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방학 시즌이 되면 주요 공연장들에서는 ‘청소년 음악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많은 음악회가 열린다. 그리고 그 이름에 맞게 객석은 많은 청소년들로 채워져 있다. 보통의 클래식 연주회장에서는 보기 힘든 어린 관객들로 공연장 로비가 활기를 띠곤 한다.
요즘은 학교의 방과 후 활동과 사교육으로 악기 하나쯤은 많은 학생들이 다룰 줄 아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음악 교육은 스스로 악기를 다루고 연주하는 데서도 이루어지지만 잘 감상할 수 있는 ‘듣는 교육’ ‘관객 교육’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악기 연주가보다는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이 될 터이고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인격체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클래식 공연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미래의 사회를 이끌 청소년 세대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의 가치와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청소년 음악회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일지 근래의 청소년 대상의 공연 실태와 흐름을 살펴보며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청소년 음악회 실태 분석
<청소년 대상 음악회 분석 및 청소년의 음악회 참여 실태 조사>
-한양대 교육대학원 염윤석 석사 논문(2016년 8월) 인용
1. 음악회를 찾는 이유
음악회를 찾는 이유에 대한 응답은 ‘1년에 음악회를 찾는 횟수’에 대한 질문에서 ①5번 이상, ②3-4번, ③1-2번 보기에 응답한 학생을 대상으로 질문 하였다. 이 질문에는 188명의 학생이 응답하여 94%의 응답률을 보였다. 음악회를 찾는 이유는 학교 숙제 때문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112명(56%)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님이나 친구의 권유(19%), 본인 스스로 원해서(17%), 무료이기 때문에(2%)의 순으로 나타났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학교 숙제 때문에 음악회를 찾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음악회를 찾는 이유
2. 청소년 음악회 또는 해설 음악회 관람 경험
청소년 음악회 또는 해설 음악회 관람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200명의 학생이 응답하여 100%의 응답률을 보였다. 청소년 음악회를 관람한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45명(72.5%)으로 많은 학생들이 청소년 음악회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은 청소년 음악회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근소하게 나타났고, 여학생은 청소년 음악회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153명 중 121명(0.5%)으로 훨씬 많았다.
청소년 음악회 또는 해설 음악회 관람 경험
3. 청소년 음악회의 해설
음악회 관람 시 해설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83명의 학생이 응답하여 91.5%의 응답률을 보였다. 해설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160명(80%)으로 해설을 들어도 음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학생(11.5%)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음악회에 해설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많았다.
청소년 음악회의 해설
POINT : 종합해 보면 청소년들은 자의보다는 학교 숙제나 어른들의 권유로 공연장을 찾아 그 중에서도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가장 많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관람태도가 산만하고 제대로 공연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쉽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청소년 음악회는 교육목표를 성취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이벤트성 공연에 그치는 내실이 부족한 결과를 낳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방학 숙제로 마지못해 공연을 체험하는데 머물지 않고 오히려 주말 등 평소에 지역의 작은 공연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선택해 관람하고 짧은 감상평을 정기적으로 쓰게 한다면 그러한 습관이 쌓여 문화함양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또한 공연 관람 태도에 대한 교육과 학교 자체 내에서의 예술 교육을 병행함으로 문화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방학기간 동안 몇 번의 공연 관람으로 예술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예술적 소양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시간이 흘러야 그 교육효과가 드러날 것이기에 변화된 교육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
주요 공연장의 청소년 음악회 공연 시기
POINT : 표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청소년 음악회가 여름방학 시즌인 8월과 겨울방학 1월에 주로 분포된 걸 알 수 있다. 방학 과제를 위한 관객의 수요에 맞춘 결과이지만 지나치게 일정기간에만 집중되어 공연 감상 분위기 저하와 일반 관객들의 선택의 폭 감소, 또한 비슷한 컨셉과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공연의 다양성 저하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청소년 음악회 공연 장소와 시기의 다변화와 프로그램 등 기획의 다양성을 꾀하여 흥행에 편승한 대관과 공연이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점은 먼저 위에서 언급한 교육 지침과 방향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부분이다. 청소년 음악회의 본질과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교육계와 공연예술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차별화된 공연 기획으로 주목받은 청소년 음악회 사례
1. 뮤지토리의 스토리텔링 콘서트(2014년)
이 콘서트는 세 가지의 기본 관람 포인트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동화의 연금술사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의 212개의 작품 중 대표작을 엄선해 스토리를 만든 것. 두 번째는 공연과 함께 선곡된 피아노 두오로 듣는 쉽고 편안한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연스럽게 동화와 연극, 미술과 영상, 조명과 무용 등 타 장르의 예술과 융화되는 클래식을 선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연에서는 실제로 프랑스 여행기에서는 사티의 ‘Je te Veux’,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을 연주하고 독일 여행에서는 ‘브람스의 왈츠’ 이태리 여행에서는 ‘오 솔레 미오’ 등을 연주해 이해를 돕고 있다. 무대에는 두 대의 피아노가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대형 스크린에서는 동화의 삽화가 비춰지면서, 각 배경에 맞는 조명과 음악이 연주된다.
