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싱글만을 내오던 록밴드 '아이엠낫'(iamnot)이 막 정규 1집을 발표하면서 활동의 닻을 높이 들어 올렸다. 얼핏 신인 같지만 임헌일, 김준호, 양시온 셋 멤버의 이력을 따지면 중견이라고 할 만큼 이미 존재감을 확보한 그룹이다. 밴드의 프런트맨 임헌일부터 그간 '메이트'와 '브레멘'을 거쳤다. 싱글 활동으로 활동 토대를 다진 밴드는 첫 앨범을 기획하면서 '힙'이 아니라 대중적 지향의 의미에서 '팝'을 선택했고 그 회심의 산물 < Hope >는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자는 지향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
뛰어난 소구력은 수록곡 10곡 중 단 한 곡도 놓치지 않게 만든다. 거기에다 조금도 귀에 걸리지 않는 견고한 사운드, 불안이 만성화된 요즘 청춘들을 일깨우는 희망 독려의 메시지 등 수작이 될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대중적 성향'과 '실험'은 동행 가능한가, 충돌하는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산재한 2017년의 역작이다. 아이엠낫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원래 잘해왔던 것을 끄집어내 보자”는 자세로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양시온(베이스)
양시온 씨는 베이스와 신시사이저 프로그래밍 등 앨범 작업을 주도했다. 고생이 상당했을 것 같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양시온: 원래 '브레멘'이라는 밴드로 같이 시작했습니다. 중간에는 '월러스'라는 밴드를 잠깐 했었고 이적과 정준일 씨 프로듀싱 작업을 도왔습니다. 곡으로는 「Eyes open」이 어려웠어요. 편곡 자체는 빨리 나왔는데, 좀 더 좋게 만들려고 막 가다 보니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갔습니다. 여행을 한번 갔다 왔다고 할까요. 처음 생각했던 게 지금 이 곡인데, 다른 편곡으로 갔다고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선우정아가 참여한 곡인데 처음부터 피처링을 생각했나.
양시온: 처음에는 피처링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래 헌일이가 옥타브를 높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걸 '여자가 하면 어떨까' 했는데 그때 딱 생각난 사람이 선우정아였죠.
김준호(드럼)
김준호 씨도 자기소개를 해 달라.
김준호: 역시 브레멘을 같이 했고, 이후에 '스픽아웃'이라는 밴드를 잠깐 한 것 외에 밴드 활동은 거의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뮤지컬에 연주로 참여하고 있어요.
김준호 씨는 아이엠낫 앨범 작업을 마치고 난 지금 어떤 기분인가.
김준호: 일단은 굉장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두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제가 뮤지컬을 하면서 앨범에 참여율이 그리 높지가 않았거든요. 근데 제가 일하는 동안 시온이가 편곡도 멋있게 해놓고, 헌일이는 제가 쓴 곡에 가사도 도와주고 이런 부지런한 친구들을 만나서 전 편했습니다. 제가 많이 배우고 있고 그래서 미안한 감정도 드네요.
임헌일(보컬, 기타)
임헌일 씨가 앨범 전체적인 면에서 색깔과 지향을 정한 것으로 안다. 싱글은 비교적 강성의 록을 취해왔다. 왜 이번 정규는 '팝'스럽게 간 건가. 이게 앨범의 중요한 지점일 것 같다.
임헌일: 그 고민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정규 앨범 작업이 제일 늦어지기도 했고요. 한 1년 정도를 보낸 것 같아요. 시간을 좀 보내다가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원래 잘해왔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 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곡 중 좋았다 싶은 것들을 공유하면서 트랙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지금 앨범과 비슷한 트랙들이 나왔어요. 우리가 없는 새로운 것을 찾아서 떠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첫 정규 앨범에서는 그동안 만들어온 고유의 색깔을 더 확실하게 다지기로 했죠. 음악은 좀 무거웠지만 사실 '브레멘'부터 팝적인 작업은 쭉 해왔거든요.
대중적으로 가자고 방향을 정하고 나서 어떤 곡들을 작업했나.
