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첫 연재를 시작하여 3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 『보노보노』 가 새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보노보노의 미학은 따뜻함, 여유, 느림이다. 4컷이나 8컷 만화 형식으로 각 챕터의 시작마다 그 화의 메시지를 담은 짧은 글로 시작한다.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건 이상하다. 나도 바람이 세차면 흔들리는데, 나도 이상하다.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데 흔들리는 것은 이상하다. 흔들리는 건 바람과 사이좋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흔들리지 않는 건 아마 바람과 싸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니까’ 라는 글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다양한 동물친구들의 에피소드를 담는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 역주행하려고 하는 우리에게 잠깐 멈추라고 말하는 듯 하지만 목소리가 크지는 않다.
보노보노는 인생의 소중함을 남과 다른 곳에서 발견한다. 강가에서 아빠가 조개로 물을 내리치면 한바퀴 뱅그르르 도는 놀이를 하거나 오소리한테 재주넘기를 배우고 바위를 들어 벌레들이 흩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또한 보노보노는 모두가 때리는 포로리에게서 다른 것을 본다. 포로리의 손은 작은데도 멀쩡하게 움직인다는 것. “너희는 항상 시시껄렁한 짓만 하는구나. 그게 왜 재밌는데? 너무 당연한거 아냐?” 너부리는 어른스럽게 묻는다. 그러면 보노보노는 어른이 된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느림들, 놀라워야 할 기적 같은 일상을 다시 일깨워준다. 하지만 표정이 진지하지는 않다.
포로리와 보노보노, 너부리 셋의 조합은 완벽하다. 셋이 좋다. 밥을 먹어도 둘보다는 셋이 좋고 술을 마셔도 둘보다는 셋이 마시는 게 적적하지 않다. 폭력적이고 매사에 불만인 너부리는 포로리가 ‘도도도’ 걷는 것도 짜증나고 그런 너부리를 말리며 조개로 ‘통’ 때리는 보노보노도 짜증난다. ‘너부리랑 왜 놀지?’ 하고 고민에 빠질 때 포로리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돌 하나 결정하지 못하니까 나쁜 보노보노, 금방 화내니까 나쁜 너부리, 누가 더 나쁜 걸까?’ 라고 말이다. 아이 같이 엉뚱한 보노보노, 늘 군말없이 따르는 포로리, 짜증내도 결국 보노보노가 원하는 걸 다해주는 요즘 말로 ‘츤데레’ 너부리, 세 명은 세 명으로 완벽한 환상의 숲 속 친구다.
두 번 읽으면 더 좋은 책이 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느낌이 또 달라지는 책이 있다. 어른이 되어 읽으면 좋은 책, 아마 그걸 고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만화 보노보노』가 고전이다. 어린 시절에는 편안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나오는 만화로 읽었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바로 ‘소장각’이다. 질주하는 것 같은 인생, 소진되어 가고 있는 열정을 느끼는 어른이라면, 당신이 잊고 있던 인생의 다른 면을 이야기하는 이 해달에게서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김수연 (어린이 MD)
누군가를 웃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초콜렛이 가장 맛있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