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밥보다 잠이 꿀맛이라 빈속이고, 점심은 조미료투성이 식당 밥이 전부다.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서 저녁은 라면이나 패스트푸드로 대충 때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한 끼 식사도 제대로 갖춰 먹지 못하는 게 바쁜 현대인의 현실이다. 라면 끓이기보다 쉽고, 패스트푸드보다 영양 잡힌, 그런 따뜻한 한 끼! 집에서 간편하게 차리는 방법은 없을까?
『후다닥 한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요리 파워블로거 갱씨. 김경미 작가가 해답을 들고 돌아왔다. 이것저것 갖춰 먹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을 위해 오늘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간편한 요리법만 모아 『오늘 요리』에 담아냈다.
『후다닥 한끼』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몇 년 만에 책을 내신 건가요?
8년 만이네요. 그동안 블로그는 조금씩 운영하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하진 못했어요. 아마도 내 살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업데이트에 한계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책 출간하고 4년 후에 결혼을 했고, 그때부턴 완전한 내 살림이 생겨서 블로그에 매일 밥상 사진을 찍어 올렸어요. 결혼 전에 가끔 먹고 싶은 요리 한두 가지 정도 찍어 업데이트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죠. 생활밀착형 포스팅이라 많이들 공감해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에 대한 환상이 그다지 없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생활 그 자체더라고요. 힘들 때마다 블로그에 집밥 사진 올리면서 푸념도 조금씩 하곤 했는데 같은 처지(?)의 블로그 이웃님들 덧글에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역시 공감과 소통은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오늘 요리』의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기존 요리책과 『오늘 요리』의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요?
『오늘 요리』라는 제목처럼 오늘, 지금 당장 따라 하고픈 요리로 지금 바로 냉장고를 열고 만들 수 있을 만큼 쉽고 간편한 레시피를 담아냈어요. 기본 메뉴를 소개했지만 너무 전통스럽지 않게, 젊은 세대들의 입맛과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라는 점에서 기존 요리책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엔 좀 더 가정식 느낌이고요. 가정식이라고 해도 화려한 한식밥상은 아니고, 한 그릇 요리들 위주의 메인 하나로 한 끼 해결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제가 자주 해 먹는 간단한 즉석 반찬과 저장 반찬, 냉장고 자투리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 요리까지 빼놓지 않고 담았어요. 워킹맘 분들도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랍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요리에 관심을 갖고 요리 블로거로 활동하게 되셨나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파워블로거까지 되신 걸 보면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기보다는 요리가 제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저희 집이 가족이 조금 많은 편이라 엄마가 재료 손질을 늘 가족들에게 맡기셨거든요. 그중 막내인 저랑 아버지가 다듬고 씻고 빻고 다 했죠. 언니나 오빠는 귀찮다고 안 했고, 저는 재밌어서 자주 도와드렸어요.
더 어렸을 땐 시골에 살았었고 저희 집 다섯 남매 모두 먹성이 어마어마하던 때라 아버지가 “재료 손질을 하지 않은 자 먹지 말지어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하셨어요. 어느 날, 부모님이 논두렁에서 우렁이를 (엄청나게) 큰 바구니 가득 채취해 왔는데 그걸 엄마가 커다란 가마솥에 삶고 우리는 옆에 빙 둘러앉아서 열심히 살을 발라냈었어요. 그날 저녁 메뉴가 우렁이 초무침에 김치, 된장국, 딱 이 세 가지였는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그 맛과 향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에요. 그렇게 요리는 친구처럼 늘 제 인생 한편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05년도쯤 우연히 네이버 메인에 요리 사진이 뜬 것을 봤는데 신선한 충격이더라고요. 맛있어 보이고, 쉬워 보이고, 따라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도 요리할 때 이것저것 찍어 블로그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부터 시작했던 블로그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네요. (웃음)
『오늘 요리』에서 작가님이 제일 자주 해 먹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요리도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하게 먹는 걸 좋아해서 매일 조금씩 메인 위주로 만들어 먹는 스타일이에요. 요즘엔 겨울이라 주로 뜨끈한 탕이나 국을 자주 해 먹고, 볶음 요리도 자주 해 먹어요. 아침은 주로 커피와 샌드위치, 샐러드 등으로 간단하게 해결해요. 가끔 죽도 먹고요. 속이 편해서요. 저녁에는 제육볶음, 떡만둣국, 찜닭, 매운 돼지갈비찜, 버섯전골, 귀찮을 땐 볶음밥도 잘 해 먹어요. 여기에 샐러드나 밑반찬 한 가지 정도 더해서 곁들여 먹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처음에 한 짓(!)이 뭐였냐면 반찬을 다양하게 많이 만드는 것이었어요. 바보짓이었죠. (웃음) 둘이 사는데 누가 다 먹나요. 상해서 버리고, 너무 많이 만들어서 다 못 먹고 버리고, 이렇게 1년 반복한 것 같아요. 거기에 시댁, 친정에서 챙겨주는 김치며 밑반찬까지 보태면 냉장고는 터져 나가죠. 저는 메인 하나면 밥 두 그릇도 뚝딱 하는 반면, 남편은 새로 만든 반찬을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야 하다 보니 귀찮아서 많이 만들게 되고, 결국 상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먹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왜 반찬 많이 해줘도 못 먹냐며 타박하다가 깨닫게 된 게 있어요.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온 대부분의 반찬은 맛이 반의반으로 뚝 떨어진다는 사실이죠. 나도 안 먹는 걸 남편 먹으라고 타박한 거였어요. 그때부터 따끈하게 메인 위주로 내고, 여름엔 시원한 냉국이나 계절에 맞는 메인을 만들어 냈어요.
