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비자만 손해 보는 쿡방
미디어야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손해날 일이 별로 없겠지만 잘못된 정보로 음식을 남용한 소비자는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글ㆍ사진 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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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_Imagetoday

 

얼마 전 한 패션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주제는 설탕에 대한 예찬론을 듣고 싶다는 요지였다. 건강음식 연구를 15년여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 순간 당혹스러웠다. 기자에게 어찌 이런 ‘황당한’ 기사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물어보니 이유인즉 먹방에서 뜨는 일부 셰프들의 레시피가 요즘 트렌드라 설탕에 대해 재조명하고 싶다는 게 답이다. 가만히 보아하니 기자도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뛰는 사람인데 갑자기 먹방, 셰프가 유행하자 일종의 트랜드성 기획 기사로 ’숙제‘를 받은 듯했다. 그래서 예정에도 없던 미니 강의를 기자에게 제공한 다음,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했다.

 

푸드(Food)가 일종의 문화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런 류의 해프닝은 계속 반복 되고 있다. 요리연구가, 미디어 종사자뿐만 아니라 연예인, 정부, 심지어 음식은 검증 안 된 비과학이라며,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대다수 의사들조차도 요즘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대중매체에 얼굴을 내밀고 음식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물며 필자 조차도 미디어를 통한 정보를 보는 동안은 놀랄 때가 적잖다. 암과 면역에 어떤 음식이 좋다며 개중엔 듣도 보도 못한 지역민에게만 이용되던 먹거리가 포털사이트에 인기 검색어로 오를 때, 도대체 저런 정보들이 무엇을 근거로 회자되나 어이없을 때도 있다.

 

먹거리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곧 미디어 정보를 구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니 상승효과는 당연할 테지만 사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미디어야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손해날 일이 별로 없겠지만 잘못된 정보로 음식을 남용한 소비자는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미디어 환경이 성숙되게 바뀌면 좋으련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급증하는 민간 대중매체들이 저마다 하이에나의 눈으로 소비자를 겨냥하는 환경에서 쉽사리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의 지지를 못 받는 정보를 결코 미디어는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자세로 갖고 똑똑해지면 바뀔 수 있을까.

 

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쉽게 떠들썩해지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잘 알려진 얼굴이나 연예인의 입을 통해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데 음식만큼 만만하고 좋은 소재도 없어 안타깝지만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찍이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마이니치 신문사에서 건강 먹거리 문제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고지마 마사미 기자가 쓴 책 『오해 투성이의 위험한 이야기』는 이 비슷한 고민과 우려를 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증거 즉 과학자들의 용어로 에비던스(evidence)를 잘 생각해 보면 미디어에서 시청률을 높이는 소재는 바로 체험 이야기로 다시 말해 에비던스가 낮을수록 재미있고 떠들썩한 뉴스가 되기 쉬운 게 현실이라는 말이다.

 

즉 미디어의 재미와 과학적인 증거의 신뢰성이란 정반대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질병과 발생률, 또 약과 부작용의 관계가 불분명해도 우선은 단 한 명이라도 발생했다는 사례자의 스토리와 그것을 지지하는 전문가나 시민단체의 의견만 있으면 그것으로 뉴스가 되어버린다는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왜 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단번에 마비시켰던 메르스 파동에 대한 수많은 보도들이 스치는지. 당시 언론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 만약 24시간 종일 방송되는 TV 채널들이 지금처럼 많이 존재하지 않았어도 메르스 질환이 경제적인 큰 손실 없이 훨씬 이성적으로 해결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치료관과 태도를 가져야 할 의료인들과 병원 같은 의료계 역시 불황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100세시대 슬로건에 편승해 엉뚱하게도 항노화 예방이란 치료 간판을 내걸고, 그릇된 열을 올리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소비자들이 더 이상 ‘봉’이 안 되려면 무엇보다도 소비자 스스로 건강 정보를 가릴 줄 알게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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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투성이의 위험한 이야기고지마 마사미 저/박선희 역 | 푸른길
이 식품첨가물, 유전자재조합 작물, 식품의 잔류농약 등의 그 불안의 원인이다. 저자는 이러한 물질들이 우리들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불안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매스미디어의 정보 왜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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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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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6.04.11

그러고보니 요즘 음식들이 점점 달아지는 듯. 과자도 허니라는 단어가 들어가 시리즈가 유행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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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학전문기자 출신 1호 푸드테라피스트)

의학전문기자 출신 제1호 푸드테라피스트 / 푸드테라피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