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 보면 ‘피곤하다’, ‘처진다’, ‘지친다’와 같은 표현들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왜 이렇게 지치고 피곤하고 무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 소위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 내몰리다 보면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기 십상이다. 번아웃 증후군과 관련된 증상은 일상 속에서 너무나 자주 접하는지라 보통은 이를 무시하거나 본인 의지의 문제 등으로 자책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의 저자인 이진희 한의사는 이러한 증상에 자책하기보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번아웃 증상이 있는 사람은 책을 (거의) 못 읽어!’라는 딜레마가 있었다고 쓰셨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번아웃 상태라면 책을 읽기도 힘들어지는데요.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제일 먼저 자신의 번아웃 상태를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번아웃의 정도가 고등도인 경우라면, 책을 더 읽기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중등도 이하 상태라면, 1장을 먼저 보세요. 그 중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라도 실천해주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면, 자기 전 1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이나 TV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을 위로해주는 말을 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해야지,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때 다시 책장을 열어 정독을 하시거나, 필요한 부분 위주로 발췌독을 하셔도 됩니다. 그러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법한 방법을 책에서 찾으면 다시 책을 덮고 그 부분부터 실천해주세요.
번아웃을 연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필요성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번아웃 상태였으니까요. 수년간 저는 한의원뿐 아니라 온라인 카페 운영, 강의, 저술 등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고 있느라 하루에 4~5시간씩 자면서 일을 했었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니 지칠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불규칙한 생활과 과로가 이어지면서, 이전과 달리 일이 하기 싫어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제 상태가 ‘번아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죠.
그때만 해도 심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잔머리를 굴렸답니다. 더 힘들어지면 상담까지 하면서 일을 포기하지 않았죠. 제가 알고 있는 좋은 도구를 악용한 것이죠. 하지만 그 대가로 허리 통증, 불면증이 생겼습니다. 어느 일요일, 강의를 하면서 제가 더 이상 즐겁게, 진심으로 강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순간 그 동안 제가 정말 좋아했던 일을 진짜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수면, 운동 등을 생활의 우선순위에 두는 등 저에게 필요했던 것들을 찾아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아침에 알람 없이 눈을 뜨게 되고, 다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우울증과 번아웃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모든 병이든 깊어지고 힘들어지면, 우울감과 업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과 번아웃을 구분하기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우울증과 번아웃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원인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번아웃은 과로를 해야지 생기는 병입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일 외적인 요소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업무 외의 상황에서도 우울감과 부정적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원인이 다르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대개 번아웃이 있는 사람들은 2~3주 푹 쉬면, 상태들이 많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쉰다고 해서 우울감과 무력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쉬고 있는 시간에도 더 괴로워하고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또한 번아웃은 생활 관리로 변화가 가능한 상태이지만, 우울증은 심한 경우 극단적인 행동(자살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반드시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세대, 아파도 힘들어도 쉰 적이 없는 사람은 번아웃 환자를 ‘정신력이 약한 소치’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성실 감옥’에 갇힌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그 대상과 잘 지내고 싶은지 여부에 따라 다를 것 같네요. 만약 잘 지내고 싶지 않다면, 그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방법이 될 겁니다. 하지만 계속 부딪혀야 하고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편, 성실감옥에 갇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자신이 성실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직,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삶의 준거를 만들어나갑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들은 어린 시절 게으른 형이 혼나는 것을 보며, ‘성실하지 못하는 것은 혼나고 나쁜 일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부지런한 부모님을 보면서, ‘저렇게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나도 부모님처럼 성실하게 살아야 해!”, 성실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야. 미움을 받을 거야”와 같은 생각, 즉 성실 감옥의 창살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 생각들이 절대적 진실일까요? 만약 여러분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게으르면 그 사람을 싫어할 것인가요? 아닐 겁니다. 부모님처럼 살지 않으면 나쁜 사람인가요? 아닐 겁니다. 진실처럼 강하게 보였던 성실 감옥의 창살은 사실 종이처럼 찢겨지기 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감사일기를 쓸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감사일기를 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 감사를 느낀 것이 있다면 아래의 형식을 참고해서 감사 일기를 쓰면 됩니다.
<감사일기의 예>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출근을 하는 나에게 밝은 미소로 “안녕하세요!”라고 웃어준 버스 기사님께 감사하다.
오늘 나에게 “괜찮냐?”고 따뜻하게 말해준 ○○ 씨에게 감사하다.
처음 감사일기를 쓰는 많은 분이 무엇을 써야할지 어려워합니다. ‘도대체 뭐가 감사하다는 걸까?’, 감사일기 소재를 찾는 것도 막막하기도 했고, 때로는 억지로 감사를 짜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도 습관인지라, 쓰다 보니 점점 감사할 것들이 늘어나고, 잔심으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삶이 너무나 고달플 때는 아무리 습관을 만들어보려고 해도 감사가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다행 일기’를 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수건을 이용한 분노 풀기도 나와 있는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분노는 여타 감정들에 비해 발산하는 에너지가 가득한 감정입니다. 그래서 분노를 느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외부로 발산하는 반응들을 하곤 합니다. 그 말은 반대로 이러한 행동을 할 때, 분노를 풀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수건을 이용한 분노 풀기는 분노를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①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 또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② 그 상황을 종이에 적고, 이를 회상합니다.
③ 큰 음악을 틉니다(이어폰으로 들어도 좋습니다.)
④ 다음의 그림처럼 수건을 접은 후 입에 대고 마음속에 있었던 감정들을 소리로 풀면 됩니다.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을 하셔도 좋고, 그냥 “악!” 하고 소리를 질러도 좋습니다. 억눌러 놓았던 감정들을 소리 내어 풀면, 가슴속 답답한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단, 이 방법은 3분 이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을 담고 소리를 지르게 되면 목에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진된 감정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 과정을 한 후에는 5분 정도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한 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습니다.
EFT는 한의학과 어떻게 연관되나요?
EFT는 Emotional Freedom Technique, 즉 정서 자유 기법의 약자로, 한의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새로운 심리 치료 방법입니다. 자신의 정서적인 문제를 주어진 형식에 맞게 표현하면서(심리학) 동시에 경혈을 두드립니다(한의학). 한국을 비롯한 35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는 EFT는, 한국인의 민속병이라고 불리는 화병, 불면증, PTSD 등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 있음이 논문으로도 발표되었습니다. 천 년 전에도, 천오백 년 전에도 화병이 있었고, 우울증이 있었지요. 그 당시에는 침과 탕약, 상담을 통해 이러한 정신과 질환을 치료했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방법이 EFT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하여 기(氣), 즉 우리 몸에 흐르는 에너지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기가 찬다’, ‘기가 막힌다’와 같은 표현도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한 표현입니다. EFT는 침이나 탕약 대신 손가락으로 혈자리를 두드려줌으로써 에너지 순환의 문제를 해소해서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죠. 이번 책에서도 이와 관련된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요, 번아웃 증상에도 이러한 EFT 기법을 직접 활용해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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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2017.07.30
조영주
201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