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 <나니아 연대기>, <가필드>, <80일간의 세계일주>, <해피피트>. 이 영화들 사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높은 완성도를 이루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노준용 카이스트 교수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USC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박사 학위를 취득한 노준용 교수는, 졸업 후 할리우드의 대표적 시각 특수효과 제작 전문 회사인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며 CG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주목 받았다. ‘그래픽스 사이언티스트’로서 그의 역할은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가필드>의 생생한 표정은 노준용 교수가 박사 학위 논문에서 제시한 기법을 활용해 만들어졌고, <나니아 연대기>의 웅장한 전투 장면은 그가 고안해 낸 ‘지형자동생성기술’을 통해 완성되었다.
이후 1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카이스트 교수로 변신한 그는 ‘스크린엑스(ScreenX)’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몰입형 극장 시스템인 ‘스크린엑스’는 상영관의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로, 김지운 감독의 단편영화 <더 엑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그 모든 이야기가 담긴 책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은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대학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던 평범한 삼수생이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기회를 움켜쥐고 할리우드라는 치열한 생태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 그 안에서 배운 가치와 철학이 녹아있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작품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엿보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할리우드의 가르침, 권위는 삶의 방식에서 나온다
보통 ‘CG 전문가’라고 하면 영상과 이미지 작업을 떠올리잖아요. 그와 관련해서 오해를 받으신 적은 없나요?
그래픽이라고 하는 것이 아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공학적인 부분도 있거든요. 많은 분들의 경우에, 특히 한국에 계신 분들은 아트적인 이미지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래픽을 다룬다고 하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하셔서, 초기에는 홈페이지나 홍보영화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웃음). 그럴 때 저는 그래픽 사이언티스트로 활동했다고 말씀 드리죠. 아티스트 분들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창의력을 발휘해 작업을 하시는 거고, 그래픽 사이언티스트는 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이렇게 설명을 해드리면 대부분 엔지니어링도 그래픽 작업을 포함 되냐고 하시면서 신기해하시는 것 같아요.
대학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하셨던 경험이 있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미국 명문대학교에는 어렵지 않게 입학하셨잖아요.
대부분의 경우에 한국에서는 한 번의 시험으로 결과가 정해지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 동안의 성적표라든지 학생을 잘 아는 사람들의 추천서가 결과를 많이 좌우하는 거죠. 그래서 저를 쉽게 뽑아준 것 같아요(웃음). 당시에는 ‘이렇게도 뽑히는 거야?’ 싶어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리 평상시에 공부를 잘했어도 시험 당일에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잖아요. 저는 두 번 다 시험 보기 전날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샜거든요. 그러니까 시험 볼 때 머리가 멍했죠. 다음날 성적이 굉장히 잘 안 나왔을 거라는 걸 느낄 정도였어요.
만약 한국에서 대학 입시에 성공하셨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계실까요?
굉장히 달랐을 것 같아요. 해방감 때문에 수업도 많이 빼먹었을 것 같고, 잔디밭에 누워서 대학생활을 만끽하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고등학교 때는 확실히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대학만 가면 모든 걸 보상받을 거고, 그때 가서 원 없이 놀아보자고요. 그런데 미국으로 유학을 가니까 전혀 그럴 수 없었죠. ‘한국의 시스템이 나를 못 알아 본 것이지 나는 뛰어나다’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수업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간에는 도서관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전혀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입시를 위해서 공부할 때는 싫어하는 과목도 억지로 공부를 해야 되지만, 대학교 때는 적어도 내가 선택한 전공과목들을 공부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한국에 있었다면 우물 안 개구리였을 것 같아요. 미국에 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할리우드의 시각 특수효과 제작 전문 회사인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 3년 간 근무하셨습니다. 책에서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보면, 한국의 회사들과 근무환경이 사뭇 달랐던 것 같은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회사 사장님이 미팅에 들어오신 적이 있는데요. 그때 직원들과 사장님의 태도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평상시에 복도에서 만나면 꼬박꼬박 인사하던 직원들이 사장님이 들어오셨는데 인사도 하지 않고, 앉으실 자리도 없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더라고요. 사장님도 그냥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노트북을 꺼내시더니 본인 할 일을 하시면서 회의 내용을 들으시고요. 확실히 문화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사장님의 사무실이 크고 화려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렇게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분이 우습게 보이는 건 전혀 아닌 거죠. 인간적으로 굉장히 존중해 주게 되고요. 권위는 목에 힘을 준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 삶의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당시에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셨다고요.
