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입술 벙긋해 노래를 부르지만 설탕처럼 달콤한 말이 아니다. 랄라스윗의 음악은 ‘너도 나도 결국 우리, 이렇게 살고 있어’라는 덤덤한 고백이다.
지난여름을 어떻게 보냈나요?
별: 6월에 「여름비」라는 싱글을 내고 ‘원더랜드’라는 이름으로 단독 공연도 했어요. 가을에 미니 앨범이 나오는데 곡 만들고 연습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네요.
현아: 맞아요. 여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미니 앨범이 발매된다니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겠네요.
현아 : 이번 앨범은 종합 선물 세트예요. 지금까지의 랄라스윗 음악 중 가장 새로운 곡들로 채웠어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5곡이 다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재즈, 발라드 등 트랙마다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답니다.
별 : 랄라스윗의 2017년 목표가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해보자는 거였거든요. 하지만 가사 안에는 그동안의 ‘랄라스윗스러움’이 여전히 담겨 있어요.
만화가 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 적이 있나요?
별 : 당연히 그래요. 실제로 「컬러풀」의 노래 제목은 만화에서 빌려왔어요. 곡을 다 만들고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 없이 『내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꺼내 봤죠. 만화 책장이 거실과 방 사이에 있다 보니 평소에도 오가다 한 권씩 집어 들곤 하거든요. 시리즈 중간의 외전이었는데 ‘컬러풀’이 그 안에 있던 제목 중 하나예요. 순정 만화는 사랑에 관한 노래들을 만드는데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현아 : 특유의 오글거림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명언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터치』나 『H2』 등은 저도 볼 때마다 흔한 말로 ‘돋는’ 표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문장들은 메모를 해서 기억해두곤 해요.
인생이 만화 같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현아 : 데뷔할 때 그랬어요. 열일곱, 열여섯에 만난 두 친구가 꿈을 다시 이어보자고 ‘대학가요제’에 나갔죠.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지만 막상 합격자 명단에 올랐을 때는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설마 되겠어?’라는 장난스러운 마음도 있었거든요. 한데 MBC 홈페이지의 명단을 확인하자 “진짜 된 거야? TV에도 나간다는데?” 둘이 놀란 눈으로 통화하면서 “못 한다고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도 했어요. 어쨌든 그때부터 무대에 서고 본격적인 데뷔를 할 때까지를 돌이켜보면 꼭 만화 속 장면 장면 같아요. 코믹한 청춘물 같은 느낌이에요.
별 : 저희가 『너에게 닿기를』이라는 애니메이션 OST를 불렀거든요. TV를 보는데 만화가 끝나고 노래가 나가면서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랄라스윗 이름이 적있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투니버스’를 눈에 달고 살았던 입장에서 그 순간이 진짜 만화 같았어요.
힘들 때 만화로 위로를 받곤 하나요?
별 : 한때 『원피스』에 빠져 있었는데, 모험을 함께 즐기면서 만화 속 세상이 외려 현실 같더라고요. 반대로 힘든 현실이 꿈처럼 느껴지고요. 만화책을 보면서 고단한 지금을 저만치 밀어두는 순간이 위로라면 위로였던 것 같아요.
현아 : 저는 좀 반대인 것이, 만화를 통해 현실을 자각하면서 심심한 위로를 받아요.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 『심해어』나 『시가테라』 『낮비』 등을 보면 왜 사나할 정도로 지질하고 한심한 주인공들이 등장하거든요. 결말도 뚜렷하지 않고 밝게 끝나지도 않죠. 그런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이렇게도 사는구나,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비교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런 인생들을 보면서 내 삶의 힘듦도 평범하게, 별것 아니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랄라스윗의 노래도 그런 위안이 되길 바라나요?
현아 : 삶에 대해 생각하자면 제 안에는 솔직히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아요. 살아가는 일을 힘들다고 여기죠. 하지만 제 노래가 그런 삶에 대해 ‘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메시지가 되길 원하진 않아요. 제가 만화를 봤을 때도 그렇듯이 비슷하게 괴롭고 힘든 이야기에 위로가 되거든요.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다들 힘든 이야기들을 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공감하길 원해요. 같이 힘든 걸 알면 덜 외롭잖아요.
별 : ‘랄라디오’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데 힘들다는 사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들이 자주 와요. 그럴 때면 저는 그래요. 힘든 와중에 찾아내는 소소한 행복, ‘오늘 뭐 먹을까’ 같은 짧은 행복의 순간이 모여 하루하루를 사는 것 같다고요. 그 순간들을 열심히 즐기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랄라스윗의 노래도 그런 ‘찰나’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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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iuiu22
2017.09.29
문장
2017.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