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티드(Busted), 확실한 반전
특출나게 귀를 잡아끄는 훅은 없지만 듣기 좋은 곡들로 구성된 13년만의 정규 3집.
글ㆍ사진 이즘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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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 신스팝 앨범이다. 음반은 현재가 아닌 1970-80년 사이의 어딘가를 배회한다. 딱 붙는 형광색 레깅스에 구불구불한 파마머리가 생각날 정도로 지나간 감성이 환기되는 이유는 아마도 빈티지한 신스의 운용 때문일 터. 「New York」부터 앨범의 후반부까지 비슷한 질감의 트랙들이 연속해서 등장하며 뉴 웨이브와 신스팝의 공통분모인 초기 신시사이저 음향을 그대로 재현한다. 「Without it」, 「One of a kind」나 「Kids with computers」의 하이라이트 직전에 등장하는 직설적인 신스 리프는 팝 멜로디와 아스라이 스러지는 듯한 사운드와 만나 몽환적인 느낌을 부여하고, 이러한 복고로의 회귀 작업이 극대화된 결과물이 바로 「Night driver」다. 곡에서 기타와 드럼은 단순히 거들뿐, 주연은 가상의 악기다. 작품 타이틀과 동명인 이 트랙은 작품의 지향점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0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밴드가 있는 반면, 기존의 색채를 지우고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그룹도 있다. 버스티드는 후자다. 머리를 삐죽삐죽 세우고, 단 두 장의 앨범으로 포스트 블링크-182의 꿈을 이루고 사라진 삼인조에게 이제 와서 과거의 음악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음반엔 「Coming home」, 「Easy」와 같이 미약하게나마 그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팝 록 넘버도 존재하지만 악동이 되길 원했던 해맑은 소년들의 이미지를 지우기에는 충분하다. 전자는 MGMT식 노이즈와 같은 불순물이 섞여 있으니 팬들에게 ‘난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거야’에 대한 답을 이미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안식처로 돌아’옴과 동시에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면 (팝)펑크 밴드가 신시사이저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펑크가 대중의 수요와 타협하느냐 마느냐의 지점엔 전자음악이 있었으니까. 이들은 팝 펑크 음악을 해오면서 다진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를 무기로 삼아 “뉴” 웨이브를 “칠” 웨이브로 만들어 버렸다. 「On what you’re on」의 디스코 비트는 이미 트리오가 일렉트로 팝의 근원에 발을 걸쳤다는 일종의 선포와도 같다. 이런 변화가 아쉽지는 않다. 미니멀리즘과 디스토션으로 전해지는 날 것의 느낌은 사라졌지만, 한층 톤 다운된 찰리 심슨의 목소리는 차분한 음반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성숙한 매력을 풍긴다. 또한, 세련된 사운드는 단순한 복고의 재현이 아닌, 레트로 추종자 정도의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특출나게 귀를 잡아끄는 훅은 없지만 듣기 좋은 곡들로 구성된 13년만의 정규 3집. 잔잔하게 그러나 확실한 반전으로 돌아온 소년, 아니 청년들이 반갑기만 하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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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티드 #Busted #반전 #레트로 추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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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