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는 사랑에 빠진 설렘과 떨림을 단어화하고 노래화했다. 'Candy jelly love'나 'Ah-Choo', '안녕(Hi~)' 온도는 다르지만 그려온 주제는 같다. 사랑하는 순간 들린다는 '종소리' 역시 방향을 이어받는 곡이다. 워너원의 'Wanna be'에서 들려준 원택과 탁 콤비의 런치패드로 속도를 더하는 방식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기존 노래보다 발랄함을 강조해 러블리즈 답지 않은 빠르기를 높였지만 캐럴을 겨냥한 차임벨 소리와 달콤한 선율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출발부터 윤상이 프로듀서로 도움을 준 것은 행운이다. 윤상의 투명하고 깨끗한 일렉트로닉 편곡은 음악 속에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녹여줬고 다른 작곡가로 옮겨온 지금까지 컨셉을 크게 변화하거나 난항을 겪지 않았다. 작사가 김이나 또한 러블리즈의 가사를 쓸 때 예쁜 단어로만 고심해 적었다고 밝혔듯, 음반은 파스텔 톤의 여릿한 소리와 노랫말로 채워져 있다. 심규선이 선물한 '졸린 꿈' 역시 동화적이고 무해한 색깔의 곡이다.
수록곡에서도 비슷한 정서를 유지하기에 발매하는 앨범마다 일정한 완성도를 들려준다. 좋아하는 이를 향한 두근거림은 '삼각형'의 촘촘한 전자음 위에서 젤리빈처럼 튕겨 오르다가도 'FALLIN`'에서 차분해지기도 한다. 간지러운 추임새를 상징으로 내세우지만 호불호를 가르는 장벽으로 남고, 도리어 팀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몇몇 멤버들의 보컬이 주목된다. 케이의 맑은 음색이나 미숙한 첫 사랑을 앓는 듯한 수정의 보컬은 노래에서 명확한 캐릭터를 전달한다.
청순이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얇은 차이로 구분되던 걸그룹이 조금씩 각자의 개성을 찾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러블리즈는 여전히 데뷔 시절의 모습에 머물며 일정한 특징을 간직한다. 난해해지며 울타리를 세우는 레드벨벳이나 귀엽고 친근해지고자 하는 트와이스와는 다른 방향이다. 어쩌면 대중적 흥행과 선을 그으며 팬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걸그룹 음악에서 수수한 소녀성을 찾는 이들이 빠져나오기 어렵도록 양질의 곡으로 마음을 얻어낸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