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특수문자들이 동원된 해괴망측한 트랙들의 겉옷, 그 속살에서 마주한 낯설고 실험적인 사운드. 급진적으로 변한 사운드의 질감에서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라디오헤드(Radiohead)와 같은 선구적인 뮤지션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글리치 사운드와 왜곡된 음성, 그리고 날카로운 보컬 샘플들이 뒤얽히는 두 번째 트랙 「10 d E A T h b R E a s T 」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22, A Million>의 당황스러운 변화는 본 이베어의 전작들과 볼케이노 콰이어(Volcano Choir)의 음반들, 즉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의 디스코그래피와 5년간의 휴식기 동안 그가 협업했던 아티스트들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음반에 적극적으로 사용된 샘플링 기법에선
음성의 피치를 변화하는데 사용된 오토튠과 관련되어 우선적으로 상기되는 것은 EP
그러나 <22, A Million>의 암묵적인 크레딧 중, 가장 크게 다가오는 이름은 '본 이베어'다.
분명 낯선 음반이다. 일반적인 궤에서 벗어난, 파편화된 단어들과 문장들로 구성된 가사는 더욱 낯설다. 그러나 음반엔 접근성을 높이는 친숙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쉽게 다가서기 힘든 과도기적인 성격은 전작의 맥을 잇는 기조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명확히 들어서는 선율의 진행은 전작들보다 인상적이다. 특히 음반의 끝을 장식하는 「00000 Million」은 현재의 본 이베어가 실험성을 좇는 밴드로 완전히 돌아서지 않음을 나타내는 트랙이다. 방향성은 모호하지만, 따스함은 여전하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