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조드윅 vs 뽀드윅
배우가 얼마나 깊게 헤드윅과 접속했는지는 당연히 공연을 봐야 한다.
글ㆍ사진 윤하정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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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헤드윅] 조승우(Wicked Little Town).jpg

 

공연 일정이 공개될 때 어떤 배우가 캐스팅됐는지 이름뿐만 아니라 프로필 사진까지 필히 확인하게 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헤드윅>. 남성미 물씬 풍기는 남자배우가, 아니면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배우가 짙은 메이크업에 가발을 쓰고 헤드윅으로 어떻게 변신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적인 확인일 뿐, 그 배우가 얼마나 깊게 헤드윅과 접속했는지는 당연히 공연을 봐야 한다. 새롭게 단장한 뮤지컬 <헤드윅 : 뉴 메이크업>이 몸집을 키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이미 헤드윅 경험이 있는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씨와 함께 정문성, 변요한 씨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가장 비교하고 싶은 캐스팅은 아무래도 조승우, 조정석이 아닐까. 기자의 관람 소감과 객석 곳곳에서 들었던, 또는 나눴을 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두 배우의 <헤드윅>을 비교해보겠다.   
 

크기변환_[헤드윅] 조승우(Tear Me Down)2.jpg


B구역 6열 10번 : 이야, 수요일 낮인데도 공연장이 가득 차네?

 

B구역 6열 11번 : 조승우잖아! 재밌는 게 저녁 공연은 조정석이야. 거의 수요일 캐스팅은 ‘낮 : 조승우 ? 저녁 : 조정석’이더라고. 낮에 ‘조드윅’ 보고,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저녁에 ‘뽀드윅’ 보는 거지. 우리처럼 두 배우의 공연을 비교하고 싶은 관객들이 많은가봐. 

 

B구역 6열 10번 : 그래도 대극장인데, 7백 석 정도 되잖아.

 

B구역 6열 11번 : 그렇지. 극중 헤드윅이 공연하는 장소가 과거 뉴욕의 허름한 모텔에서 브로드웨이 극장으로 설정이 바뀌면서 실제 공연장도 중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바꾼 거래. 일단 무대 세트도 확 바뀌고, 영상이나 동선도 더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것 같아.

 

B구역 6열 10번 : 조승우 씨는 2005년 초연 때부터 참여했잖아. 헤드윅 최다 배우 아닌가?

 

B구역 6열 11번 : 송용진 씨가 있지. 조승우가 05, 07, 13, 14 이후 다섯 번째 무대라면 송용진은 05, 06, 07, 08, 09, 14로 이미 여섯 번이나 헤드윅으로 변신했어.

 

B구역 6열 10번 : 조정석 씨도 06, 08, 11 이후 벌써 네 번째 무대야.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세를 탄 게 최근이지 무대 쪽에서는 중견이잖아(웃음). 데뷔 때부터 인기도 많았고.

 

B구역 6열 11번 : 그럼. 연기도 좋았지만 귀엽고 잘 생긴 외모로 특히 ‘누님 팬’들이 많았지(웃음). 게다가 최강 동안이잖아. 피부가 어찌나 뽀얀지 ‘뽀드윅’이라는 애칭도 붙었다고. 아, 그때만 해도 조정석 씨와 공연장에서 편하게 인터뷰를 했는데, 요즘 조정석 인터뷰는 1열 객석 구하는 것보다 힘드네.

 

B구역 6열 10번 : 그야말로 스타가 된 거지. 어찌 보면 두 사람 닮은꼴이지 않아? 체격도 비슷하고, 외모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고, 성도 같고(웃음). 조승우가 영화로 시작해서 무대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라면 조정석은 뮤지컬로 시작해서 스크린에서도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됐고 말이야.

 

크기변환_[헤드윅] 조정석( Hedwig_s Lament).jpg

 

B구역 6열 11번 : <헤드윅>을 아낀다는 공통점도 있고. 하지만 두 사람의 헤드윅은 완전히 다르지. 두 배우 모두 경험 많은 베테랑 헤드윅인 만큼 2016년 무대는 특히 기대를 모았는데, 조정석이 ‘정석대로’ 간다면 조승우는 ‘내 맘대로’랄까(웃음)?

