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밤이 이어주는 과거와 미래의 문화사”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를 보면 그치지 않는 인식과 넓게 보는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을 번역하면서 전 역사를 대하는 제 자신의 학문적 자부심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ㆍ사진 임소중(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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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 문래동 뮤온 예술공간에서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출간 기념 역자 조한욱 교수의 강연과 와인 파티가 열렸다. 역자인 조한욱 교수는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표 저서로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서양 지성과의 만남』, 『역사에 비친 우리의 초상』, 『마키아벨리를 위한 변명, 군주론』, 내 곁의 세계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바이마르 문화』, 『고양이 대학살』, 『금지된 지식』,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문화사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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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문화사

 

원 저서는 『At Day’s close』라는 이름으로 2005년 나왔다. 날이 끝날 때, 날이 저물 무렵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산업 혁명 이전에 해가 진 후에 어떤 일이 일어 났는지를 다루는 역사책이다. 『At Day’s close』가 큰 주목을 받은 까닭은 모두가 주요한 일은 낮에 일어났다고 생각했었고, 역사적으로 밤은 중요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으로 ‘밤의 문화사’를 다루었다는 것에 있다. 2005년 <옵저버>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고, <디스커버>에서도 ‘최고의 과학책’으로 꼽힐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또한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데이비드 우튼, 버나드 베일린과 같은 사람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에커치 교수는 범위와 독창성에서 예외적인 책을 만들었다. 근대 이전 문명의 야경에 대한 그의 탐구는 문학, 사회사, 심리학, 사상사를 넘나든다. 이것은 진귀한 격조의 선구적 업적이다. 이 책은 활력적인 어둠의 영역에 진정으로 빛을 던져준다. _조지 스타이너, 제네바 대학교 교수

 

에커치에게 밤은 소란한 행동의 시간이요, 들락날락하기의 연속이요, 독특한 관행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 번잡한 봉토였다. 그는 역사가들이 인습적으로 무시해왔던 24시간의 주기를 복구했다. 에커치는 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우리 앞에 내용물을 내놓았다. 이 책은 밤의 오랜 신비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_아서 크리스털, 『뉴요커』

 

그 관심은 우리나라에도 금세 전해져 조한욱 교수가 역자를 맡아 『밤의 문화사』라는 이름으로 돌베개에서 2008년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6년,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로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책이 다시 나온 까닭에 대해 조한욱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인문, 역사 분야에 관한 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서양 문화사와 관련된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이 책은 ‘과거’는 물론이고 더 발전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책이다.”

 

저자인 로저 에커치는 수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받은 뒤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영국과 미국 방송에 출연하며 한 다큐멘터리의 해설까지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에커치의 말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시대와 오늘날을 가르는 가장 현저한 차이는 바로 ‘잠’에 있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서유럽 사람들은 밤에 잠을 두 번 잤다. ‘첫 번째 잠’을 잔 후에 깨어나 기도를 하거나 부부관계를 가지기도 하고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잠’을 잤다. 이처럼 저자는 과거의 밤시간에 일어난 일들을 아주 세밀하게 고증하고 있다.

 

이 같은 이야기들이 어쩌면 별 것이 아닌 그저 ‘과거의 기록’같이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이야 말로 역사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사료들이다. 그 동안 많은 역사가들이나 문학가들도 이런 세부적인 일들에 집중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에커치가 대단한 것이다.

 

그가 고증한 사실들은 역사와 문학은 물론이고 오늘날 과학과 의학계에서 말하는 숙면의 중요성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영국과 일본 정부에서는 그의 연구를 국민들의 ‘숙면’을 위한 국가적 지침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이 ‘잠’에 일정한 유형과 외부적인 영향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면 이후의 방향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과거’의 사실이 적힌 책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보게 된다.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를 보면 그치지 않는 인식과 넓게 보는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을 번역하면서 전 역사를 대하는 제 자신의 학문적 자부심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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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에서 저자는 산업혁명 이전의 유럽과 스칸디나비아반도, 아메리카대륙 쪽에서 밤에 일어났던 일을 말하고 있는 편지나 문학, 속담, 법률 기록과 같은 여러 기록들을 분석하고 복원하며 이에 따른 견해를 서술한다.

 

밤하늘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 어둠과 빛이 바뀌는 주기, 낮의 빛과 소리의 세계로부터의 규칙적인 안식처, 이 모든 것이 더 밝아진 조명에 손상될 것이다. 야간의 섭생에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있는 생태계도 엄청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어둠이 줄어들면서 사생활과 친밀감과 자아 성찰의 기회도 훨씬 드물어질 것이다. 기어이 그 밝은 날이 오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뛰어넘는 소중한 우리 인간성의 절대 요소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어두운 밤의 심연에서 지친 영혼이 숙고해봐야 할 긴박한 전망이다.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p. 488

 

과거 전기가 없던 때 모든 사람이 해가 지면 찾아오는 어둠을 두려워했다. 사악한 것들이 팽배한 시간이자 범죄가 가득한 불안의 시간으로 봤던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던 에커치는 문득 이 ‘밤’이 궁금해졌다. 하루의 반이 밤인데 인류는 과연 그 밤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그 질문에서, 책은 시작하게 되었다.

 

밤은 사람들이 공포 탓에 집 안에 고여있기도 했지만 동시에 집에서 사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하며, 예술적인 감성을 더해주기도 하는 시간이다. 책에서는 밤이 범죄와 화재의 위험성이 있는 시간이며, 근대 초에 가서는 밤의 노동과 작업들이 점점 많아졌다는 주장을 전개한다.

 

이번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가 전판보다 훨씬 좋아진 이유는 전판에서 생략된 원 저서에 있던 도판이 보다 제대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독자들은 분명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가 역사학이 총체적인 학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훌륭한 책이 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깨어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적인 세계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잠들면 제각기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다. _헤라클리투스, 기원전 500년경.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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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로저 에커치 저/조한욱 역 | 교유서가
이 책은 인간 역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역사가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산업혁명 이전의 밤에 대하여 로저 에커치가 일기나 여행기 등 개인의 기록부터 잡지, 그리고 철학, 인류학 관련 학술연구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20년 넘게 집필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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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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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

2016.08.25

기사만 봐도 책이 참 재미있을 것 같은 게 느껴지네요.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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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중(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