임헌일: 사실 「Happiness」라는 곡은 제가 솔로 활동을 하려고 만든 곡이었고요. 「Fly」도 마찬가지로 쓰고 가지고 있던 곡이었어요. 그러다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곡도 만들어볼까?'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이 곡들을 꺼냈습니다. 준호가 쓴 「Wake up」도 자신이 솔로 활동을 하려고 만든 곡인데, 저희가 거의 뺐다시피 해서 이번 앨범에 넣었어요. (웃음) 원래는 좀 로킹(rocking)하고 개러지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다 보니 그런 (대중적) 스타일은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점점 서로 접점이 생기다 보니깐 지금의 틀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 같아요.
김준호: 사실 꽤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원래 해왔던 게 세서 이번엔 다르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앨범을 부드럽게 가보자 했을 때 그냥 제가 핸드폰에 녹음한 곡을 들려줬는데 좋아하더라고요. 「Just believe what I say」와 「Hope」가 그랬고, 「Wake up」은 이미 저희 첫 단독 공연에서 혼자 어쿠스틱 느낌으로 공연하기도 했어요.
이번 음반의 방향을 잡고 나서 곡을 모을 때 어떻게 전체적 그림을 잡았나.
임헌일: 기존에 해왔던 스타일 4 정도, 힘을 빼고 이야기와 메시지를 중시한 음악이 나머지 6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앨범을 위해 새로 쓴 곡이 없을 정도로 원래 갖고 있던 음악들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톤 맞추고, 편곡 작업을 생각했죠.
예를 들어 「Wake up」도 쓴지 꽤 오래되었다는 얘긴가.
김준호: 쓴 지 1년 정도 됐습니다.
「Happiness」와 「Rbty」를 싱글로 냈다. 하나하나 곡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임헌일: 「Happiness」를 만들고 데모 제목과 가사가 없었을 때 그냥 「Happiness」라고 적어놨어요. 그리고 준호가 만든 「Wake up」에서 영감을 받아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음악 자체에 힘이 있고 밝아서 어울릴 것 같았어요. 행복의 거추장스럽고 대단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작년에 앨범 작업을 할 때 많은 고통을 경험했습니다. 그 고통을 뛰어넘어 행복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인 언어이면서, 당연한 감정이 되길 바라며 쓴 곡입니다.
「Happiness」로 시작해 마지막 곡이 「Hope」로 전체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본다. 메시지가 두드러진 앨범이다. 막연히 긍정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게 아니라 젊음이 겪는 고통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희망을 얘기하기에 더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Wake up」부터 코러스 가사 '다시 일어나 자신을 향해/더 크게 회쳐봐 넘어져도 괜찮아/자신을 믿어 끝까지 싸워'는 왠지 눈물 난다. 상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아 쓴 느낌이 드는데, 혹시 준호 씨는 혼자 사나.
김준호: 아니요. 결혼해서 아내랑 같이 살고 있어요. 가사는 제가 레슨 하는 학생들에게 많이 해주는 얘기에요. 용기 없고, 자신 없는 애들에게 그냥 믿으라고 말하는 거죠. 원래 가사는 굉장히 셌어요. '근거 따윈 필요 없다. 그냥 믿어라!'라는 식이었는데, 헌일이가 듣고 좀 부드럽게 노래처럼 고쳐주었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 아닌 저 자신을 위해 쓴 곡입니다.
이승열이 피처링한 「Fly」는 앨범 내에서 어딘가 모르게 약간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임헌일: 그 곡은 아까 말한 것처럼 제 솔로 앨범에 넣으려고 생각했던 곡인데, 막상 밴드로 연주해보니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른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Fly」는 만들 때부터 이승열 선배님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요청을 드렸죠. (두 사람의 보컬 높이와 컬러가 비슷하다고 하자) 제가 부른 「Fly」 1절이 아직은 불안한 사람이 다독이는 느낌이라면, 2절 '두려워 마'하고 승열이 형이 나오는 부분은 되게 보듬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여기서 굉장히 감동했거든요.
컨트리적 요소로 시작해 일렉트로닉 댄스 팝 느낌이 강한 「Rbty(Running back to you)」는 대중 흡수력이 높게 들린다.