 

B구역 6열 10번 : 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일단 의상부터 확 다르긴 해. 조정석은 특유의 앳되고 예쁜 외모에 잘 어울리는 귀엽고 화려한 의상이 돋보인다면 조승우는 밋밋한 티셔츠에 짧은 청바지, 깔끔한 단색 원피스라서 사실 좀 놀랐어. 헤드윅 의상은 대부분 무척 화려하잖아.

 

B구역 6열 11번 : ‘의상 따위 중요하지 않다, 조승우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 아니겠어(웃음)? 뮤지컬 <헤드윅>은 이츠학도 있고 밴드도 무대에 등장하지만, 사실 헤드윅의 모노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 흔히 ‘마뜬다’고 하잖아. 조승우 공연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것 같아. 혼자서 140분을 연기와 애드리브로 그렇게 쫀쫀하게 이끌어가다니 대단해. 

 

B구역 6열 10번 : 잘하긴 해. 난 조승우 노래에는 그다지 빠져들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정말 헤드윅의 읊조림 같더라. 욕도 구성지게 하고, 일부러 운동을 안 했나 싶게 몸도 푸근해서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말이야(웃음).

 

B구역 6열 11번 : 그게 과하면 <헤드윅>이 애초에 관객과 나누려던 무언가를 잊게 하는데 딱 적당한 거지. 조승우의 매력이고 능력이야. 어쨌든 무대를 요리조리 갖고 노니까 다른 배우들보다 러닝 타임은 길다고 해(웃음).

 

B구역 6열 10번 : ‘조드윅’이라는 말처럼 자신이 만든 ‘헤드윅’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그에 비하면 조정석은 작품 자체에 더 충실한 것 같아. 아무래도 2011년 이후 5년 만의 <헤드윅>이니 좀 더 정석대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

 

B구역 6열 11번 : 하지만 디테일은 강해졌지. 그 5년 동안 매체활동을 통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만났잖아. 흔히 무대에 섰던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게 세밀함이거든. 아무래도 무대는 상징적이고 큰 움직임의 연기니까. 조정석은 지난 5년 동안 섬세한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무대에서도 자연스레 녹아날 거라고. 게다가 그 사이 그도 3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이 됐고,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더 깊은 생각들을 했을 테고 말이야. 그러니 작품 자체에 충실한 연기가 관객들에게는 최고의 연기 아니겠어?

 

크기변환_[헤드윅] 조정석(The Origin of Love).jpg

 

B구역 6열 10번 : 하긴, 사실 <헤드윅>을 처음 볼 때는 인기 배우의 화려한 변신이나 강렬한 넘버에 끌리지만, <헤드윅>의 주제는 이 작품의 메인 넘버인 ‘The Origine Of Love’ 아닐까?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얘기였나? 인류는 원래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다리를 가진 완전한 존재였는데,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세 부류였다고 하잖아. 하지만 그 인간들이 스스로의 완전함으로 교만해지자 신이 번개를 내리쳐 그들을 둘로 쪼개어 버리지. 반으로 갈라진 불완전한 존재로서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숙명을 노래한 곡이 ‘사랑의 기원(The Origine Of Love)’이잖아. 

 

B구역 6열 11번 : 맞아. 난 그래서 처음에는 <헤드윅>에서 큰 감동을 못 얻었는지도 몰라. 과장된 메이크업, 부풀린 가발, 거북스러운 옷차림에 객석에 앉아 있는 나도 거북했거든. 그런데 세 번쯤 보니까 이 무대에 공감이라는 걸 하게 되더라고. 결국 여자도 남자도 아닌 헤드윅의 삶, 한 사람의 깊은 상처와 고통, 방황과 아픔을 만나는 것이 뮤지컬 <헤드윅>의 본질이 아닐까? 사랑을 찾아,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결국 나 자신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불완전한 영혼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지.

 

B구역 6열 10번 : 좀 서글픈 이야기지. 그나저나 서문탁 이츠학 노래 정말 잘 부르지 않아? 이 언니는 어떻게 시동도 안 걸고 바로 질주야?

 

B구역 6열 11번 : 그래서 지인이 윤도현-서문탁 페어를 꼭 보라고 하던데? 미친 듯이 달린대.

 

B구역 6열 10번 : 내 친구는 정문성이 필모 차근차근 쌓더니 이번에 완전히 꽃 피웠다고 추천하던데? 변요한도 궁금하다. 결국 다 봐야 하는 건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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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