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삶, 드라마와 똑같나요?
국과수 일 중 단박에 해결되는 것은 없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될까?’ 끊임없이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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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중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김빛내리 교수 등 이 책의 저자들은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들이다. 이 책은 5인의 여성 과학자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어린 시절 적성과 꿈 찾기, 공부하는 과정, 개인적인 고난과 극복, 연구 테마 찾기, 실험의 실패와 성공 등 일과 삶을 자전적으로 담아냈다. 그밖에 이야기 속에서 연구 주제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한편, 각 장의 뒷면에 관련 지식 소개, 진로에 관한 조언도 추가했다.

 

‘과학의 힘으로 범인을 찾아라’를 쓴 정희선 저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최초 여성 소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에서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대영제국 지휘관훈장 등을 받았고, 저서로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맡고 계시지만, 34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근무하셨기에 ‘국과수’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 국과수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국과수는 죽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몸으로 남긴 ‘사인’(sign)을 들어 주고 억울함을 밝혀 주는 곳이 바로 국과수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일하게 된 동력은 바로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 억울함이 없게 한다’는 데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을 역임하셨는데, ‘여성 최초’라는 수식이 늘 붙는다. 책에서도 밝혔지만 근무할 당시 ‘여성’으로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는 국과수가 인기가 있지도 않았고 부검을 하는 곳으로만 알려져 여성이 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워낙 국과수에 가고 싶은 열망이 강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정작 들어가서는 커피를 타는 등 잔심부름만 오랫동안 해야 해서 실망이 컸다. 한참을 참고 참다가 상사에게 "저도 중요한 일을 맡고 싶다"고 용기 내어 말했는데, 그때부터 제대로 된 조사가 주어졌다. 그 기회를 잘 살려서 가짜 꿀 감별법, 마약 중독자 판별법도 만들어서 인정받았다. 불평만 하지 말고 진즉에 말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마약 수사에 몰입한 나머지, 사표 쓸 시간이 없었다고 들었다. 일의 강도가 굉장히 센 것으로 보이는데…

 

성과를 내고도 두 차례나 남자 동료에게 승진에서 밀렸을 때는 바로 사표를 내고 싶었다. 그런데 얄궂게도 그때 내 사표를 막아준 것이 ‘소변’이었다. 1986년에 마약 중독자 판별법을 국내 최초로 확립했는데, 그 사실이 알려져서 매일 전국에서 밀려드는 소변들 때문에 사표를 쓸 시간이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 없이 소변과 씨름하며 지내다 보니 승진 탈락의 우울함도 잊을 수 있었다.

국과수 일도 여느 일과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답을 찾았을 때, 그 희열은 비길 데가 없다. 국과수 일 중 단박에 해결되는 것은 없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될까?’ 끊임없이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국과수’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종종 있었고, 늘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실제 국과수 직원들에게도 이런 드라마가 인기가 많나.

 

와 <싸인>가 나올 당시 국과수 직원들도 다들 흥미로워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는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전문가의 자문 수준이 상당히 높구나’ 하고 감탄했다. 를 시청하고 연구원을 방문하는 분들 중에는 드라마 속의 연구 시설과 장비는 최신식이고 무척 멋있게 보이는데 국과수는 그렇지 않다며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드라마는 시각적인 효과를 높여 촬영되었기에 현실의 실험실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995년 듀스 김성재 사건을 수사했다고 들었다. 당시 고인의 팔에 주사 자국이 있어서 마약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었는데 전모가 어떻게 된 건가?

 

부검을 한 의사는 오른팔에만 주삿바늘 자국 28개가 정맥을 따라 쭉 이어져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삿바늘 자국이 모두 신선해서 일반적인 마약 중독자들의 주사 형태와 아주 달랐다. 일반적으로 마약 환자들은 일정한 시기를 두고 주사를 맞기 때문에 주사 흔적이 오래된 것과 신선한 것이 함께 있다. 전국의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모조리 검사한 결과, 동물 마취제임이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마취제를 구입해 간 사람은 다름 아닌 그 가수의 여자친구였다. 1심에서는 살인죄로 무기 징역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는 살해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사인만 밝혀진 채 의문사로 남았다.

 

학창 시절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수학과 생물, 화학을 좋아했다고 책에서 밝혔다. 국과수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많을텐데, 어떤 전공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어떤 준비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나?

 

어떤 일이든 흥미를 느껴야 한다. 옆집 아이가 추리소설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다면, 나는 '국과수'의 존재를 슬쩍 말해주겠다. 국과수엔 여러 분야가 있으므로 분야별로 좀 더 강점이 있는 전공이 있다. 법의학 분야에서 일하려면 의학을 전공해야 하고, 유전자 분야는 생물학ㆍ생물공학ㆍ수의학 등을 전공하면 좋다. 약독물, 마약 분야는 약학을 전공해야 하고, 화학 분야에서 일하려면 화학ㆍ화학공학을, 화재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물리ㆍ전기공학 등을 전공하면 된다. 안전사고, 교통사고 분야에서는 물리ㆍ기계공학ㆍ전기공학ㆍ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영상 분석 분야에서는 컴퓨터공학ㆍ전자공학 등이 선호된다. 문과 전공자가 유일하게 지원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바로 범죄 심리 분야다. 심리학 중에서도 범죄 심리를 전공한 사람들이 이 분야에서 일한다.

 

먼 미래에는 과학수사박물관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향후 계획을 좀 더 얘기하자면.

 

법과학을 오래 한사람으로서 과학 수사 박물관을 만들어 어린이, 청소년에게 과학의 매력을 전수하고 싶은 꿈도 있다. 이들이 과학 수사체험 학교 등에서 과학 수사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과학이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과학하는 여자들김빛내리 등저 | 메디치미디어
한국인 중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김빛내리 교수 등 이 책의 저자들은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들이다. 이 책은 5인의 여성 과학자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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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하는 여자들 #정희선 #법과학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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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

2017.02.12

저 이제 곧 대학 졸업인데... 전공을 바꾸고 싶어지네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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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17.02.09

와 정말 재밌네요... 대단하세요!! 저자님..ㅎㅎ 솔직 답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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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j314

2017.02.09

흥미 진진한 직업의 세계에요. 미디어로 보는 직업과 실제 직업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도 동감합니다.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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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