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는 특별한 사교육 없이도 두 남매를 아이비리그로 가게 한 25년차 엄마이자 12년차 교육전문가인 저자의 소박하지만 핵심적인 자녀교육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빠른 성취와 높은 성적만을 우선으로 하는 교육을 벗어나, 아이들이 저마다 타고난 자질과 잠재력을 천천히 살펴봐주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부모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실천해나가기 어려웠던 자녀교육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쉽고 담백하게 풀어낸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의 두 남매가 어린아이이던 시절, 저자는 아이들을 현명하게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적 영감을 ‘발도르프 교육’의 가치관에서 발견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독일에서 시작된 일종의 대안교육의 한 형태로, 아이들의 발달속도에 따른 적기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에는 저자가 발도르프 교육의 구체적인 커리큘럼들을 생활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적용하고 실천해나간 이야기를 ‘가능성을 믿어주는 교육’,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교육’, ‘기질을 존중하는 교육’, ‘감각을 열어주는 교육’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나누어 풀어냈다.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으로 ‘천천히 아이를 키우는’ 평범하지만 올곧은 국내외 선배 엄마들의 인터뷰 역시 이 책의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책 속의 내용을 읽다보 면 새삼스레 나의 육아 원칙은 어떠한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이 세상에 잘 왔구나” “세상은 참 살 만한 곳이구나”라는 믿음에서 “그렇다면 내 주변 세상을 탐구해봐야지” 하는 호기심이 생겨난다.
책에서 아이의 잠재력은 ‘발견’되는 것이지, 교육되거나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이 무조건인 방목이나 방치를 말씀하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와 부모 사이의 적절한 거리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라는 것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주입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거리를 두고 지켜봐주자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커나가는지를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해보세요. 주변에서 강제로 학습을 강요당하거나 주입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것들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의 아픔까지 겪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저희 부부는 우리가 하기 싫었던 일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거나 바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아이들 앞에 놓인 어려운 상황이나 장애물을 제거해주지도 않았고요. 다만 아이들이 자기 앞에 직면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할 때에 용기와 의지가 좌절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아이들의 선택을 격려해주었어요.
부모가 아이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이것저것 탐색해보며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도 자기 의지대로 해보지 않는 아이들은 정해진 삶만 요구받으며 살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 자신이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거든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을 생소해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발도르프 교육의 어떤 부분에서 교육적 통찰을 얻으셨는지 여쭤봅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주입식 위주의 전통적인 학교 교육과 달리 아이들 내면에 전인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믿고, 신체와 감성, 사고의 조화로운 발달을 지향하는 교육입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아이들 각자의 고유성과 발달속도에 따른 적기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최초의 발도르프 학교는 20세기 초 독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발도르프-아스토리아’라는 담배공장을 운영하던 에밀 몰트라는 사업가가 당대의 인지학자였던 루돌프 슈타이너의 강연에 감명을 받아 함께 비영리학교를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던 것이 그 시작이지요.
그러고 보면 ‘발도르프’라는 이름은 그저 담배 공장의 이름을 따온 것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교육 철학입니다. 비영리학교로 운영되었던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발도르프 교육은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함께 살아 있는 교육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을 중시합니다. 제가 발도르프 학교를 선택했던 것은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교육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만나는 주변 어른들의 모습 역시 아주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는 자기 마음속에 형성된 이상적인 아이의 이미지를 버리고, 내 아이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와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라는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천천히’의 자세를 유지하는 게 말만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육아에서는요. 선생님만의 ‘천천히’ 일상을 대하고 아이를 키워 오신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아이들에게 최초의 학교는 가정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매일 보게 되는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따뜻함을 경험하는 것, 반복을 통해 일상생활의 리듬을 익히는 것 등입니다.둘 다 자존감과 안정감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지요. 저는 두 남매가 어릴 적에 무엇보다 일상생활을 단순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잠자는 시간, 삼시세끼 밥 먹는 시간 등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충분히 자유롭게 놀도록 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오전에 4시간 정도만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보냈고, 나머지 시간들은 집에서 자유롭게 보냈습니다. 예측 가능한 단순한 생활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제 일상도 순조롭게 흘러가는 편이었지요.
