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삐뚤삐뚤, 자세히 보면 반듯반듯 연필로 꾹꾹 눌러쓴 손글씨로 많은 공감을 얻었던 안대근 작가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혼자 오래 좋아해본 사람’, ‘최선을 다해 이별하는 사람’, ‘누구보다 열심히 기억하는 사람’ 등 저자가 꺼내 놓은 솔직한 마음을 만나다 보면 볼이 발그레 달아오르기도 하고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본인 역시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안대근 작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 에는 '기다리는 사람', '빨대에 자국을 남기는 사람', '눈이 맵게 만드는 사람', 거짓말에 관대한 사람' 등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주위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러한 편인가요?
먼저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도 유난히 잔상이 오래 남는 것들이 있잖아요. 제가 기록한 사람들은 아마 저에게 그런 존재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묘사한 사람들은 어쩌면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저에게 남은 기억대로,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세심히 그려낸 것 같기도 해요.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에 대한 감상이 많이 등장하지요. 그런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랄지 노력이 있는지요?
꾸준히 기록하는 게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목적 없이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보물처럼 다가오기도 해요. 이따금씩 내가 적었던 글을 읽으며 예전의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 하고 감격하게 되는 순간도 많거든요. 기록하지 않았으면 놓쳤을 것들이죠. 시간은 모두가 소중하지만 ‘순간’이라는 것의 가치는 참 커요. 지금에 충실하라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을 보내고 나면 그 원형을 가지고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어떤 글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더 맛있고 가치있게 다져지기도 하지만요.
좀 유치한 질문입니다만, 무인도에 가야 한다면 작가님이 챙기실 세 가지는 어떤 걸까요? (웃음)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를 가장 먼저 챙길 것 같아요. 대학시절 잠깐 동안 자취를 할 때도, 고향집에 있던 편지상자를 자취방에 가져다 놓았어요. 실제로 일상 속에서 꺼내서 읽어보거나 하지는 않아요. 근데 그냥 언제든 편지에 적힌 마음들을 꺼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부적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두번째로는 필기구를 챙겨갈 거예요. 내 자신을 돌아보고 여러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에 무인도만큼 좋은 장소도 없을 테니까요.
마지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인 <오디션(천계영 작)>을 챙겨갈 거예요. 지금까지 100번은 넘게 읽은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재밌고 새롭고 감동이거든요. 저는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무엇을 만나는지가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어요. 저는 오디션이 그래요. 오디션이 있다면 무인도의 지루함도 거뜬히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책에 실린 많은 이야기 중에서, 그래도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꼭지가 있나요?
<캔참치 순정>을 좋아해요. 이 글은 20대 초반에 적은 건데요. 실제로 치아교정을 하던 당시의 경험과 생각을 그대로 적었어요. 여전히 캔참치를 좋아해요. 어릴 때 많이 먹었던 음식들이 물려서 이젠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요. 저에겐 여전히 캔참치가 엄마의 마음 같아서 좋아요. 이제는 무뚝뚝한 아들인 제가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같기도 하고요.
또 <우리 사이에 시집>이라는 꼭지를 좋아해요. 저를 스쳐간 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 지금 불안함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시집처럼 가서 닿기를 바라요.
책을 출간하고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으셨나요?
SNS에서 오래전부터 제 글을 봐주던 독자분들이 계세요. 책을 사고서는 자신이 좋아서 캡쳐해둔 꼭지는 있는지, 어떤 꼭지들이 책에서 빠졌는지, 어떤 부분들이 수정됐는지 찾아봤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그중에 한 분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그분은 추위를 많이 타서 차가운 것을 못 만진대요. 겨울에는 벤치에도 못 앉고, 평소엔 좋아하는 공원의 운동기구들도 날이 추워지면 멀리한대요. 근데 택배차를 타고 오느라 차갑게 식은 제 책은 계속 만지게 됐대요. 사람 손은 꽁꽁 얼어 있어도 계속 만지고만 싶은 것처럼, 제 책이 그렇게 느껴져서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않고 손 온도랑 책의 온도가 비슷해질 때가 있었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기뻐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책을 내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스스로가 달라졌다기보단 일상이 새로워진 기분이에요. 여전히 서점에 제 책이 놓여 있는 걸 보면 감격이고, 인터넷에 책을 검색하면 제 이름이 나오는 게 신기해요. 누군가가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면, 또 그게 참 부끄러우면서도 마음이 몽글몽글거려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은 제 감정들의 나열이었다고 생각해요. 외롭고 힘든 순간에는 자기와 비슷한 사람 한명만 만나도 큰 위로가 되잖아요. 제 감정들이 아마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다음 책에서는 감정을 서술하는 것에서 좀 더 나아가 가족이나 사랑, 그리고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등의 주제에 대해 제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조금은 긴 호흡의 에세이로 적어보고 싶어요. 또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오디션>을 가지고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글감을 가져와 에세이를 적어보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작업이에요. 그래서 오디션의 천계영 작가님께 헌정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내 글이 꼭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준 게 아닐까 해요. SNS에 글을 쓰는 사람이 정말 많잖아요. 저는 지금 청소년기를 지나는 아이들은 나중에 컸을 때 다들 시집 한권 씩을 낼 수 있는 시절 감수성을 가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 세상에 넘치는 감성적인 느낌의 글들을 충분히 오글거린다고 치부하거나, 유치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SNS의 많은 글들을 보면서 제 마음에 드는 것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많았어요. 그러면서도 내 글은 그들과는 좀 다르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와서 보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결국 다를 것 없는 똑같은 글이에요. 하지만 그런 제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제 글을 통해 행복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 안에서 제가 행복함을 느껴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글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요즘엔 가장 소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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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예쁘고 마음이 근사한 사람안대근 저 | 달
무얼 먹어도 체한 것처럼 가슴팍에 툭 걸리던 시기였으니 언제나 꼭꼭 씹어먹는다. 스치듯 만난 한 사람 한 사람도 마음에 쾅쾅 새겨두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s4735676
2018.04.01
보내듯 써내려간 작가의 마음이, 영혼이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다.
50대 중반의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니,,
그리고 작가의 이름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보았더라!! 마리몬드 제품을 사면 함께 내 손에 쥐어지는
작은카드에 엄마이야기를 쓴 카드메세지??
그곳에서 본 이름이었다. 오늘하루에 다 읽었다.
아쉬운 점은 단락이 좀 짧았다. 뭔가 더 이야기를 해도 될것 같은데
몰두하려 하면 끝맺음이 왔다. 그러나 그냥 좋다. 공감편지를 우체통으로
하나가득 받은 느낌이 행복한 글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