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뜻에 따라 진학한 교육대학교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20억이 넘는 빚을 떠안고 젊은 시절 내내 도시 빈민 생활을 했다. 꾸준히 책을 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십여 년의 무명작가 세월을 거쳐 출간한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꿈꾸는 다락방』 등의 성공은 단숨에 이지성 작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이번에 이지성 작가가 자기계발적으로 주목한 인물은 클레오파트라다. 어린 나이에다 여성이었던 빈소국의 지도자였지만 뛰어난 지성과 불굴의 의지로 당대의 강대국이었던 로마의 안토니우스와 카이사르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이를 발판으로 클레오파트라는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지성 작가는 나눔과 꿈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책이 끝까지 읽히는 책, 사람을 살리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질문과 대답이 종종 엇갈렸지만, 답변은 충실했다. 말마다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쳐 흘렀다. 강렬하게 꿈꾸는 클레오파트라의 모습도 이러했을까. ‘고정관념을 버리고 클레오파트라를 보라’는 말에, 마찬가지로 선입견을 버리고 이지성 작가를 보기로 했다.
힘든 20대에게 전하는 누군가 힘들었던 이야기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이 개정판으로 같이 나왔습니다. 개정판을 내는 기분은 어떠세요?
유독 피곤하게 개정판을 내는 것 같아요. 『리딩으로 리드하라』 개정판 때도 내용을 바꾼 건 없지만 인터뷰를 추가한다거나 주석을 한 번 손보는 과정이 있었고,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은 원고의 5분의 2 정도를 다시 썼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면 개정판이 되고, 새 책을 쓰는 만큼은 아니지만 새 책 쓰는 절반만큼의 에너지가 들어간 것 같아요. 우여곡절이 많아요. 나중에는 편집자가 너무 힘들다고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떠내려가는 이모티콘을 보내시더라고요. (웃음) 직접 찍은 사진도 여러 번 넣을까 말까 고민했어요.
개정판을 낼 때 시의성을 염두에 두고 글을 바꾸시나요?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이 히트를 했을 때라 출판사에서는 비슷하게 여성 독자들을 위한 책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대신 이지성이라는 작가가 20대 때 어떻게 견뎌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20대에게 에너지를 주는 메시지로 나갔어요. 시의성이라기보다 콘셉트 자체가 새롭게 설정된 거죠.
20대 무렵 쓰신 글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스물 일고여덟 살 때부터 서른 서너 살 때까지 쓴 글이 많아요. 책에도 나오지만 스물일곱 살 때 창고를 개조한 옥탑방에서 눈물 나게 살던 사람이었고, 부모님 사업 보증 빚을 20억 넘게 지고 있었거든요. 과연 이 방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 도시 빈민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이 있었어요. 요즘 20대가 힘든 건 알지만, 지금의 20대가 봐도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살았나 싶을 정도의 황량한 사막 같은 시절을 보냈어요. 지금 힘든 20대에게 누군가 힘들었던 이야기가 도움되겠다는 생각으로 썼던 것 같아요.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은 아무래도 타깃을 여성 독자로 좁히신 것 같아요.
저도 클레오파트라를 2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알게 됐어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달라졌다든지, 너무나 예뻐서 가질 건 다 가지고 교만한 여자였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하지만 공부를 했더니 일단 못생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역사학자들이 기록을 보면 피부도 거무칙칙하고, 치아는 다 깨져 있고, 키는 작은 데다 굉장히 통통한 여자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의문이 생긴 거죠. 이렇게 못생긴 사람이 어떻게 카이사르랑 안토니우스라는 당대 최고의 남자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 수 있었을까? 예를 들자면 오늘날의 평범한 20살 여자가 미국에 가서 할리우드 최고의 유명 배우 둘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일이잖아요.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의 비결을 자기계발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계속 미뤄오다가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개정판이 나오는 참에 20대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고정관념을 버려야 클레오파트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전작 『여자라면 힐러리처럼』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책에서는 어떻게 하면 강력하게 원해서 자기가 원하는 남자를 얻는가에 내용이 많이 할애되어 있어요. 요즘 여성상에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고대시대에 대한 오해일 것 같아요. 고대시대에는 왕이 곧 국가예요. 클레오파트라는 남자가 아니라 로마라는 국가를 움직인 거예요. 이집트에 사는 한 여자와 로마에 사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와 전쟁과 경제가 결합된 외교였던 거죠. 외교 대사는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에요. 늘 나이가 많고 세상 경험이 많은 최고의 사람이 외교를 해도 제대로 못 한단 말이에요. 클레오파트라는 당시 고대 세계에서 망해가고 있던 이집트라는 나라를 외교 하나로 성장을 시켜요. 우리가 그런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클레오파트라는 힐러리보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당시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는 너무나 유명한 바람둥이고, 누구도 여성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클레오파트라는 자신들의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해요. 책에서는 일관되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다 버려야 진짜 클레오파트라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남자들을 이끌 줄 알아야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어쨌든 남자를 통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려서 충격이었어요.
