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해주는 글은 눈을 질끈 감고 봐요
칭찬을 마주할 때 ‘하하하’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고’ 한 숨을 쉬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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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보긴 보는데 빠르게 봐요. 비평적인 글들은 좀 오래 보고, 칭찬해주는 글은 눈을 질끈 감고 봐요. 물론 좋은 마음으로요.”

 

- 박준 인터뷰 중에서

 

꽤 오래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서, 중간에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서, 나중에는 상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했을 때 얻는 쾌감이 좋아서 계속했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 같은 걸 잘하진 못하지만, 쓸모 없게 여겨지는 이야기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무척 소소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한 사람의 맨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잘 못하는 것에 목매기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인터뷰 기사의 주인공은 ‘인터뷰이’다. 즉,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 인터뷰어의 이름을 보고 인터뷰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젠가 모르는 독자에게 메일이 왔다. 짧은 자기 소개와 함께 인터뷰를 재밌게 읽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메일을 읽는 순간, 웬만하면 올라가지 않는 내 입꼬리가 볼우물 쪽으로 향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감사합니다”라고 답장을 썼다. 드물게 이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생각한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하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았던 인터뷰, 조금 미안했던 인터뷰이들을.

 

얼마 전 박준 시인은 산문집을 펴내고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뷰를 보긴 보는데 빠르게 봐요. 비평적인 글들은 좀 오래 보고, 칭찬해주는 글은 눈을 질끈 감고 봐요. 물론 좋은 마음으로요.” 질끈’이라는 부사를 듣자마자 나는 이 시인이 좋아졌다. 칭찬은 감사하게 받아야 하지만 계속 되새길 것은 아니다. 쓴 소리만 너무 깊이 새기는 것도 좋지 않지만.

 

간혹 생각한다.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에 대해. 같은 일을 겪어도 더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슬퍼하는 사람도 있다. 칭찬을 더 마음에 담아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지만, 태생이 그렇지 않으면 내 성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칭찬을 마주할 때 ‘하하하’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고’ 한숨을 쉬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나는 전자의 성격이 무척이나 부럽지만 후자로 태어났기에 눈을 질끈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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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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