임헌일: 요즘 학교(호원대 실용음악과)로 강의를 나가면서 가르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젊은 친구들이 곡을 어떻게 쓰는지 배우기도 하거든요. 근데 되게 단순하더라고요. 코드 4개를 계속 돌리면서 거기에 멜로디와 가사를 얹는 방식. 정말 재미있다고 느껴서 저도 아주 흔한 패턴 코드 4개를 만들고, 거기에 훅을 만드니 어느덧 곡이 그냥 쉽게 완성이 돼버렸어요. 편곡을 시온이에게 부탁했더니 지금 스타일의 이디엠이 나왔습니다.
「Just believe what I say」는 어떤 곡인가.
김준호: 「Wake up」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제가 솔로를 생각하고 만든 곡입니다. 그런데 밴드와도 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해서 멤버들에게 들려줬습니다. 들어보더니 헌일이가 가벼운 느낌이라서 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집에서 작업한 곡이라 작게 녹음했다고 설명했더니 한 번 더 듣고는 하자고 했어요.
「Fireworks」는 제목처럼 터뜨리는 헤비 사운드의 곡이다.
임헌일: 펑크(Funk) 음악에 대한 굶주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제가 대학(02학번) 다니던 그 시절만 해도 실용음악과에서는 16비트 펑크가 굉장히 핫한 음악이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그때로 돌아가 아이엠낫이 하는 펑크 음악은 재밌지 않을까 해서 시도를 해본 곡입니다.
근데 듣는 느낌은 다르다.
임헌일: 네, 후반부에 터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럴 겁니다. 음악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 곡에는 어떤 가사를 붙여야 할지 고민을 정말 많았어요. 보통 노래를 먼저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이드를 불러놓고 계속 들으면 이 곡이 무슨 말을 하는지 느낌이 올 때가 있거든요. 그랬더니 '우리의 삶'이 떠오르더군요. 특히 무대 위에 오르는 우리의 삶은 한순간 사람들을 위해 밝게 터지고 사라지는 불꽃놀이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가사를 쭉 적어보니 이야기가 잘 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사론 가장 마지막에 나왔죠.
좀 전에 펑크 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의 '팝'을 떠나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진짜 하고 싶은 스타일은 뭔가.
임헌일: 저는 포스트 록을 정말 좋아하고요. 밴드는 시규어 로스나, 넓은 세계관을 가진 음악을 좋아해요. 그래도 이번 앨범에 그런 세계관이 기타 연주와 은연중에 녹아있는 것 같아요. (웃음) 예전에는 그런 음악으로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스며든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Iamnot blues」는 제목 그대로 블루스다.
임헌일: 이거는 되게 재밌는 곡이에요. 이런 식의 곡 작업을 여전에도 꽤 했거든요. 싱글로 낸 「Psycho」나 「The brand new blues」처럼 원래 있는 블루스 형식에 저희만의 독특함을 엮은 곡이에요. 버스(verse)는 블루스이지만, 코러스는 템포 변화와 독특한 패닝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공연에서 라이브로 해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김준호: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시온 씨가 맨 먼저 얘기한 곡 「Eyes open」은 아직 미완이란 느낌이 든다. 고생을 많이 했겠지만 완벽을 품어낸 것 같지는 않다.
양시온: 지점을 찾았지만, 처음의 느낌을 뛰어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그냥 처음의 느낌을 잘 완성한 곡이에요.
김준호: 편곡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저희는 괜찮은데 헤비메탈의 올드한 느낌이 난다고, 그래서 곡을 힙합처럼 바꿔보기도 했어요.
곡은 헌일 씨가 썼다. 어떤 개념으로 시작한 곡인가.
임헌일: 운전하다가 버스 파트 멜로디가 생각이 났어요. 이걸 완전 러프하게 녹음해서 편곡에 편곡을 거쳐 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마이너하고 어두운 음악도 좋아해서 라디오헤드의
앨범이 단 하나 비슷한 곡 없이 다 다르다. 스타일을 너무 다양하게 가져가다 보니 단점도 있을 것이다. 세 사람이라서 그렇겠지만, 처음부터 다양하게 가자는 합의가 있었나.
임헌일: 외골수보다는 다양한 데에 관심이 많아서요. 발라드를 좋아하면서 록도 좋아하고, 가요도 좋아하다 보니 그냥 수용되는 범위가 넓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앨범에 색깔을 정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여러 가지가 들어간 앨범을 좋아해서 저희 앨범도 다양하게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Lost」는 세 사람의 노력이 잘 결합된 곡으로 생각된다.