이상적인 이야기만으로 책을 쓰는 건 현실과 괴리된 거죠. 유토피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나쁘진 않은데, 그게 과연 사실일까요?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면 여자도 얼마든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국회의원, 최고 경영자, 모든 걸 봤을 때 남성 중심의 사회가 아니라 남성이 모든 걸 가지고 가는 사회예요. 평범한 여자로 산다면 상관이 없지만, 자신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당장 회사에 취업해서 부장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내 정치가 있는데, 사내 정치라는 게 결국 남자들이 누구한테 줄을 잘 서느냐이잖아요. 남자의 심리를 모른다면 그 여자는 이용만 당하다 끝나게 될 거예요. 현실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척하지만 어리고 엄마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있었어요. 남성들이 책을 보고 발끈하지 않을까요?
제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남자들의 심리를 알았냐며 너무 잘 써줬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남자는 울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남자들이 술을 제일 많이 마시고 제일 많이 울어요. 왜 그럴까요? 제일 약하니까요. 한국은 유교 국가잖아요. 제일 약한데 문화적으로 강한 척을 해야 하는 거죠.
예상한 독자층이 있었나요?
20대 초반의 여대생 분들이요. 아직 세상에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분들. 제가 만난 분들의 사례를 많이 넣었던 게,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거든요. 여자들이 살기 힘든 사회에서 자기중심을 잘 잡고 남자들에게 영향력을 주면서 끌고 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넣었어요. 실제 사례를 접하게 되면 조금 더 용기를 내게 되지 않을까 하고요.
20대랑 상관없이 전체 연령에게 해당하기도 해요. 클레오파트라는 떠돌이 여왕이었잖아요.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찾아왔는데 현실적으로는 너무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걸 이길 힘은 결국 자존감이 아니겠어요? 20대 클레오파트라는 자존감과 자신감의 결정체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처럼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나눔이 있어야 자기계발
어떻게 보면 클레오파트라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헤쳐나가는 용기와 지혜라는 면을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들려준 거잖아요. 이렇게 ‘떠먹여 주는 게’ 자기계발의 본질이 아닐까도 생각했거든요.
자기계발의 본질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그렇게 안 하는 자기계발서가 많고요. 제가 늘 친절하게 이야기해주는 이유가 뭐냐면, 그렇게 해야 책을 끝까지 읽더라고요. 저는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는 두 번째고, 제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작가로서 자존심이 생기는 사람이에요. 누군가 제 책을 비싼 돈 주고 샀는데 결국 그 책과 그 사람의 만남이 끝을 맺지 못하면 작가로서 너무나 자존심 상하고 치욕적인 느낌이 들어요. 싫어하는 분도 있는데, 책을 손에 잡으면 쭉 넘어가서 어쨌든 다 읽고 에너지를 받는 작가가 되는 걸 오랫동안 목표로 삼고 훈련했기 때문에 제 특성이라고 볼 수 있겠죠.
책을 잘 안 읽는 분들을 예상 독자층으로 상정하고 쓰신 것 같아요.
책을 잘 읽는 분들도 책을 끝까지 읽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8년 전부터 독서운동을 하고 팬카페에서도 독서모임을 전국적으로 하는데, 거기 참여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책 정말 많이 읽으시는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 중에도 책을 끝까지 안 읽으시는 분이 적지 않으세요.
폴레폴레, 차이 에듀케이션 등 교육 쪽으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시는데, 이것도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인가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갈 일이 없고 점점 안 좋아지는데, 국민 독서량과 관계가 있어요. 책을 읽지 않으면 그 시간에 뭐 하겠어요. 티비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술을 마시겠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저도 술 마시고 다 해요. 하지만 국민 세 명 중에 한 명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나머지 두 명은 한두 권 읽는다고 하는데, 보통 책 한 권 읽는데 두세 시간 걸리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생각'이라는 걸 해요. 그럼 국민 중 1/3은 일년 동안 생각하는 시간이 아예 없고, 나머지 국민은 겨우 두세 시간이라는 얘기잖아요. 이건 곧 우리가 바보로 살고 있다는 의미하고 같아요. 이런 민족은 망할 수밖에 없어요. 언제 어디서든 지배 계급의 직업은 독서예요. 조선시대 양반은 책을 읽고 피지배계급은 일했어요.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국민이 주인인 시대인데, 주인들이 생각을 안 하고 살면 안 되죠.