사실 한식밥상을 제대로 차리려면 여러 모로 낭비가 많다고 생각해요. 밥, 국, 반찬에 메인까지! 재료도 그렇고 품이 너무 많이 들어요. 들인 품에 비해 밥상이 볼품없어 보일 때도 있고요. 반찬이나 국 외에 메인까지 하면 염분 섭취량도 무시 못하죠. 그래서 ‘한 끼 먹을 분량을 만들어서 바로 먹고 치우자’고 생각했어요. 썩어나가는 재료가 없고, 신선한 재료로 만드니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을 테고요. 한식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블로그를 보면 다른 가정 살림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요리 말고도 본인만의 살림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짧은 주부 경력에 노하우라기엔 좀 부끄럽네요. 그래도 4년 동안 살림하면서 깨닫게 된 게 있는데요. ‘식재료는 먹을 만큼만 사고, 집에 들이는 물건은 신중히 구입하자’예요.
시작은 그릇 정리였어요. 결혼 전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그릇이 3~400개는 족히 됐는데 그릇장 꽉 채우고 더 넣을 데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유행도 지나고 손이 잘 가지 않는 그릇부터 조금씩 나눠주고 팔고 했는데 꽉 찼던 그릇장에 빈 공간이 생기니까 묘한 쾌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쓰고 좋아하는 그릇만 남겨두고 팔고 나누고 하다 보니 지금은 딱 제 취향의 그릇만 남았어요. 이제야 물건을 제대로 쓰고 활용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고, 옷부터 잡동사니까지 모든 걸 다 정리했어요. 마치 곧 세상을 떠날 사람처럼요. (웃음)
이 ‘비우기’ 프로젝트는 식생활에까지 침범을 해서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장을 보던 제 습관도 바꿔놓았죠. 대략적인 식단을 몇 가지 짜고 식재료가 연동이 되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닭 한 마리와 부추 한 묶음을 사면 그날은 백숙과 부추무침을 만들고, 다음 날은 어제 먹던 백숙 국물을 활용해 닭죽을 끓이고 남은 부추로 부추전을 만드는 식으로 재료 낭비 없이 모두 먹을 수 있도록 했어요. 식단도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짜놓으면 낭비가 생겨서 3~4일 정도로 짜는 게 좋았어요. 갑작스런 외식이나 약속이 생기면 식단도 밀리고 식재료도 그만큼 냉장고에 머물게 되거든요.
다른 사람이 해주는 요리 중에 생각나는 요리가 있나요?
단연코 엄마표 요리죠. 엄마가 해준 음식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시집가서 가장 먼저 엄마 생각에 눈물지었던 게 밥할 때였어요.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셨구나.’라고 제대로 느꼈었죠. 저는 그저 옆에서 살짝 거든 정도밖엔 한 게 없더라고요. 매일 메뉴 걱정하던 엄마가 친근하면서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친정에 놀러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줄줄이 읊진 않아요. 그냥 가서 있는 반찬, 국 감사히 먹어요. 엄마 음식은 늘 맛있고 그 맛은 누구도 흉내 못 내죠. 어쩌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표 ‘갈치조림’을 해놓으시면 너무 행복해요! 그런데 레시피를 물어 흉내 내봐도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요리하면서 행복한 순간이 있나요?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행복한 순간은 제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고요. 반대로 힘든 순간은 가끔은 식사를 준비하는 게 귀찮고 힘들 때가 있는데 이걸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 남편은 라면도 못 끓이거든요. 요리가 너무 어렵대요. (눈물) 그래도 이런 남편 덕분에 『오늘 요리』를 알차게 꾸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남편처럼 요리가 어려운 분들에게 좀 더 쉬운 레시피를 소개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이제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남편이 해주는 밥 좀 얻어먹어 보려고요. 남편한테 『오늘 요리』보면서 그대로 따라 하라고 하면 되니까요. (웃음) 아무쪼록 이 책을 집어든 모든 분들에게도 좋은 요리 참고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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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요리김경미 저 | 리스컴
『오늘 요리』는 각종 미디어에 레시피를 제공하고 요리 칼럼을 연재한 저자가 실생활에서 자주 해 먹는 요리들을 담아내 더욱 믿음이 간다. 간단하고 실용적인 레시피로 매 끼니 힘들이지 않고 식탁을 차려보자. 요리를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에게 영양 많고 든든한 식사를 선물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shshs
2016.12.21
clementia
2016.12.21
베리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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