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보면서 헌법을 다시 읽는다
책에 쓴 얘기들은 대부분 너를 보면서 떠올린 것들이야.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인공지능을 생각해 냈고, 하늘공원에 놀러 갔던 사진을 보다 우리 경제에 관한 얘기를 썼고, 네가 학급회장에 출마했을 때를 떠올리며 선거제도와 민주주의에 관한 글을 쓴 거야
글ㆍ사진 양지열(변호사)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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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딸,

 

요즘 부쩍 몸과 마음이 자라서 그런지 궁금해하는 일들도 많더구나. 아빠 눈에는 네 모든 순간이 반짝거리지만, 막상 미래를 준비하는 너는 기대와 걱정이 뒤섞이겠지. 학교와 책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도 변호사 일을 하는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단다. 그런데 세상에 쏟아지는 온갖 뉴스를 보니 과연 그럴 자격은 있는지 걱정이 앞섰어.

 

수학여행을 떠났던 언니, 오빠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대한민국의 가장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은 잘못을 저질러 국민들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지. 어쩌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도 온갖 사교육 때문에 함께 놀 친구들이 없지,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 대학에 가도 취업 걱정에 한숨을 쉬고 있고.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야. 아빠도 그 어른들 중 한 사람이고.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겠구나.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일본의 힘에 지배당했지. 우리 뜻대로 살 수 없었어. 어렵게 독립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고. 부지런하고 똑똑한 우리 국민은 그런 어려움을 견뎌내고 열심히 노력해 경제적으로는 지금처럼 잘살 수 있게 됐어. 하지만 빠르게 컸던 만큼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곳들도 생겨났지. 잘사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먹을거리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 일본의 지배를 받았을 때나 군인들이 총칼로 나라를 이끌었을 때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몸은 어른만큼 컸는데 마음은 아이에 머문 부분이 있는 거지.

 

대한민국은 언제 어른으로 자랄까? 사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국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말이야. 그걸 정리해 놓은 것이 헌법이야. 맨 앞에 써놓은 전문으로 시작해 마지막 제130조까지 우리나라는 이러저러한 나라라고 밝혀 놓았지.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고, 나라 살림은 누가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하는지. 국민인 너와 나, 우리는 어떤 권리들을 가지고 있는지 정해 놓았단다. 말이 조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그렇지 네 또래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한 내용이란다. 네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혹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게 바로 헌법이란다. 그러니까 알아야 하겠지.

 

헌법에 정해 놓고도 아직까지 못 이룬 것들은 너와 친구들의 몫이야. 대한민국을 진짜 어른으로 키우는 거지. 그렇게 해서 네가 더 행복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말이야. 물론 네가 자랄 때까지 아빠도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할 거야. 이 책을 쓰는 것도 아빠 몫으로 할 일을 찾은 거란다.

 

책에 쓴 얘기들은 대부분 너를 보면서 떠올린 것들이야.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인공지능을 생각해 냈고, 하늘공원에 놀러 갔던 사진을 보다 우리 경제에 관한 얘기를 썼고, 네가 학급회장에 출마했을 때를 떠올리며 선거제도와 민주주의에 관한 글을 쓴 거야. 그렇게 네가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헌법에 대해 이해하기 편하고 쉬울 거 같아서 말이야.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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