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시작해 누적 다운로드 횟수 2억 회를 기록한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이동형 작가는 그러나 <이이제이>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 많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승호 작가와 세 번의 긴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결과 한 권의 책 『우리가 무관심할 때 괴물은 깨어난다』가 태어났다. 이동형 작가의 말은 명쾌하다. 지승호 작가의 질문은 날카롭다. 이 둘이 오랫동안 나눈 이야기는 위기감과 책임감에 많은 부분 중심을 두고 있다. 책의 제목이 가리키듯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이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결국 한 곳으로 모인다. ‘우리가 무관심할 때 괴물은 깨어난다.’
지난 4월 27일, 『우리가 무관심할 때 괴물은 깨어난다』의 출간을 기념해 두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현재 이동형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수다맨들>을 진행하고 있는 배우 남태우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대선 직전에 진행된 자리였던 만큼 무엇보다 예측과 기대가 많이 이야기됐다. 각 당의 대선 후보를 점검하는 한편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흥미로운 시선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 정치와 정치 DNA
먼저 안철수. 2012년, ‘안철수 현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안철수 현상이 몰락한 이유와 그때가 지금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다. 이동형 작가는 “안철수가 왜 부상했는지부터 봐야 할 것 같다. 정치 바깥에 있었으니 부상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정치인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직업군이다. 정치 신뢰지수가 높으면 정치권 바깥에 있는 사람은 뜰 수가 없다. 그래서 안철수가 ‘메시아’처럼 부상한 거다. 안철수 이후 등장한 메시아가 반기문이었다.”라며 “거품이 정치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빠져버렸다.”고 보았다.
“우리 국민에게도 과거에는 대통령 한 명 혹은 위대한 지도자 한 명이 대한민국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아론’이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SNS 발달, 뉴미디어 발달, 직접적인 정치, 이런 게 강해지며 더 이상 메시아론이 먹히지 않는다. 정당 안에 사람들이 들어와야 정당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지, 사람 한 명으로는 못 바꾼다는 걸 국민들도 깨닫게 됐다.”
지승호 작가는 “선거란 유권자의 마음의 빚을 인출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에게 표를 주는 건데 그 과정에서 마음의 빚을 느낄 때마다 실수를 한 부분이 있다.”고 안철수에 대해 평가했다.
한편 이동형 작가는 한국 정치를 “죽고 사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all or nothing’, 이기는 사람이 다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정치는 함부로 욕심을 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정치 DNA’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김영삼,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항상 승부사적 기질이었잖아요. 그게 계산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계산하면 안 되는 거죠.(중략) YS는 그게 없잖아요. 승부사적 기질로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총독부 건물 해체, 이게 계산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DNA는 좀 타고나야죠. YS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가는 단골 식당의 웨이터가 결혼하는 것도 챙기는 사람이니까. 그게 공부해서 됩니까?(182쪽)
사회자는 이어서 유승민과 심상정에 대해 물었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지승호 작가는 심상정에 대해 대선 완주 후 “진보 쪽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전망을 했다. 이동형 작가는 유승민에 대해 “대한민국에 건강한 보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바른정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또한 심상정에 대해서 “그만두어야 한다.”며 “그분들이 계속 있는 한 새로운 진보, 열심히 하는 진보 안 떠오른다.”고 말했다.
“진보 영역 확장을 위해서다. 민주당도 사람 키우는 면에서는 인색하다. 그래도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나. 그런 모습을 진보 정당에서도 보여줘야 한다고 요청하고 싶다. 진보 정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연 확대이지 않나. 그렇다면 비판할 때 하더라도 연대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새로운 대통령, 이후 한국은?
이동형 작가는 대선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드시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유는 민주당이 잘한 이유도 있지만 보수당이 너무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도 120석을 가져간 집단이다. 저력이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아마 전열을 재정비해서 들어올 거다. 들어올 때는 엄청나게 공격을 할 것이다. ‘여소(與小)’, 힘없는 여당에 대해 공격을 하면 국민들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통령은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할까. 이동형 작가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S가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지지율을 올렸었다. 90% 대까지 나왔다. 왜일까. 오자마자 매서운 칼을 휘둘렀다. 국민들이 칼 휘두른 것에 왜 박수를 쳤느냐 하면 청산해야 할 것들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딱 그 시기다. 집권하자마자 정말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계 개편도 필요하다. 그런 모습을 함께 보여주면 지지율을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빠지는 수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많은 지지를 받았던 안희정과 이재명, 박원순 등 인물들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동형 작가는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며 “지금까지 보인 모습을 유지”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큰 인물이다. 이 인물들을 계속 키우면서 또 다른 경쟁자를 발굴해내면 된다. 박주민, 표창원 등도 있지 않나. 표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다.”
마지막으로 이동형 작가는 “정치는 젊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40-50대 정치인들이 혁신을 일으킨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당정치에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판은 그렇지 않다. 새 피를 수혈한다고 하는데 보면 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정치는 늘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만 해야 하나. 아니다. 20대부터 정당에 들어가 해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좋지 않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승호 작가는 “대통령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어떻게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지도 중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
myo1221
2017.06.08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