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없는 다이노서 주니어의 작품. 사반세기 넘게 꾸준하게 끌고 온 밴드 특유의 사운드, 컬러, 작법이 고스란히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번 음악 역시 결코 낯설지 않다. 잔뜩 구겨지고 일그러진 기타 톤에서부터 루 발로우의 역동적인 베이스와 머프의 강렬한 드럼, 곡의 중후반부 즈음에서 잊지 않고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기타 솔로잉, 제이 마스키스의 맥 빠진 보컬, 캐치한 멜로디와 1980, 19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 식 리프에 이르기까지, 다이노서 주니어의 음악에서 들어왔던 온갖 성분들이 그대로 튀어 나온다. 여기에 새로운 요소는 없다. 대단히 신선하다고 할 지점도 없다. 오히려 매우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분명 좋다. 다이노서 주니어는 정형화된 전법과 스타일의 경계 안에서 늘 죽여주는 결과물을 내보여왔고 그 결과물들은 대체로 좋았다. 그리고 이는
훌륭한 곡들이 가득하다. 둔탁한 톤의 펑크 기타로 시작해 캐치한 멜로디 구간을 지나 날렵한 기타 솔로로 이어지는 「Goin down」은 「Freak scene」, 「The wagon」, 「Feel the pain」의 막을 멋지게 올렸던 것처럼
수작의 지위가 충분히 따르는 앨범이다. 비단 현 시점에서뿐 아니라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능히 수작으로 남을 음반이다. 얼터너티브 록 시대의 클래식을 낳은 그 감각들이 무뎌지지 않고 빛을 발하며 러닝 타임 전반에 인상적인 모먼트를 수 차례 새겨넣는다.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결코 놓칠 수 없다. 그렇게
이수호 (howard19@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