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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흔적은 목소리뿐

김성규 『10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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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의 곡을 들으며 넬의 디스코그래피를 뒤적이게 됐다. 더 신중하게 수록곡을 선택했어야 했다. (2018.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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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자체의 완성도는 좋다. 「뭐랬어」는 약간의 덥스텝과 부드러운 펀치넬로, 김성규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첫 곡이고, 「머물러줘」는 청량한 기타가, 「끌림」은 신시사이저와 피아노가 좋은 선율을 만들어낸다. 신스와 전자음을 멜로디의 주된 요소로 삼고 거기에 가창을 묻어가지 않은 점도 돋보인다. 타이틀 「True love」 같이 리듬감이 어렵고, 높은 음정의 노래를 김성규는 라이브로 거뜬하게 소화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도 그는 ‘자신’을 놓쳤다. 미니 2집 <27>에 이어 또다시 손을 잡은 김종완(넬, 보컬)의 세력이 첫 번째 정규 <10 stories>에서는 더욱 넓고 구체적으로 자리한다. 「Sorry」의 가성은 넬의 「Good night」에서 김종완 목소리가 무리 없이 떠오른다. 음색이 비슷한 탓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곡 자체의 분위기와 일렉트로닉 기타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진행까지 같은 상황에서 연상이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보컬 디렉팅의 아쉬움은 「천사의 도시」 「Sentimental」과 같은 후반부에서 잇따라 찾아온다. 계속해서 넬, 김종완의 그림자 아래 있다 보니 브라스로 멋진 마무리를 이끈 「머물러줘」, 전형적인 피아노 반주의 발라드 「지워지는 날들」에서 아무리 멋진 호흡과 가창을 선보인들 다채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돌출되는 신시사이저 멜로디의 「끌림」을 들으며 넬의 흔적을 찾고, 기어이 「희망고문」을 그 숙주로 찾아내는 것이다.

 

10개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흔적은 목소리뿐이다. 오히려 록, 피아노 발라드, 어쿠스틱, 댄서블한 비트로 채워졌던 첫 솔로 음반 <Another me>에서 그가 더 잘 드러났다. 우상으로 여기던 뮤지션의 녹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건 물론 소중한 경험이겠지만 자신의 색을 잃은 상황에서 완성작은 위태로울 뿐이다. 김성규의 곡을 들으며 넬의 디스코그래피를 뒤적이게 됐다. 더 신중하게 수록곡을 선택했어야 했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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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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