임헌일: 시온이가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쓴 곡이에요. 원래 버전은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시온이의 보컬만 딱 있었거든요. 데모를 들었는데 캘리포니아의 굉장히 황량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아주 힘들구나 생각했었는데. (웃음) 그 느낌을 최대한 담아서 작업했어요. 어차피 편곡은 시온이가 했고, 저는 가사와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가사는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 요즘 우리의 모습,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어딘지 모르는 곳에 귀를 막고 가는 상황을 담아냈어요.
아이엠낫이 추구하는 메시지의 토대는 상실감 아닐까 한다. 「Lost」가 말해준다. 이런 상실감이 어디서부터 오는 건가.
양시온: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20대 때 보고 마음속에 그렸던 30대의 아티스트가 돼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어쨌든 제가 20대에 스스로를 봤을 때는 멋진 아티스트로의 성장 가능성을 바라봤는데 막상 30대 됐을 때 '나는 그렇게 멋있는 뮤지션이 됐나'하는 좌절감도 들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나.
양시온: 네, 조금은.... 처절은 아니었어도 30대 중반이면 집도 사고, 차도 사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욕심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멤버들과 앨범을 만들면서 같이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과연 10억이 있으면 행복할까. 최순실은 행복할까. (웃음) 자연스럽게 앨범의 가사들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처음에 곡을 썼을 때는 사운드를 어떻게 잡았나. 예를 들어 엠비언트라던지, 단순하게 간다든지 하는 것들....
양시온: 저는 유투(U2) 같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좀 전통적인 록이면서 「One」 같은 곡을 생각했는데, 헌일이는 비우는 것을 추천하더라고요. 피아노에 기타 정도만 얹어서 가자고, 그래서 그 절충점을 딱 잡았습니다.
김준호: 정재일 씨의 스트링 편곡이 제일 잘 발(發)한 곡이에요.
마지막 「Hope」는 어떤 곡인지.
김준호: 「Wake up」을 쓰고 노래하면서 저한테 용기를 주고 나서 실제로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저도 드러머이지만, 솔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실제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그런데 이게 용기를 내서 막상 하려니깐 고민과 두려움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심정을 곡 안에 담아봤습니다.
이 앨범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임헌일: 이 앨범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Lost」랑 「Rbty」가 서로 이어지는 가사거든요. 길을 잃고 구원을 기다리지만, 우리끼리는 서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죠. 잘 될 거라는 얘기보다는 그냥 서로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할 수 있는 게 희망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잘하고 있고 이렇게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게 희망이니까요. 또 그게 음악 하는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양시온: 전 방금 생각했는데 36년 동안 품은 진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해왔던 작업에서 얻어온 모든 것들을 압축한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서 헌일이는 메이트, 준호는 뮤지컬, 저는 프로듀싱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준호 씨는 어떻게 규정하고 싶나.
김준호: 생각이 안 나네요. (웃음) 고민을 많이 한 앨범? 여태까지의 싱글보다도 곡이나, 가사에 참여도 많이 했고요. 가사도 곡당 거의 세 가지 버전은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이 좀 많이 들어갔죠.
앨범에서 어느 곡이 제일 당기나.
김준호: 「Iamnot blues」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은 하는데요, 솔직히 다 좋아서 어느 한 곡 뽑기가 어려워요. 그런데도 이 노래를 뽑은 이유는 우리의 음악이 정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곡이어서죠. 헌일이가 그런 곡을 써올 때마다 놀라요. 기타 리프도 멋있고 해서 항상 이 곡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임헌일: 저는 「Fly」를 뽑는데요. 노래를 가장 적게 불러서. (웃음) 노래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보컬은 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죠. 사실 저도 노래를 만들어서 불러놓고, 이게 불편하게 안 들리나 많이 노력하거든요.
그럼 안 맞아서 고생했던 곡은?
임헌일: 「Happiness」 노래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멜로디도 많고, 생각했던 것보다 가사를 붙이니 쉽지 않은 것도 있고요. 톤을 잡는데 제일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 녹음실에서 보낸 시간은?
