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저녁, 가톨릭 청년회관 니꼴라오홀에서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의 저자이자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의 강연회가 열렸다. 위즈덤하우스가 주최한 이 행사는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의 출간을 기념하여 다년간 정리를 연구해온 그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명 이상의 독자들이 노트와 펜, 반짝이는 눈빛과 함께 모였다.
그는 강연에 앞서 자신을 간략히 소개했다. 평범한 이들에게 그의 직업은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1호 정리 컨설턴트로 어느새 6년째 정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정리 재테크
그는 세 번째 책의 컨셉트를 고민하다 정리를 재테크적으로 접근하면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돈과 정리를 연관시켰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가 사는 집은 여유롭지 않다고 느낍니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그렇게 좁은 집은 아니었죠. 사람들이 무언가를 채웠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4평짜리 방에 3평은 물건으로 가득 채우고 1평 남짓한 곳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그렇습니다. 작년 서울시 아파트 시세 평균은 1평당 2천만 원 이었습니다. 3평이라고 생각하면 6천만 원어치 땅에 행거와 옷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3평을 정리하면 반대로 6천만 원을 벌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간을 넓히기 위해 더 넓은 집을 사고 싶어만 하죠.”
작가는 자신이 수년간 운영해온 ‘정리력’ 카페에 대해 언급하며 회원들의 실제 사례가 담긴 후기와 사진을 보여주었다. 수십 킬로그램 어치 주방용품을 정리한 회원부터 5단 수납장 하나를 비워낸 회원까지 다양한 사연이 소개되었다. 또한, 회원들이 올린 소감 중에는 정리 후 ‘집이 좋아졌다’, ‘잠을 잘 잤다’ 등의 이야기가 있어 독자들은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는 돈과 시간에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라며 부자가 되기 위한 정리 재테크에 대해 강의했다.
“사람들이 가진 돈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3가지 있습니다. 바로 ‘필요한 만큼 없다. 쓸려면 없다. 나만 없다.’입니다. (웃음)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해 『지갑 방 책상』의 저자 하네다 오사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익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고, 투자를 잘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이 3가지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저는 부자란 돈과 시간에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있어야겠죠. 그러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정리입니다. 정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지출에 대해 깨닫게 되고, 이는 이후 소비에 영향을 주어 지출을 줄여줄 것입니다. 그래서 제 직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정의한 정리 컨설턴트는 ‘스트레스와 낭비를 제거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입니다. 저의 컨설팅 후 정말 부자가 된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은 솔루션이 없었고 그걸 찾아드렸더니 부자가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잘 버리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
그는 주로 정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결과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 내기, 방법 배우기, 의지력 키우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저는 정리를 못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봤습니다. 그분들은 3가지가 없다고 합니다. 첫째는 시간입니다. 제가 “정리하지 않으면 정리당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시간을 내서 정리하지 않으면 물건이 저를 정리해버려요. 제 경우는 책이었습니다. 제겐 비염이 있었는데 그 원인이 정리하지 않은 4천 권의 책이었습니다. 모두 정리하고 지금은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로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세 번째로는 힘, 체력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위해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를 연구했습니다. 정리력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시간 내기, 방법 배우기, 의지력 키우기’입니다. 우리가 내야 할 시간은 하루에 딱 15분입니다. 오늘부터 하루에 15분씩만 죽을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으면 됩니다. 방법을 모르면 전문가들에게 배우시면 됩니다. 정리는 기술이지 태어날 때부터 습득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서 규칙을 정해서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은 단순할수록 좋으며 누구나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 반복은 매일 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를 시작하면서 뭔가를 미룹니다. 그러다 보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도 습관적으로 미루게 되겠죠. 일정한 시간에 하고자 하는 뭔가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의지력이 늘 것입니다.”
정리를 실천하는 7가지 습관
그는 자신이 출연했던 다큐멘터리 일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을 즐겨 하는 주부의 집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같은 스파게티 소스만 10통이 있었다. 그는 이를 비롯한 수많은 고객에게 전수했던 정리를 실천하는 7가지 습관에 대해 말했다.
