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퍼디난드, 처짐과 신남 사이
한마디로 ‘엣지’가 사라졌다. 발을 구를 정도는 되지만, 밴드의 원래 모토처럼 다 잊고 춤을 추기엔 살짝 아쉬운 앨범.
글ㆍ사진 이즘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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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아쉽다.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들의 음악 행보, 그러니까 엄청난 흥겨움을 보여준 데뷔앨범부터 신시사이저를 도입하며 조금 어두움이 묻어났던 3~4집으로의 흐름을 잠시 멈춰 결산하는 느낌인데, 확실하게 어느 하나를 잡지 못한 채 중간지점에 엉거주춤 서 있는 느낌이다. 이것도 저것도 적당히 끌어 쓰다 보니 옛날처럼 미친 듯이 어깨를 흔들기엔 조금 어정쩡한 음악이 되었다. 처짐과 신남의 강도가 양쪽의 스위치를 애매하게 툭툭 건드리다가 끝나버린다.

 

그렇다고 음악을 못 만들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특히 첫 곡 「Always ascending」은 서정적인 인트로 이후 일렉트로니카로 고조한 분위기를 신나는 밴드 사운드로 이어가는 디테일한 구성이 매력적이다. 깔짝대는 기타 연주와 신시사이저가 후끈한 배합을 뽐낸다. 정박마다 꽂히는 비트 위로 나머지 밴드가 흥겨운 그루브를 주조해내는 퍼디난드 스타일은 「Glimpse of love」, 「Feel the love go」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다만 「Take me out」, 「Evil eye」 등 예전 히트곡들처럼 귀에 팍 꽂히는 훅이 없어 감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휘발된다.

 

변칙적인 리듬감의 「Lazy boy」, 똘망똘망한 기타 리프와 댄서블한 밴드 사운드가 인상적인 「Finally」처럼 재미있는 곡들도 있다. 곡들에 전체적으로 신시사이저 톤을 한 꺼풀 입혔는데, ‘미아우 미아우’라는 활동명으로 더 알려진 신스 팝 뮤지션 줄리안 코리(Julian Corrie)의 합류와 역시 신스 팝 뮤지션인 밴드 캐시우스(Cassius)의 멤버 필립 자르(Philippe Zdar)가 프로듀서를 맡은 영향이다. 건반을 강조한 울적한 곡 「The academy award」와 흐릿한 신시사이저 톤이 곡을 감싸는 감성적인 「Slow don’t kill me slow」 같은 곡들이 대표적이다.

 

신스 팝과의 교배는 세 번째 곡 「Paper cage」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프란츠 퍼디난드를 꾸준히 들어 왔다면 익숙할 만한 댄스-펑크(Dance-Punk) 곡인데, 뭉툭한 베이스와 함께 깔리는 신시사이저와 건반이 곡 전반을 주도한다. 그러나 앨범을 들을수록 이러한 배합이 썩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새로운 사운드에의 시도가 개러지 록을 기반으로 한 날것의 느낌과 날카로운 그루브라는 프란츠 퍼디난드만의 색깔을 희석한 셈이다. 한마디로 ‘엣지’가 사라졌다. 발을 구를 정도는 되지만, 밴드의 원래 모토처럼 다 잊고 춤을 추기엔 살짝 아쉬운 앨범.

 

 


조해람(chrbb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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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퍼디난드 #Always Ascending #Glimpse of love #Feel the lov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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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