 덕심과 통장이 함께 채워지는 마법 같아서 중독성이 꽤 강합니다.

 

잘 써지는 스토리,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나?


로맨스나 성애를 다루는 것에는 다소 어려움을 느끼는 편입니다. 쓰려고 노력하면 아주 못 쓰는 건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 유난히 성과가 안 나오는 부분이랄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로맨스를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정말 많이 계시니, 저는 SF라든가 추리나 스릴러가 가미된, 제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을 주력으로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계속 공략해도 되지 않을까요.

 

본업이 따로 있다. 작품 활동과 병행하는 일상의 루틴이 있다면?


아침에 출근해서 평범하게 근무하고 돌아와서, 22시 정도까지 아이와 밥 먹고 이야기하고 책 보고 놀다가, 아이를 재우는 김에 두 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나서 새벽에 두 시간 남짓 작업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가 출근합니다. 소설은 이미 설계도가 나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작업하고, 만화는 주말에 작업합니다. 만화작업이 없을 때는 소설 세이브를 만들고요. 요즘은 건강 문제 때문에, 주에 세 번 정도만 새벽 작업을 합니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일이자 취미여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글쓰기로 풀고 있습니다.

 

나는 왜 쓰는가?


역시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으니까 쓰는 게 아닐까요. 사실 웹소설은 한번 시작하면 최소 몇개월, 길면 1년 넘게도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그것도 매일 한정된 글자수 안에서 기승전결이 들어가야 하고, 단행본이 아니다 보니 복선을 장기적으로 복잡하게 끌고 가기도 어렵고요. 한번에 단거리 질주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 이어서 마라톤을 달리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거리를 매일매일 달려서 기록을 내는 것 같은 날들이 계속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니까, 쓰지 않으면 어딘가 답답해지니까 계속 쓰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전해 줄 팁이 있다면?


데뷔는 재능과 노력으로 할 수 있겠지만 연재는 체력입니다. 1년에 한번씩 건강검진 받으세요. 아무리 쓰고 싶은 게 많아도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이걸 내가 정말 기한 내에 다 쓸 수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세요. 그리고 건강에 돈 들이는 걸 아까워하지 마세요.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세번씩 읽고 모르는 단어나 애매한 개념은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 물어보세요.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모호하게 해석되는 부분은 웬만하면 고치는 걸 제안해 보시고 도장 찍으세요. 그리고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늘 국세청에 승리하시길 빕니다.

 

한국의 웹소설, 라이트 노벨 환경에 대하여.


글을 쓸 기회와 지면이 늘어났지만, 꾸준히 이 일을 계속하려면 자기관리가 필요하고, 불행히도 현재의 웹소설 체제에서 작가의 위치는 아직 많이 취약합니다. 갑자기 카테고리가 닫히거나 연재중단을 당하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다른 많은 창작분야들이 그렇듯 이쪽도 작가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모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리뷰를 넘어 평론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고요. 다행히도 얼마 전 출범한 텍스트릿과 같은 사이트가 평론 쪽을 많이 보완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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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