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
NHK 스페셜 제작팀 저/김정환 역 | 다산북스
가족이 있고, 집이 있고, 착실하게 연금을 붓지만 아무리 착실하게 살아도 안정된 노후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본 NHK 취재팀이 숨겨져 있던 노인의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방영하면서 방송으로 미처 나오지 못했던 노인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책으로 담았다. 바다 건너 일본의 경우라고 치부하기에는 주어진 상황이 비슷하게 돌아간다. 일해서 수입을 얻기가 어려운 고령자에게 예금은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행여 병에 걸리거나 자식의 앞날을 위해 예금을 풀어쓰다 보면 당장 파산 상황에 몰린다. 정부에서 노인 복지 시설을 짓지만 희망자에 비해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킬 책이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반드시 직시해야만 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30년 후가 기대되는 삶
김형래 저 | 이지북
앞에서 추천한 책이 절망적이었다면 이 책은 절망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필요 없는 보험이나 연금 저축을 드는 건 결코 은퇴 후를 위한 최고의 대비가 아님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전한다. 노후 자금으로 10억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은퇴 전까지 10억을 모으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은퇴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돈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건강, 생활, 인간관계, 주거 등에 대한 계획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다. 저자는 은퇴에 대한 '막연한 불안'보다는 은퇴 이후를 '기대되는 내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
러셀 쇼토 저/허형은 역 | 책세상
암스테르담은 대마초와 합법적 성매매로 유명한 도시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개인의 권리를 향상하는 데 있어 암스테르담은 언제나 앞서 왔다. 네덜란드에서 마약류를 거래하는 건 엄밀히 불법이지만 암스테르담 커피숍 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용인된다. 이와 같은 '눈감아주기'를 네덜란드에서는 '헤도헌(gedogen)'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금지하지 말고 통제하는 게 낫다'는 논리가 깔린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도시 곳곳을 누비면서 직접 수집한 역사적인 사건들과 이야기를 도시 풍경과 함께 경쾌한 문장으로 전한다. 유럽 변방의 암스테르담이 주민들의 협동을 통해 늪지와 갯벌을 개간해 도시를 건설했던 11세기부터,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한 17세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항문화운동의 중심지로, 자유와 관용의 도시로 부상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지금 당신에겐 시 한 편이 필요합니다
이은직 저 | 휴먼큐브
20년간 대치동 등지에서 국어 강의를 했던 저자는 "선생님 때문에 성적이 올랐어요."란 말보다 "선생님 때문에 시가 좋아졌어요."란 말에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책을 읽는 독자가 좋아하는 시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 이제까지 받아 왔던 시 강의처럼 시와 함께 거대한 담론을 설명하지도 않고, 확고한 목적을 주입하지도 않는다. 그저 저자가 좋아하는 시들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시 안에 담긴 시인의 표현을 즐길 수 있도록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갑자기 찾아온 여유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때, 혹은 너무 바빠 책 한 권을 채 못 읽을 정도로 숨이 가쁠 때,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천천히 읽어 내려가길 권한다.
겁쟁이 윌리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조은수 역 | 웅진주니어
윌리는 마음이 약해서 파리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누가 때려도 먼저 사과를 하는 마음 약한 고릴라다. 동네 고릴라들은 윌리를 겁쟁이 윌리라고 부른다. 윌리는 겁쟁이로 살고 싶지 않아 체조도 하고, 식사량도 늘리고, 역도도 시작한다. 과연 윌리는 겁쟁이에서 벗어나 용감한 영웅이 되었을까? 군더더기 없는 구성, 간결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상징적인 글, 고릴라의 얼굴을 했지만 인간의 습성이 그대로 녹아드는 캐릭터 등으로 주목받는 유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이 책은 작가의 윌리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침팬지 캐릭터의 탄생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킴벌리 A. 위어 저/문직섭 역 | RSG(레디셋고)
어느 날부터인가 익숙하게 들리는 치아씨드라는 음식은 어떻게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었을까? 매일같이 먹는 참치 통조림의 참치는 어디에서 잡힌 걸까? 대학에서 수년간 '음식의 정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정치경제학 강의를 해온 저자는 음식 재료에 숨겨진 세계 음식공급시스템과 그 안에 담긴 경제학적인 의미를 해석한다. 음식은 한 국가의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위기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국제 통화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커피콩과 토마토 같은 특정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음식과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가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 경제적인 연관성, 정치적 이슈 등을 생소하지만 재치 있게 풀었다. 지루하지 않은 정치경제학 강의이자 매일같이 먹는 음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피에로들의 집
윤대녕 저 | 문학동네
풍부한 상징과 시적인 문체로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탐색해온 작가의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2005) 이후 11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2014년 여름부터 1년간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당시 제목은 '피에로들의 밤'이었다)되었던 이 작품은 본연의 얼굴을 잃은 채 거짓된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진정한 정체성에 대한 갈망을 숨길 수 없게 되어버린 우리, 즉 '피에로'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물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도 깊어서 도저히 상대를 향해 열릴 것 같지 않던 마음이 슬며시 그 빗장을 풀 때쯤, 독자는 이 황폐한 세계 안에서 고유의 의미와 어감이 휘발되어버린 "가족"이라는 말이 새로운 의미와 감각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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