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그 녀석의 전세역전 복수극 –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
16년 전 찌질했던 그 녀석이 직장 상사가 되어 돌아왔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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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그 녀석의 전세역전 복수극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는 달달함과 풋풋함으로 채워진 로맨틱 코미디다.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스타셰프 민준과 주방보조 마리의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16년 전,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두 사람은 꼭 그만큼의 세월이 흐른 후 운명처럼 재회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억은 사뭇 다르다. 마리는 ‘우리 제법 친하지 않았나?’라고 회상하지만 민준은 ‘자신을 괴롭혔던 왈가닥’ 마리와의 만남이 반갑지만은 않다. 그에게 있어 열여섯 소년 민준은 찌질한 범생이에, 이상하게도 마리 앞에만 서면 꼼짝 못하는 아이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자신은 레스토랑의 메인 셰프이고, 마리는 이제 막 들어온 신입 주방보조일 뿐이다. 민준은 이 ‘관계의 역전’을 십분 활용하기로 한다. ‘네가 기억하는 찌질한 백민준은 여기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른바 군기잡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주는 셰프 덕에 마리는 데이트까지 취소해 가며 레스토랑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마리에게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녀는 민준과 같은 성공한 셰프가 되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채 서른둘의 나이에 주방보조가 됐다. ‘나쁜 상사’ 민준으로 인해 순탄치 않은 직장 생활이 되어버렸지만, 결코 물러설 수는 없는 것이다.

 

민준이 자신의 복수극을 계획하느라 간과한 점이 있다면, 이제는 두 사람 모두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다. 마리를 괴롭힐 목적으로 그가 벌인 일들은 함께 수습해야 할 사건이 되어 돌아와 버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레스토랑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보게 되고,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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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형 로맨스가 선사하는 ‘공감’


올해 초,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는 <내 깡패같은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재연을 준비하며 달라진 것은 제목만이 아니다. 인물들의 관계 설정에 변화를 주면서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로 돌아왔다. 첫 만남부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매력적인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서툴지만 사랑스러운 인물들, 그들이 겪는 ‘생활밀착형’ 사건들과 친숙한 감정들, 곳곳에 숨어있는 개그 감각까지 모두 담아냈다. 네 명의 배우만으로 무대를 꽉 채워나가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점에서 ‘소극장 공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는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심오한 주제나 상징들로 채워진 작품보다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고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작품과 만나고 싶을 때,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는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작품은 대학로에 위치한 달달씨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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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