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머지않은 미래, 예견된 ‘활자의 죽음’이 현실화된다. 서점과 도서관, 신문, 잡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사람들은 밈이라는 차세대 초소형 스마트기기에 빠져 대다수의 시간을 보낸다. 밈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나서기도 전에 택시를 불러주고, 물건을 살 때 계좌에 돈이 모자라면 알려주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당장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 주문해주기까지 하는, 현대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심지어 밈은 ‘워드익스체인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신조어를 팔기까지 한다.
애너 존슨은 곧 출간될 역사상 마지막 사전 판본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북미영어대사전’을 만드는 회사 ‘딕셔너리’에서 일한다. 초지일관 밈을 비롯한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반대해온 아버지는, 사람들이 손글씨로 편지를 쓰고 때로는 실제로 목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복고 성향의 지식인이다. 애너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 밈을 사용하기가 어쩐지 꺼려지지만 ‘밈에 의존하다가는 기억력이 약화되는 건 물론 문명마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탄식이 그리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앨리스’라고 적힌 종이만을 남긴 채 딕셔너리에서 사라진다. 그것은 만에 하나 아버지가 위험에 빠졌을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놓은 둘만의 암호로, 애너는 반신반의하며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늦은 밤 아버지를 찾아 딕셔너리에 간 애너는 ‘북미영어대사전’을 파괴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다. 그렇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 굴로 들어간 애너는 ‘언어 독감’이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에 휘말리게 된다. 종말론적 테크놀로지 스릴러를 표방하는 이 소설은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하는 기계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우리 인간이 치르는 막대한 문화적 대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경고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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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앨리너 그래이든 저/황근하 역 | 검은숲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하는 기계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우리 인간이 치르는 막대한 문화적 대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경고하는 역작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