양시온: 편곡 2달. 녹음실에서 2달. 이렇게 4개월을 보냈습니다.
마스터링은 왜 '스털링 사운드' 스튜디오의 크리스 겔린저(Chris Gehringer)에게 맡긴 건가. 어떤 사운드를 원한 건지.
양시온: 사실 탐 코인(Tom Coyne)이라는 엔지니어를 고려했는데 마스터링 4일 전에 그만 세상을 떠났어요. 그 스튜디오에서 두 번째로 인정받는 분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다른 비슷한 엔지니어를 찾다가 크리스 겔린저를 찾았습니다. 이전 앨범은 제가 마릴린 맨슨과 블랙 키스(Black Keys)를 좋아해서 강한 사운드를 가진 엔지니어에게 맡겼었죠. 그런데 겔린저는 콜드플레이, 아델 등과 다양하게 작업을 했던 인물이죠. 이번 저희 앨범도 상기한 것처럼 하나의 색깔이 아니고 전체를 아우르는 트렌디함과 팝적인 감각으로 뭉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마디로 사운드의 다양성과 현대적인 느낌을 위해서였죠.
헌일 씨는 얼마 전 스페인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방송 출연도 했던데 어떤 일로 가게 된 건가.
임헌일: 스페인 주재 한국 문화원에서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뮤지션들을 초청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현지인에게 알려주는 행사였습니다. 그 전 주에는 김사월 씨가 갔었고, 그다음 주가 제 차례였어요. 원래 '독백'이라고 해서 게스트와 세션 없이 혼자서 공연하는 콘셉트로 1년 전부터 섭외가 들어왔던 거예요. 그 아이엠낫 앨범 준비하기 전부터 꼭 저를 초청하고 싶다고 해서요. 거기서도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잘 준비해줘서 현지 라디오도 나가고, 아이엠낫 앨범도 소개했어요. 놀랐던 건 한국 교민들이 아니라 현지 팬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공연 끝나고 사인도 해달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만약 아이엠낫 다음 앨범을 만든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
임헌일: 좀 더 비우는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더 공간이 있고 어쿠스틱 느낌의 음악들도 해보고 싶어요. '어떤 정도까지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있고, 더 특이하게 뮤지션으로서 즐거운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 우리 록 음악 상태가 양호한지 여부를 묻는다면.
임헌일: 록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밴드 음악 자체가 힘이 빠진 지 오래된 것 같아요. (이유를 묻자) 글쎄요. 현실 감각과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닐까요. 아직도 아주 멋있는 걸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힙합을 하는 친구들은 미디어의 영향도 있겠지만, 트렌디한 요소들로 의상, 영상 등이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밴드 신에서는 트렌디한 아이콘이나, 작업의 성과를 수월하게 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 혹은 아티스트를 꼽아 달라.
김준호: 저는 최근 헤드폰에 관심을 가져서 이것저것 듣다 보니깐 약간 마구잡이로 듣는 중입니다. 그중에서 헤드폰으로 들을 때 가장 와닿는 음악은 이디엠인 것 같아요. (웃음) 정말 가리지 않고 다 듣는데, 애플 뮤직에서 추천 음악으로 뜨는 것을 주로 듣고 있어요. 그중에서 꼽으라고 한다면, 하나는 잭 개럿(Jack Garratt)의 < Phase >입니다. 이디엠은 아니지만, 이디엠의 요소도 많이 갖고 있죠. 또 하나는 제임스 베이(James Bay)의
양시온: 본 이베어(Bon Iver)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랑 굉장히 많이 닮은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또 다른 아티스트는 아이슬란드 뮤지션 아우스게일(Asgeir)인데요, 본 이베어와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임헌일: 하나를 꼽자면 저는 U2의
1990년대의 그런지나 포스트 그런지는 좋아했는지. 스매싱 펌킨스 같은 밴드를 좋아했을 것 같은데.
임헌일: 그 팀은 막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유투 외에는 콜드플레이를 좋아했고요. 콜드플레이의 'Magic'이 있는
인터뷰: 임진모, 김반야, 정민재, 임동엽
사진: 김정변지
정리: 임진모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햇빛자르는아이
2017.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