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작가.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필립 로스를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필립 로스는 1933년 미국 뉴저지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시카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졸업 후 이곳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이후 아이오와와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창작 활동을 계속했다.
1959년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하며 데뷔한 로스는 이듬해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 후 1969년 어느 변호사의 성생활을 고백한 『포트노이 씨의 불만』을 발표하며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다.
필립 로스는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 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문화예술훈장(National Medal of Art)’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도스 파소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 있는,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에서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 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2003~2004년 미국을 테마로 한 뛰어난 역사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노린 음모』로 ‘미국 역사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또한 최근에는 펜(PEN) 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불멸의 독창성과 뛰어난 솜씨를 지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 나보코프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 솔 벨로상’을 받았다. 로스는 미국의 생존 작가 중 유일하게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 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에서 완전 결정판(총 9권)을 출간한 작가다.
필립 로스 작가의 대표작
휴먼 스테인
필립 로스 저/박범수 역 | 문학동네
2003년에 영화화 되기도 했던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은 미국 뉴잉글랜드 시골을 무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립, 정치적 올바름, 그리고 빌 클링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99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작품의 사회자 격인 일인칭 화자 네이선 주커먼은 예순 다섯 살 나이의 작가로 필립 로스의 전작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도 화자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휴먼스테인』까지 세 작품을 삼부작으로 여기기도 한다.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들과 미국의 사회 문화적 문제들을 소설의 소재로 삼아 전개하고 있는 『휴먼 스테인』은 미국 사회와 정치가 앓고 있는 증상에 대한 진단이자 비판이다. 하지만 서술하는 내내 로스는 그 어떤 정치적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그는 미국이 앓고 있는 증상 자체를 개선하고 치유하겠다는 집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증상을 통해 오늘의 인생을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삶에 대해 반성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하고,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이다. 학벌, 외모, 재능,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엘리트 변호사 앨릭잰더 포트노이.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부모님 말에 휘둘리고, 툭하면 감상적인 자기연민에 빠져들고, 길에서 멋진 여자만 보면 따라가서 집적대는 찌질이다. 진정한 남자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포트노이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여과 없이 날것 그대로 쏟아놓는 섹스 편력, 분노, 원망, 빈정거림 들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격찬과 혹평의 소용돌이 속에서 삼십 대 중반의 필립 로스를 미국의 대표 작가로 수직 상승시킨 작품이다.
죽어가는 짐승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미국 3부작'이라 불리는 『미국의 목가』(1997),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1998), 『휴먼 스테인』(2000)의 연이은 성공으로 작가적 명성에 중요한 획을 그은 필립 로스는 2001년, 작가 인생 또 하나의 문제작인 『죽어가는 짐승』을 발표한다. 『죽어가는 짐승』은 20세기 미국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의 소설 『포트노이의 불평』(1969)의 계보를 잇는 듯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전작 『유방』(1972)과 『욕망의 교수』(1977)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케페시다. 앞의 두 작품에서 젊은 교수였던 그는, 작가인 필립 로스가 나이든 것과 똑같이 나이 들어 70세의 노인이 되었다. 『죽어가는 짐승』은 처음부터 끝까지(마지막에 딱 한 번을 제외하고) 주인공의 대사만으로 이루어진 소설로, 『포트노이의 불평』과 유사한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케페시는 자신의 집 소파에 앉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고, 이야기는 죽음과 섹스에서부터 1960년대의 성 혁명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며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죽어가는 짐승』은 늙어간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끓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통렬하고 우아한, 그리고 서글픈 성찰이다. 벤 킹슬리와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영화 <엘레지 Elegy>(2008)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에브리맨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한 남자가 늙고 병들어 죽는 이야기인 이 소설을 통해 필립 로스는 삶과 죽음, 나이 듦과 상실이라는 문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 소설은 황폐한 공동묘지에서 시작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친구들이다. 그들은 막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을 추억하고 있다. 소설 『에브리맨』의 주인공은 바로 이 장례식의 당사자인 '그'이다. 작품은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그저 그런 보통의 존재인 한 남자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소설은 노년 시절의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인생 전반을 돌아보며, 삶과 죽음,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로스는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피하고 싶지만 모두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되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강과 젊음이 떠나고 쇠잔해지는 육체. 찬란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추억을 곱씹으며 곧 찾아올 영원한 망각을 기다리는 삶. 서글프고 애달프지만 그것이 바로 늙어가는 것임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삶의 일부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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