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인터뷰
한국 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점은 보다 실험적인 면들이 있고 약간 난해하기도 하다는 데 있어요. 구조와 문체를 볼 때 흥미롭죠. 대부분 영국에서 만나는 한국 책들은 한국의 문화와 깊 게 연결돼 있고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것들이지요.
글ㆍ사진 지은경(월간 책 편집장)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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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출간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네셔널 부문’을 수상하기까지는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힘이 컸다. 그는 오래 전부터 한국 현대소설에 흥미를 갖고 영국에 한국소설을 알리기 위한 일에 적극적이었다.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번역자가 되기로 결심한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에 한국 작품을 소개하는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어를 선택했다. 지난해 런던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데보라 스미스는 같은 해 1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출간했고, 올해는 한강의 또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를 번역했다. 이외에도 배수아 작가의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서울의 낮은 언덕들(Recitation)』을 번역했고, 곧 영국에서 출간 예정이다.

 

데보라 스미스는 5월 16일, 한강 작가와 함께 ‘2016년 맨부커상 인터네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채식주의자』 번역은 내 인생의 가장 멋진 경험 중 하나”였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월, 월간지 <책>은 ‘한국 작품을 좋아하는 외국인’으로 데보라 스미스 인터뷰를 실었다. 당시 데보라 스미스는 무명 번역가에 불과했지만, 지난 2월 The Arts Foundation이 선정한 ‘문학번역 분야, 2016년의 번역가’로 선정되는 등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데보라 스미스의 인터뷰를 <채널예스>에서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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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사진_ 세바스티안 슈티제 (c) Sebastian Schutyser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번역하셨는데요, 번역가로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아내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 여자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어요. 여기서 남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아내로 사회적인 단면에 대해 많은 알고리즘과 상징적인 면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의견을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그녀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녀를 바꿔보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비디오아티스트인 여자 주인공의 형부와 주인공을 무척 아끼는 친언니가 여기서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왜 주인공이 채식주의자가 됐는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미친 건지 등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이 그녀를 향해 쏟아내는 반응들, 어떤 두려움이나 선입견 등이 정확하게 묘사된 작품이에요.

 

그 외에도 한국 책을 많이 번역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 문학의 어떤 점들에 끌렸나요?


한국 책을 특별히 좋아하는 점은 보다 실험적인 면들이 있고 약간 난해하기도 하다는 데 있어요. 구조와 문체를 볼 때 흥미롭죠. 대부분 영국에서 만나는 한국 책들은 한국의 문화와 깊게 연결돼 있고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것들이지요. 편집자들도 보다 실용적인 책들을 번역하고 팔고 싶어하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그런 책들을 소개할 기회가 생기면 아마도 이렇게 얘기하겠죠. “당신이 한국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좋아할 거예요”라고. 하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이 흥미로운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좋아할 거예요.”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영국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반면에 흥미로운 문학을 찾고 읽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죠. 제 생각에 그런 의미에서 영국은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번역하신 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가나 책이 있나요?


가장 좋아하고 또 언제나 좋아하는 작가는 배수아 작가입니다. 그녀의 책들은 매우 특별한 문체를 가졌어요. 한국인들에게 조차도 그녀의 스타일이 매우 생소하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그녀의 문장 속에서 전혀 다른 것들을 보게 되지요. 지금까지 배수아 작가의 책을 몇 권 번역했는데요, 『에세이스트의 책상』『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올빼미의 없음』 등이에요. 많은 에디터들이 그녀의 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그녀의 책을 출판하고 싶어하는데요, 그녀의 다른 많은 책들이 영어로 번역되어 더 많이 읽히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을 번역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끼리의 관계에 관한 문장이에요. 특히 존칭을 써야 하는 높임말이나 호칭들이 매우 복잡한 것 같아요. 친언니가 아닌데도 언니라고 부른다거나 선배와 후배의 호칭들, 특히 회사에서 직급을 나타내는 단어들 있잖아요. 사장, 회장, 이사, 팀 장, 과장, 부장, 차장 등. 영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에요. 사실 그런 것들을 번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한국 사회의 모든 상황을 이해해야만 하는 건데 한 권의 책에서 그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런던에서 한국 소설을 얼마나 많이 발견할 수 있나요?