우리나라에는 내가 옆 사람보다 잘해야 되고, 나 혼자 뛰어나야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잖아요. 미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성장할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아요. 논문이 됐건 어떤 일이 됐건 혼자서 만들어내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들과 팀을 이루면서 해야 되거든요. 그럴 때 옆 사람과 경쟁하면 그만큼 잘 해내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여러 사람과 일을 함으로써 더 큰 일,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이 생활 곳곳에 묻어있는 것 같아요.
책에서 말씀하시길,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는 기한보다 일을 빨리 마친다고 해서 칭찬을 받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제가 처음 일할 때 실수했던 부분이었죠. 결과적으로 보면 모든 일들이 정확하게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여야 되는 게 맞거든요. 정확하게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청사진에 의해서 일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만약 누군가 일을 빨리 해버리면 공백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그것 때문에 전체 스케줄을 다시 또 바꿔야 되고요. 그래서 한 사람의 퍼포먼스가 중요한 게 아니고 전체의 퍼포먼스가 중요해요.
<명량>의 김한민 감독도 탐냈던 기술 ‘스크린엑스’
<가필드> 제작에 참여하셨던 경험은 굉장히 짜릿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만드신 기법이 활용됐잖아요.
제가 그 기법에 대한 내용을 박사 논문에 쓰고 나서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됐는데요. 그때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는 해당 기법을 구현해서 영화를 만들고 있었어요. 저한테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고요. 그 영화가 <가필드>였어요. 그때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생각 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고(웃음) ‘내 논문의 기술이 이런 식으로 활용되고 있구나, 이 사람들이 내 논문을 읽었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이후에는 <가필드>의 얼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한 효율적인 조합을 찾는 게 저의 일이었어요.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기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지형자동생성기술’을 꼽으셨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제작에 활용된 기술이죠?
‘지형자동생성기술’은 말 그대로 2D로 촬영된 지형을 3D 영상으로 자동으로 변환시켜주는 기술이에요.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대규모 전투 장면을 만들 때, 일단은 CG 캐릭터들dl 하나도 없는 배경 지형만 항공 촬영을 하거든요. 그건 2D 이미지들의 연속한 시퀀스인 거예요. 그 위에 3D 캐릭터를 올려놓으면, 배경에 3차원 정보가 없기 때문에, 바위가 있어도 뚫고 지나갈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뒤에 있는 3차원 정보를 생성해야 되는데요. 아티스트들이 프레임마다 넘겨가면서 손으로 하나하나 3차원 지형을 만들어요. 그게 할리우드의 아무리 숙련된 작업자라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하루가 걸리는 작업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컷 당 하루가 걸리는 거예요. 한 컷의 길이가 보통 3~5초 정도니까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죠.
그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지형자동생성기술’을 만드셨던 거군요.