이야기는 현실 속 여자아이가 가정학습으로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는 숙제를 받아와 독서 중에 잠이 들면서 꿈속에서 안데르센을 만나는 내용이다. 극은 핸드폰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의 현대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또래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적절히 사용해 친밀감을 높이고 집중력을 향상시켰다. 이로 인해 극이 더해질수록 어린 관객의 극에 대한 몰입도가 더해지고, 그에 적절한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에게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총 4막으로 구성되어 각 막의 구분 없이 진행되고 꿈속에서 안데르센을 만난 여학생은 안데르센의 대표작인 <성냥팔이 소녀> <빨간 구두>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의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극에서는 각 신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서 연주하는데 브람스의 ‘자장가’,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위에’, 그리그의 ‘이히 리베 디히’, 비제의 ‘카르멘 환상곡(앤더슨 편곡버전)’,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중 ‘요정의 정원’ 등을 두 명의 피아니스트와 성악가 등의 연주자가 라이브로 연주하며 극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생생한 연주로 현장성을 높였다.
한 시간 남짓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기본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작업에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모아야 하는지를 깨닫게끔 하는 공연이었다.
2.애니메이션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플라잉 심포니 키즈 콘서트(2014-2016년)
플라잉 심포니 키즈 콘서트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해설과 애니메이션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본 컨셉으로 하고 있다. 공연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관객(생후 36개월 이상의 영유아부터 관람 가능)과 만나는 프로젝트로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국내 최고의 클래식 아티스트의 실연이 함께하여 음악적 완성도를 더해준다. 대형 스크린을 통하여 시각적 환희를 제공하며 동시에 무대 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하여 아이들이 소리에 반응하게 되어 실질적 진동을 극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콘서트는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고 박수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생후 36개월부터 함께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함께하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기본이듯 이 공연에 함께한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한다. 고도의 집중과 침묵이 필요한 클래식 공연의 특성상 어린아이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는 대부분의 콘서트와 달리 키즈 콘서트는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흥미와 교육을 위해 영유아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공연이다. 아이들이 자리에서 신나면 춤을 추고 따라 부르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시간이다.
3.브라보 매직 서클 마임-무대위의 불청객(2017년 5월)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매직 서클 마음’의 첫 번째 멤버이자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몬트리올, 대만 등의 대표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운트조이 펩카 사라 로즈(Mountjoy-Pepka Sara Rose)와 시애틀 마임 극단에서 활동하며 미국 전역에서 공연하는 등 20년 이상의 전문 경력을 쌓은 닐 키스 브라이언(Neel Keith Brian)이 참여한다. 워싱턴주 예술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품평을 받은 ‘더 리스너(The Listener)’란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더 리스너(The Listener)’는 2명의 관객인 ‘매직 서클 마임’이 오케스트라 무대에 올라 청중과 음악가의 적극적 관계를 탐구한다. 무대 위의 불청객이자 관객인 ‘매직 서클 마임’은 나팔과 트럼펫,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탭 댄스를 추며 오케스트라 연주에 적극 참여하여 오케스트라를 배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유머, 드라마, 퍼포먼스, 그리고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청중과 음악가’의 의미를 느끼게 된다. 뉴욕, 북아메리카, 유럽, 호주, 중국, 일본, 홍콩, 말레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대만의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 이어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쾌하고 마법 같은 공연을 선보인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서희태의 지휘로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작은 백조들의 춤’, 모차르트의 ‘교향곡 39번 내림 마장조, K.543’ 등 학생들과 가족단위 관객을 위한 다양한 클래식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POINT : 위 공연들은 청소년 음악회 시즌이 아닌 시기에 공연되었고 주 관객층도 청소년보다 는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기획된 무대들이다. 하지만 해설음악회 정도에 머무는 청소년 음악회도 이러한 참신하고 다양한 컨셉을 가지고 다양하게 변주된다면 클래식에서 점점 멀어지는 청소년 관객에게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본다. 동화 대신 교과서 문학 작품을 배경으로 하고 청소년들에게 감흥을 주는 영화를 스크린에 방영하며 연주하고 마임, 연극 등 다양한 무대예술과 접목한 연주를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에 지친 이들의 마음에는 진정한 휴식과 위로가 필요하다. 자극적인 대중문화의 홍수 속에서 클래식과 순수예술을 선호하는 청소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효과적인 교육방법과 다양한 시도로 변화를 가져온다면 시간이 흐른 후 클래식의 매력과 깊이를 제대로 알고 즐길 줄 아는 세대가 키워질 것이라 기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는 청소년 음악회 시즌을 맞이하며, 10년이나 20년 후에 클래식 음악계의 대중화를 이끌 믿음직한 팬 층이 형성되는 시간들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음악저널 편집부
음악 전문 잡지이다. 대중음악 보다는 주로 클래식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국내외 교향음악단의 내용은 물론 해외 소식과 해외에서 활약하는 음악인에 대한 내용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