집안일을 할 때에도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껴가며 하려고 애썼어요. 그러자 아이들도 제 옆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제가 하는 집안일들을 눈여겨보며 따라 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면 종종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너그러운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질러진 집은 다시 치우면 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가족이라는 커다란 배를 이끌어가는 선장과도 같은 존재인데, 선장이 침착하고 느긋하게 항해를 할 줄 알아야 아이들이 예상치 못한 폭풍우를 만나도 겁내지 않고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원 없이 충분히 놀았던 두 남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쉬어가면서 공부를 하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선생님 말씀처럼 어렸을 때는 정말 열심히 놀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요?
예, 그럼요. 아이들은 자유놀이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나갑니다. 나중에 아이가 공부 잘하고, 일 잘하는 어른이 되기를 원한다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원 없이 놀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놀면서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키워 나갑니다. 놀이는 우리의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주고, 익숙한 것을 새롭고 낯설게 바라볼 기회를 마련해주지요.
많은 부모들이 놀이의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있으면 불안해하지요. 공부가 우선이고, 놀이는 남는 시간에 해주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자유놀이를 실컷 하며 주변을 역동적으로 탐색해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자연스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자신의 일을 끈기 있게 해나갈 수도 있고요. 좋아서 하는 일인데 몰두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요?
아이들이 시험, 성적, 보상, 결과와 무관하게 몰입해서 놀았던 순간에 경험한 것들, 이를테면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집중의 경험은 아주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이에요. 그 행복했던 경험은 장차 아이가 성장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기어이 해낼 수 있는 집중력과 의지력을 키워주지요. 또한 예측 불가능한 미래 사회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의 밑거름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놀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인형극이나 자유놀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좋다.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를 소화해내고 표현함으로써 이야기 속 주인공의 처지와 상황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지금 솔이와 현이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두 아이는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미래를 열어두고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탐구하고 알아나가고 있습니다. 솔이는 컬럼비아대학교 법학대학원 1학년을 마치고 지난 여름방학에는 10주 동안 세르비아에 있는 NGO기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어요. 그곳에서 시리아 난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 청소년들을 돕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해요. 자원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여러 로펌들과 인터뷰하며 졸업 후에 자신이 가장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신중히 선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감사하게도 본인이 희망했던 로펌에서 내년 여름부터 일하게 되어 즐거워하고 있어요.
현이는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다니면서 캠퍼스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뉴욕의 한 음식관련 회사에서 일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여 현실에서 구현해보는 실험을 10주 동안 진행했다고 합니다.
두 아이를 보면 미래의 무언가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희생시키지 않고 하루하루 매 순간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의 일상을 전해 들으며 제 삶을 살아나가는 데에 있어서도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지요.
책 속에서 TV나 스마트폰의 유해함에 대해 짚어주시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TV 시청이나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에 집에서 아이와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놀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TV 없이 생활하면 처음에는 아이들이 ‘심심하다’ 혹은 ‘지루하다’라고 불평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TV 없는 가정’이라는 원칙을 지켜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들 스스로 그러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욱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 나서고자 합니다. TV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나면, 생각보다 쉽게 TV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납니다.
하루 저녁만이라도 온 가족이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가족 구성원들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이 많다는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든지,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하고 놀았던 놀이들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끝말잇기나 스무고개 놀이처럼 말로 주고받는 놀이들도 재미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추측하고 알아맞히는 수수께끼 놀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실뜨기, 공기놀이 같이 소근육을 움직이며 하는 놀이들도 유익합니다.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하거나 간식을 만들 수도 있을 테고요. 가족 모두가 어울려서 함께할 수 있는 놀이들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교육 경쟁 속에서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부모는 내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기보다, 내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부모들이 다른 사람과 사회가 요구하는 내용을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충분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나만의 교육 원칙이 세워졌다면, 누가 무어라 해도 그 기준을 일관되게 아이에게 적용하고 이끌어나갔으면 해요. 아이들에게 부모의 일관된 가치관과 교육관은 정말 중요합니다. 일관되지 않은 양육과 교육은 아이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부모교육 강의를 하며 느꼈던 바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정답’을 얻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에 있어서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역시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서 아이를 무조건 도와주기보다는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교육문제에서든 일상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든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만 더 천천히 살아보면 어떨까요?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많은 부모들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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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 김영숙 저 | 북하우스
『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는 사교육 없이도 두 아이를 아이비리그로 가게 한 25년차 엄마이자 교육전문가인 저자의 소박하지만 핵심적인 자녀교육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아이들 저마다가 타고난 자질과 잠재력을 천천히 살펴봐주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교육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iuiu22
201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