네, 여러 수학적인 지식들을 동원해서 필요한 기구를 개발해준 거예요. 결국 수학을 많이 알고 있는 게 많은 도구를 들고 있는 것과 같거든요. 기술을 만들고 나니까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몇 분 후에 3차원 지형이 자동으로 생성돼서 나오게 됐어요. 생산성이 수십 배, 수백 배 향상된 거죠. <나니아 연대기>를 제작할 때 이 기술을 처음 개발했고요. 이후에 만드는 영화들에도 계속 쓰였어요. 그래서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김지운 감독의 단편영화 <더 엑스>를 통해 ‘스크린엑스’ 기술을 소개하신 바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당시 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궁극적으로 보면 ‘스크린엑스’ 기술을 개발한 것이 하나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에게 주어진 가장 큰 미션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시각적으로 더 큰 감동을 받을까’라는 거거든요. 그 부분은 세 단계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어요. 첫 단계는 특수효과를 통해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됐어요. 그러다가 <아바타>가 입체 영화로 개봉이 되면서 전 세계에 입체 영화 열풍이 불었죠.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 지지 않기 위해서 입체 영화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했고요. 그때까지는 할리우드를 따라가는 모양새였어요. 그런데 ‘스크린엑스’ 기술은 아직 할리우드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훨씬 더 진보된 방식으로 영화에 몰입감을 주면서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끌어올린 거예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낸 것이고, 반대로 할리우드가 따라오는 형식이 된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 있는 기술 개발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한민 감독도 <명량>에 ‘스크린엑스’ 기술을 사용하고 싶어 했다고 들었습니다.
‘스크린엑스’의 경우에는 몰입감을 주기 위해서 3면에 영상이 투사되니까 (촬영할 때) 카메라 3대가 필요해요.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스토리를 만들 때부터 카메라 3대가 촬영할 것을 감안하고, 그에 따라 연출하는 거예요. 여기에 CG 작업이 더해지면 가장 좋고요. 그런데 <명량>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스크린엑스’ 기술을 생각하지 못했을 때라서, 스토리를 만들 때 염두 해 두지 않았어요. 촬영이 끝나고 난 후에 ‘스크린엑스’라는 기술이 있다는 걸 알았고요. 그 상황에서 기술을 접목시키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해요. CG 작업을 통해서 옆면에 투사될 화면을 만들면 되거든요. 그런데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부분이 있고, 개봉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었기 때문에 많이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하지 못했죠.
<더 엑스> 이후에도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엑스’ 기술을 활용했죠?
<차이나타운>과 <검은 사제들>, 그리고 최근에는 <히말라야>가 이 기술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을 가지고 ‘스크린엑스’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봤다고 생각하시면 안돼요. 지금은 시범단계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조금 더 발전하면 스토리나 연출부터 ‘스크린엑스’를 염두 해두면서 영화를 만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공포영화에서 귀신이 화면 앞에만 있는 게 아니고 옆면을 타고 관객의 뒤쪽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런 식의 새로운 연출 기법들이 가능해질 수 있죠. 추후에는 훨씬 더 재미있고 몰입감 있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책에는 제목처럼 ‘기존의 틀을 흔드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진정 즐겨야 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인데요. “궁극적으로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 성공은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을 하기 위해 개인의 행복을 자진해서 희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신 말씀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대학 합격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성취할 수 있다면 초중고 시절을 모두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은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었고요. 교실이나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한 기억밖에 없어요. 그런데 만약 제가 대학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쁨이 얼마나 지속됐을까요? 한두 달이 지난 후에는 당연한 것이 되고, 또 새로운 목표를 위해서 고생하고, 또 한 번의 기쁨을 맞이하고, 이런 시간이 끝없이 반복됐을 거예요. 크게 보면 잠깐의 기쁨을 위해서 굉장히 긴 시간을 희생하는 삶이거든요. 그걸로 과연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한 순간 한 순간을 가장 재미있게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빠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는데 결과가 나쁠 수가 없잖아요.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갖지 못한 것에 목말라 하라
“한국의 실정에서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새로 발굴하고 찾아내어 남들이 아직 시도하지 않은 연구와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대부분의 연구나 기술 개발들이 추격형이 많아요. 선진국에서 하나 성공했다고 하면 그 기술을 따라가야 된다고 하는 거죠. 패턴이 항상 그래요. 선진국에서 무언가 나오면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 되냐’를 가늠하는 뻔한 리포트가 나와요. 그 속에서 우리의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서 항상 70~80%예요. 그리고 지금 해당 기술을 개발하면 5년 후에는 비슷해질 거니까 개발을 시작해야 된다는 정당성이 생겨나요. 그렇게 해서는 따라갈 수가 있어요. 선진국은 또 새로운 걸 찾아서 발전하거든요. 선진국이 어떻게 가든지, 검증이 되었든 안 되었든, 우리가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찾아서 개발해내야 돼요. 그런 기술을 찾는 게 세계를 선두 해 나가는 데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다른 시각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국적 소재로 콘텐츠 상품을 만든 후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라고 하셨어요.