해외에 학교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년까지 스무 개 정도 지었어요. 학교 백 개 짓는 게 목표예요. 폴레폴레 회원들이 직접 가서 보수하고 벽화 그리기 활동 같은 걸 해요.
작가를 꿈꾸시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 때도 나눔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나요?
그때는 지금 하는 해외 학교 프로그램 같은 건 몰랐죠. 미국 같은 나라는 자기계발서 쓰는 분들이 사회적 나눔이 활발한데, 우리나라의 경제 경영, 자기계발서 저자는 나눔이 없어요. 너무 이상해요. 자기계발이라는 건 결국 사회 개발, 국가 개발, 인류 개발로 이어지는 연장선이에요. 내가 나를 관리하지 못하고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는데 사회에 나눔을 하자고 하면 누가 따라오겠어요. 지금에야 많이들 저와 함께하시지만, 무명작가 때는 나누자고 하면 ‘너나 잘해’라는 대답이 따라왔으니까요. 내가 사회를 새롭게 만들고 싶은데 나한테 힘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자기계발을 하는 거예요. 열심히 살아서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내가 속한 부분에서,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사회를 바꿔나가는 거, 저는 이게 정치라고 생각해요. 꼭 국회의원이 되는 게 정치가 아니잖아요. 국민이 자기 분야에서 바꿔나가는 게 정치죠.
자기계발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인터뷰에서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상한 게 우리나라 자기계발에는 그게 없어요. 종교적 용어를 붙이자면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자기계발은 이단이라고 봐요. 자기 혼자 잘 먹고 잘살면 끝나는 게 무슨 자기계발이에요. 그건 자기 개인적 욕망의 충족이에요. 사람들에게 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고 돈을 벌려고 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싶고, 고급 외제차 몇 대 가지고 싶고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고 대답해요. 저는 그걸 부정하지 않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가 능력껏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비난하는 건 잘못된 거죠. 하지만 그건 인생의 한 부분인데 그게 인생의 목적이라고 하면 그건 아니죠. 그래서 나눠야 한다고 말로만 하면 제가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어요. 요새는 너무 과도하게 해서 힘든데, 사람들한테 학교 짓자고 그러면서 돈 내라고 요구하기보다 제가 먼저 10개 이상 짓고 나서 독자들에게 같이 참여하자고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찌 됐든 제대로 된 자기계발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어요.
나눔의 길
해외에 학교를 짓고 봉사를 나가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저도 사람인데 즐기고 싶고 놀고 싶죠. 해외 학교 짓는데 기본적으로 5, 6천만 원 들어가면 마음속으로 갈등이 생겨요. 처음에는 사회적 나눔은 좋은 일이고 선한 일이지만 그런 건 예순 넘어서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기독교인인데, 어느 날 주님이 제 마음에 인간으로서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왜 20년 뒤에 걸으려고 하냐는 말씀을 주셨어요. 그때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죠.
앞으로도 계속 하실 생각이시죠?
삶의 소명이자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한국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는 못 되는지라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늘 소수예요.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은데, 올해부터는 현실적인 전략을 많이 짜고 있어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얻었는데 이걸 평생 추구해 나가야 제대로 살 수 있는 거겠죠.
기독교인의 ‘주님이 주신 사명’과 자기계발의 맥락이 맞닿을 수 있다고 봅니다.
자기계발은 기독교가 시작한 거예요. 칼뱅의 종교관은 하나님의 나라는 내가 발 디디고 서 있는 곳에서도 이루어진다는 거였죠. 빵을 만드는 사람들은 빵을 인간에게 주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거고, 삶 자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였어요. 자기계발의 개념이 거기서 나온 거예요. 그러다가 벤저민 프랭클린이 기독교적 요소를 빼고 인격 수양으로 많이 이끌어 나갔는데, 미국의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특유의 나만 아는 자기계발이 시작됐죠. 그 당시에는 국가고 뭐고 내가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 넘어온 정신은 기독교적 자기계발도,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회적 메시지도 아니라 대공황 이후의 ‘나만 잘살면 돼’가 넘어온 것 같아요. 나중에 기독교적 자기계발이라는 게 들어왔지만 그것도 성경으로 보자면 백 퍼센트 이단이었죠.