“첫 번째, 버릴 것보다 쓸 것부터 찾으세요. 많은 분이 물건을 버리라고 하면 정말 어려워합니다. 반대로 생각해서 쓸 것부터 찾아보세요. 쓸 것을 찾고 나머지를 버리면 훨씬 쉬워질 겁니다. 두 번째, 물건은 제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 데나, 빈 곳에 두지만 물건은 제자리가 있습니다. 이를 지키고 가족에게도 설명해주세요. 세 번째, 유통기한을 지키세요. 특히 소스처럼 유통기한이 눈에 띄지 않는 제품에 주의하세요. 네 번째, 쓸 것을 쓸 때 쓸 만큼 사셔야 합니다. 사람들은 안 쓸 걸, 다른 걸 사러 갔을 때, 많이 삽니다. 무엇을 쓸지, 얼마나 쓸지 생각하고 사세요. 다섯 번째, 추억 상자를 만드세요. 사람들이 정리하기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추억의 물건입니다. 학창시절 일기, 신입사원 때 받은 월급 명세서, 아이가 만들어 온 작품 등을 버리기 힘들어하죠. 이럴 때는 추억상자를 하나 마련하여 그 상자 크기만큼의 물건만 담고 나머지는 정리하면 됩니다. 여섯 번째, 정리 도구를 활용하세요. 저는 정리 도구로 타이머, 포스트잇, 가계부, 밀대 등을 씁니다. 클린 스팟을 만드는 것도 좋습니다. 책상, 식탁 등 물건이 쌓일수록 그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는 곳을 정해서 거기부터 정리하는 거죠. 마지막 일곱 번째는 정리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어야 합니다.”
독자를 위한 정리 컨설팅
Q. 가족 중 누군가가 버리지 못하게 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에게도 큰 숙제였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썼던 방법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첫째, 무언가를 사서 기분이 좋을 때 “이거 버려도 돼?” 라고 물어봤습니다. 두 번째, “이거 버려도 돼?” 라고 항상 물어봅니다. 이렇게 사인을 주면 무의식적으로 그 물건을 버려도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세 번째, 집에 특별한 일을 만드는 것입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거나 방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것을 위해 방을 정리하게 되고 방을 정리하기 위해 집을 정리하게 됩니다. 네 번째, 청소하는 날을 정해 자연스럽게 정리와 연결합니다. 정리하는 날을 정하자고 하면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청소하는 날을 정해 정리를 하면 더욱 좋습니다. 다섯 번째는 나라도 하기입니다. 하루 15분이니까요.
Q. 책을 버리는 게 참 어렵던데 어떻게 정리하셨나요?
다시 안 볼 책, 쓰지 않을 책, 오래전에 저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책을 정리했습니다. 사람들 만날 때마다 그에게 주고 싶은 책을 골라가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물건의 시간적 가치에 대한 냉정함이 있습니다. 과거의 물건에 대한 집착은 나를 도태시킨다고 생각하고 좀 더 발전적인 삶을 살기 위해 현재 필요한 물건을 잘 쓰는 것에 집중합니다. 현재에 충실하다는 것은 현재의 물건을 좀 더 잘 쓰는 것이니까요.
Q. 정리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심리에 대해 연구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에 대해 더 듣고 싶습니다.
제가 만났던 분 중 정리를 하지 않는 분들의 공통적인 심리는 바로 우울함이었습니다. 삶이 다운되어 있고 의욕이 없고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모르시더군요. 무엇이,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모르고 주변에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게 없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려면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먼저 시간을 정리하세요. 내 인생의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죠. 어떨 때 가장 행복한지,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물건을 소유해야 행복한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 관계를 정리합니다. 전화번호를 정리하는 것도 한 예죠. 인생에 정리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한다는 것은 내 인생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어떤 물건, 공간, 사람을 정해서 그들과 더 많은 애정을 갖는 것입니다. 살다가 누구나 우울해지지만 내 삶의 모든 여건 속에 우울함을 주는 요소가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세요. 물건이라면 버리고 사람이라면 만나지 말고 행동이라면 하지 마세요.
-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윤선현 저 | 위즈덤하우스
그동안 정리 컨설팅이나 강연을 통해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정리의 효과 중 경제적 효과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을 보고, 하루 한 뼘 경제적 여유를 되찾게 되는 정리법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왜 정리를 하는지, 돈을 장악하려면 왜 정리를 배워야 하는지, 정리가 어떻게 쇼핑과 동일한 보상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고, 그동안 정리 책을 아무리 읽어도 습관으로 자리 잡히지 않아 답답했던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소하고자 연구한 정리 습관의 한 끗 차이를 제시한다.
[추천 기사]
- 2016년의 트렌드를 진단한다!
-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다
- 구본권 “로봇시대, 사람의 일과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 창의성, 글쓰기도 개인적이 아닌 사회적인 것
- 불행, 타인을 지배하기 위한 무기
최민아(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잘 보고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