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 베일리 래, LA의 기운을 받은 속삭임
비어있는 사운드 안에서도 역설적으로 빛을 발하는 특유의 매력에 더해 풍성한 악기들과 함께 해도 그 선을 놓치지 않는다.
글ㆍ사진 이즘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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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will be a light that shines in the darkness, keep moving on” (「Walk on」)

 

벌써 6년 전이다. 어린 나이에 사별을 겪은 코린 베일리 래가 폭풍우 속 복잡한 감정을 담아 발표한 앨범 〈The Sea〉가 나온 지도.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원치 않았을뿐더러 생각지도 못한 그 경험이 좋은 길이든 나쁜 길이든 잡아 이끌어 도달한 어느 곳, 그 안에서 일종의 무기력함 뒤섞인 평온함을 느낄 때 말이다. 커버를 살펴볼까. 영롱한 무지갯빛 형형색색 수놓아진 구름 위를 걷는 모습이 보인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며 관통하는 11번 트랙 「Walk on」의 메시지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도 이를 뚫어내고 반짝이는 빛은 존재하니, 항상 그 곳을 향해 걸어가자.”

 

서부 로스 엔젤레스 주에서 거진 다 작업되었기에 앨범은 전반적으로 살랑살랑한 봄기운이 드리워져 있다. 그 와중에도 해변가의 따스함, 헐리우드의 화려함이 곳곳에 산재해 듣는 재미를 더한다. 비록 할렘가 컴튼(Compton)이라지만 역시 LA 출신인 켄드릭 라마의 앨범을 작업 기간 중요한 모티프로 삼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상실감에서 비롯된 우울에 빠진 코린 베일리 래를 돕기 위해 LA 출신 동료들도 힘을 더했다. 덕분에 떠오르는 신예 모세 섬니(Moses Sumney)가 피처링한 「Caramel」, 미네아폴리스 출신 밴드 킹(King) 멤버들과 함께한 「Tell me」, 펑키(Funky)한 리듬감의 「Green aphrodisiac」은 놓칠 수 없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앨범 포문을 여는 「The skies will break」부터 전작과는 달라진 생동감이 표출된다. 이후 분위기를 바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진정한 속삭임으로 다가오는 「Hey I won’t break your heart」, 그 손을 맞잡고 댄스홀로 잡아 이끄는 「Tell me」와 어느 정도 시계추를 돌려 롤 모델 빌리 홀리데이를 떠올리게 하는 「Horse print dress」도 빼놓을 수 없겠다. 순식간에 가면을 바꿔 쓰는 변검(變?) 공연을 보듯 재즈로 선회해 고음에서 팔세토를 선보이는 「Do you ever think of me」 같이 보컬 역량을 증명하는 곡도 존재한다. 앨범의 전체적 궤도를 요약하듯 정렬된 사운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지막 「Push for the dawn」까지 16가지 비교적 긴 트랙리스트지만 딱히 떨어지는 곡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얼마전 진행한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시는 사랑에 빠질 수 없을 줄 알았다’며 소박하게 웃음 짓던 코린 베일리 래. 앨범명 〈The Heart speaks in whispers〉처럼 말이 아닌 속삭임만으로도 그 감정을 여실히 전달해내는 아티스트다. 비어있는 사운드 안에서도 역설적으로 빛을 발하는 특유의 매력에 더해 풍성한 악기들과 함께 해도 그 선을 놓치지 않는다. 슬픔을 잊자며 함께 걸어보자 건네는 손을 뿌리치기엔 앨범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는 너무 거대하다.

 

2016/06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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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