성경의 중심은 예수님인데, 예수님이 돈을 벌어서 회사를 세웠나요? (웃음) 예수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쉽게 말해서 사회적으로 최악의 실패자인데, 제자들도 다 그랬잖아요. 우리나라는 대형 교회 목사님들이 교회의 성장 때문에 성서 메시지가 아니라 자기계발적 메시지를 전달해요. 성서적 자기계발은 분명히 있어요. 자기 삶이 예배가 되려면 항상 자기 자신을 넘어선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죠. 하지만 깨끗한 방법으로 결과를 내야 하고, 교회는 헌금을 과부와 아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선교를 위해, 그리고 남은 걸 교회 운영에 써야 해요. 그게 청교도적 자기계발인데,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재미도 없고 무섭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읽을 책
자기계발서 쪽에 중점을 두고 계시잖아요. 다른 쪽 장르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이제까지 시집, 소설, 인문서, 교육서 다양하게 냈는데, 지하 100층 불구덩이 같은 현세의 지옥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해주는 건 자기계발서밖에 없었어요. 철학서에도 문학서에도 그 어느 것에도 고통받고 있을 때 나는 할 수 있고 눈부신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 없었어요. 이후에 제가 비참한 상황에서 빠져나와서 다른 비참한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서를 줬을 때 그들이 다 성장하고 성공했다는 거죠. 자기계발서를 중점적으로 쓰는 건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고 봐요. 저도 20대 때는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으니까 알아요. 저는 잊어도 좋아요. 절망에 빠진 사람이 우연히 제 책을 만나서 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해요.
자기계발서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 중에 저와 같은 지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 있는지, 자기계발서 독서를 통해서 극복하고 성장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어요. 없으면 감히 비판하지 말라는 거죠. 지금도 짓밟혀서 집 밖에도 못 나오는 비참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본 적이 있나, 그 사람들의 손을 잡고 여기서 절망하지 말고 세상으로 나아가 네 길을 개척하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같이 울면서 말해본 적 없다면 감히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알지 못하면 말하지 말라’는 말이군요.
어느 정도 가진 사람들은 안 통하더라고요. 그런 힘듦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연히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죠. 연대보증제도 때문에 저도 20년 전에 빚을 졌어요. 그때 사회 구조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한 그 누구도 내 곁에 온 사람이 없었어요. 당연히 사회적으로는 바뀌어야 되겠지만 그당시 거대 담론에만 빠져 있었다고 한다면 저는 여전히 그러고 살고 있었을 거예요. 사회를 바꾸는 부분에서는 학자, 정치가, 많은 분이 노력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개인이 스스로 지옥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자살하려던 사람이 자기계발서를 보고 새 힘을 얻고, 그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자기계발서를 떠나서 또 다른 책을 읽어요. 밑바닥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비참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정신적으로 함께하겠다는 게 작가로서의 뚜렷한 주관이고 제 상이에요.
비판의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이지성이 맨날 말도 안 되는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신경 쓸 겨를도 없어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해외에 학교도 지어야 하고 제 책도 써야 하고 인도 갔다 와서 선교사 이야기도 써야 해요. 제 길을 가고, 거기에 대해서 누가 가장 진실했고 욕심을 초월했는가는 하나님께서 판단해야겠죠. 이상한 작가예요. 자기 책 이야기보다 이런 내용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는 게.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에 아버지와 불화한 이야기가 나와 있어요. 요새 가족들과는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빚을 다 갚고 통장을 보여드린 순간 해피엔딩이 됐죠. (웃음) 지금은 늘 행복해요. 그래서 개인적 성취와 성공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가족 문제가 한 번 성공하니까 다 풀리더라고요. 결혼도 그래요. 마흔 한 살에 혼인 신고하고 마흔 두 살에 결혼했는데, 옆에서 사람들이 마흔 살 때까지 결혼을 못하니까 이제 큰일 났대요. 아무리 유명해도 마흔 살 넘으면 아무도 시집 안 온대요.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고, 엄청난 일이 일어날 거라고 했죠. 진심으로 믿으니까 이루어졌잖아요. 인간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주셨기 때문에 신앙과 상관없이, 믿으면 이루어지게끔 구조를 만들어놓으셨어요.
이건희, 힐러리, 클레오파트라 등 롤모델을 세워주시잖아요. 다음 롤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생각은 있는데, 독자님들의 반응도 봐야 하고요. 저는 대중 작가이기 때문에 지금 독자에게 필요한 게 롤모델이 아니라고 한다면 독자들의 마음을 살펴야 할 것 같아요. 때가 무르익으면 쓰게 되겠죠. 지금 계획하고 있는 책도 많아서, 집필 계획이 내년까지는 꽉 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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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이지성 저 | 차이정원
스테디셀러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등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워너비 시장’을 개척했던 이지성 작가의 신작이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bluek0919
201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