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랑스러운 할매라니! -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가족을 찾아서’ 시작된 이야기는 ‘식구를 찾으며’ 끝을 맺는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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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가자, 아들놈 찾아서!


비 내리는 고모령 너머의 작은 마을, 그곳에는 걸크러쉬 뿜뿜 발산하는 박복녀 할매가 산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쪽진 머리를 하고, 한껏 추켜 입은 몸빼 바지까지 더하면 ‘이것이 시골 할매가 사는 법’. 박복녀 여사의 집에는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일상이 이어진다. 마당에 들어서면 고기반찬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고양이 ‘냥’, 강아지 ‘몽’, 닭 ‘꼬’가 어울려 있고, 할매의 날카로운 눈빛과 거침없는 말투에 반찬 투정은 쏙 들어가 버린다.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다. 별안간 ‘굴러 들어온 돌’처럼 찾아온, 낯선 할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할매의 이름은 ‘지화자’. 꽃무늬 블라우스에 스카프까지 두르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할마시되시겠다. 그런데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박복녀 여사에게는 ‘이기 미칬나?’ 싶은 할매일 뿐이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한다는 말이 “나 집주인 엄마야”라는 것. 이야기인즉슨, 자신이 노인 병원에 머무는 동안 아들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봉투에 적힌 주소가 박복녀 할매의 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집의 주인은 우리 아들이고, 아들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 못 간다며 버티는데...

 

불청객을 돌려보내려면 별 수 있나. 아들을 찾아 ‘이 집은 박복녀의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수밖에. “할매, 한 번 나가보입시더” 박복녀 여사의 제안으로 두 할매는 ‘아들 찾아 삼만리’의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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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의 의미를 묻는다


피와 살을 나눈 가족을 찾아 헤매는 동안, 두 할매는 밥상과 일상을 공유하는 식구가 되어간다. 살아온 이력은 달라도 그 시간이 얼마나 고되었는가는 말 안 해도 아는 나이가 아니던가. 할매들은 굳이 지난 세월을 묻지 않고, 행여 알게 되었다 해도 모르는 척 넘어간다. 밭고랑처럼 패인 주름마다 말로 다 하지 못할 사연들이 들어차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긴 시간 삶을 버텨온 공통점이 있기에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한다. 한 때는 당신도 고운 처녀였다는 것을, 이제는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영정 사진을 찍어두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가만히 헤아려주는 것이다.

 

두 할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관객은 나이 듦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삶을 이어간다는 것, 그러면서 늙어간다는 것이 더없이 애달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 서글픈 감정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도 마음에 새긴다. 가족이 아니라면 내가 버텨온 긴 시간을 누가 기억해줄까.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된 그 시간을 애처롭게 쓰다듬어줄 이가 또 있을까.

 

물론, 혈연으로 맺어졌다고 해서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았다고 해서 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가족을 찾아서’가 아니라 ‘식구를 찾아서’인 이유가 아닐까.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에서는 박복녀 할매도, 지화자 할매도, 고양이와 강아지와 닭까지도, 모두 식구가 된다.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물면서, 하나의 밥상을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그렇게 하나의 식구가 탄생한다.

 

2011년 초연된 후 9만여 명의 관객의 사랑을 받은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조미료도 없이 차려진 무공해 밥상” 같은 작품으로 인정받아왔다. 이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건강한 웃음’이라는 말이 뻔한 수식어가 아니다. 아기자기한 사건들, 재치 있는 대사들이 유발하는 웃음도 빼놓을 수 없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다섯 인물들로 인해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크고 작은 웃음 뒤에 찾아 드는 감동은 <식구를 찾아서>를 잊지 못할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다시 보고 싶은 이야기, 보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두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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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찾아서 #뮤지컬 #할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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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