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돌아온 거물급 펑크(Funk) 밴드 자미로콰이의 그루브는 여전히 고급스럽고 댄서블하다. 7개의 앨범이 나오는 동안 대부분 기본 밴드 구성에서 관악기와 스트링 등 자연(自然) 악기로 쌓아온 특유의 리듬을 증명했으며, 이는
앨범 포문을 여는 「Shake it on」 후 현란하게 작렬하는 신시사이저의 향연과 함께 등장하는 리드 싱글 「Automaton」은 자아를 잃어가는 현대인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교묘하게 섞인 변박, 불안정하게 끝나는 코러스, 그리고 보코더의 활용까지 나무랄 곳이 없다. 초반부터 현대 트렌드를 담아내면서 대중에 애시드 재즈와 펑크(Funk)로 기억되는 자미로콰이의 이미지를 갱신시킨다.
새로운 사운드와 함께 자미로콰이의 리더인 제이 케이(Jay Kay)는 현대인에 대한 생각을 음악 안에 담아냈다. 보코더로 각 소절에 변화를 준 「Superfresh」는 밤새워 놀고 싶은 젊음을, 토속적인 퍼커션과 보컬이 이끌어가는 「Summer girl」은 지난 추억을, 찬란한 신시사이저 리프가 무한 반복하는 「Carla」는 사랑하는 딸을 노래했다. 전부 인생사 소중한 감정을 공유하는 관계와 그 안에서 크고 작게 느끼는 행복을 묘사한다.
일렉트로니카에서 넘어온 신시사이저가 가득 차도 그 안에는 충분하게 다양한 스타일이 들어있다. 그 중 올드스쿨의 향이 짙게 배어 있는 「Nights out in the jungle」, 색소폰 솔로와 피아노 애드립이 애시드 재즈 자취와 함께 남아 있는 「Vitamin」이 전자음의 포화 속에서도 매력을 뽐낸다. 특히 중독적인 멜로디의 「We can do it」은 꿀렁거리는 베이스 라인으로부터 전달 받은 생동감 넘치는 그루브를 선사한다.
자미로콰이가 다시 돌아온 세상은 예전과 달랐기에,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를 인지하며 접근한다. 인공지능에까지 이른 기계화로 삶은 더욱 편리해졌지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돌아왔다. 휴머니즘을 상실해버린 「Automaton」. 결국 과학의 발전은 기계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기계로 만들었다.
임동엽(sidyiii33@nate.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