제 생각에 런던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 책은 두세 권 정도인 것 같아요. 신경숙 작가나 황선미 작가 정도죠. 그 외에도 김영하 작가와 황석영 작가의 책들도 있지만 이들은 미국 출판사에 서 번역된 책들이라 서점에 가서 따로 주문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어요.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어떤 계기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냐고 묻는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학사 과정 때 영문학을 공부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을 와 보거나 한국 사람을 만난 적도 없었어요. 한국 음식도 먹어본 적 없고요. 대학을 졸업했을 때 문득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어떤 외국어도 알지 못했어요. 저는 한국어를 선택했어요. 제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신비로웠거든요. 당시만 해도 영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안다거나 한국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없었어요. 중국문학이나 일본문학은 많이 소개되는 반면 한국문학은 문학이 중요한 나라이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베일에 싸인 나라였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한국에도 풍부한 한국문학이 존재할 것이고 그것을 찾아보고 또 알려야겠다고 말이죠.

 

한국어 단어 중 아무리 해도 번역할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한자를 번역하는 게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가장 힘든 건 콩글리시를 번역하는 일이에요. 한 작가가 핸드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영어에서는 핸드폰이라는 말을 쓰지 않거든요.

 

한국어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나 표현이 있나요?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을 나타내는 단어 ‘여수’예요. 비슷한 의미인 ‘여정’이라는 말도 좋아해요. 똑같은 의미의 영어 단어를 찾기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또 제게 재미있게 들리는 말은 ‘긴가민가하다’ 예요. 꼭 아이들 영어 노래에 나오는 반 복적인 리듬 같아서 재미있게 느껴져요.

 

한국 책을 많이 번역할수록 한국 사람들에게서 갖게 되는 느낌이라든지 문화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한국문화는 제게 커다란 물음표예요. 한국인들에게서 받은 좋은 느낌은 겸손함이에요. 제법 잘 알려진 작가를 만났는데도 그 들의 친절함과 겸손함, 털털함이랄까, 그런 것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한국은 아직도 다양한 문화 사회가 아니라는 거예요. 한국적인 사고로 보자면 우리나라와 외국으로만 분류를 하는 것 같아요. 마치 이 세계에는 단 두 나라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이에요. 또 나이 든 사람들이 나이 어린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종종 놀랄 때가 있어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어리다고 무조건 그 사람의 생각이 묵살되거나 혹은 나이 든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반박조차 않고 듣고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가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해요. 반면 다른 한 가지 좋아하는 점을 또 들자 면 문학적인 측면으로 볼 때 한국 출판 시장의 활발함과 다양함, 그리고 사람들이 문학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문학을 가장 높은 지성인의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에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평론가나 에디터들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들 말하지요. 그래도 제 생각에 한국 출판 시장은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한국에 대해 느낀 것들이 한국문학에도 드러나는 것 같은가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보통 자신의 문화와 배경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저 같은 외국 사람들이 느끼는 부분인 거죠. 하지만 생활이 나타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종종 한국의 초상을 볼 수 있긴 해요. 회사에서 겪는 말도 안 되는 어려움들이나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아간다거나 하는 것들이 이상하게 보이죠. 그런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학적인 부분에서 공감이 떨어지죠. 또작가 들이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한국인 독자만 염두에 두고 집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 책을 찾기가 힘든 것 아닐까라는 생각해요. 한국만의 특징적인 무언가를 내세움과 동시에 전 세계인들의 공통 관심사라든지, 서로 통할 수 있게 하는 그 무엇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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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경(월간 책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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