생산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어서는 소비자한테 어필할 수 없잖아요. 소비자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어야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들한테 널리 알려져 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어필하고, 그게 익숙해져서 소비자들이 ‘저쪽에서 나오는 것들이 굉장히 좋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담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한국적인 것에 얽매여 있는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든 아리랑을 부각시켜야 되고 김치를 부각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건 성공한 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분일 수 있거든요.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들을 보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주제인가가 중요한 거지, 무조건 철저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찾지는 않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우수 인력이 해외에서 근무하게 되면, 국위선양이라며 반기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인재 유출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인재가 유출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큰 그림을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어느 위치에 있든지 결과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되느냐, 또는 지구 전체에 도움이 되느냐, 개인에게 도움이 되느냐, 이런 관점으로 보는 게 맞죠. 인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실리콘밸리의 70% 정도를 인도 인력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인도 사람들이나 정부가 괴로워할까요? 아니거든요. 도리어 미국 내에서 인도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면 10년, 20년 후에 미국에서 인도계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게 훨씬 더 바람직할 수 있고요. 유대인들이 월스트리트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괴로워할까요? 절대 아니거든요. 결국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거잖아요. 그런 관점으로 보면 능력 있는 사람이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다른 나라의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 올 때 충분히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줘야 돼요. 그렇게 해야 궁극적으로 지구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말씀하실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많이들 당황하시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일 때 그런 꿈을 밝히면 ‘좋은 꿈이다, 큰 꿈을 가졌구나’ 하실 것 같은데, 나이를 한참 먹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 꿈이 아직도 안 바뀐 거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웃음).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가진 꿈이 있었다면 굳이 바뀌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세상 제일의 부자가 그 자체로써 대단하다기보다는, 내가 충분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누구한테 방해 받지 않고 살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줄 수 있다는 게 좋잖아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는 관점이고요. 영원히 그 목표를 향해 갈 거예요. 하다가 중단하면 한 만큼 이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의 마지막에서 ‘블록버스터 인생의 법칙’을 소개해주셨습니다. 15개의 삶의 기준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만 꼽아주세요.
일단 ‘고압적으로 나를 대하거나 나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사람과는 가능한 거리를 두어라’라는 부분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나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과는 장기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최대로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모두가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용납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게 맞고요. 그 다음으로는 ‘경쟁은 과거 또는 현재의 나와 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경쟁은 나의 현재 또는 나의 과거와 하는 것이지, 주변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거든요. 나의 현재와 과거보다 미래가 이기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과 최대로 협업해야 되는 거예요. 주변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서 나의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가 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건 잘못된 거죠.
마지막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갖지 못한 것에 끝없이 목말라 하라’는 거예요. 제가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불행하거든요. 그렇다고 현재에 만족하는 데에서 멈춰서도 안돼요. 아직은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해서 계속 노력하면서 사는 게 나를 발전시키고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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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 노준용 저 | 이지북
청년 실업과 수저 계급론이 언급되는 가혹한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한 번뿐인 인생을 신나고 재밌게, 그리고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는지 알려 준다. 힘든 오늘에 치이고, 내일이 불안한 사람들이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도록, 성공에 휘둘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정리한 노준용 교수의 따뜻한 마음과 삶의 원동력을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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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