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인간 본질을 끈질기게 탐구하는 소설가
『파이 이야기』로 ‘2002년 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은 인간 본질에 대한 끈질긴 탐구의 결과물을 상상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착상으로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풀어냈고(『베아트리스와 버질』),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를 출간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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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캐나다 문인이자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얀 마텔은 1963년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 다양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순례했다. 캐나다 트렌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27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로 등단한 그는 『파이 이야기』로 ‘2002년 부커상’을 받았다.

 

영연방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부커상’의 시상식이 열리는 10월이 되면, 영국 출판계에서는 수상자를 맞히기 위한 도박이 벌어진다. 그러나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이 상을 받은 2002년에는 그 익숙한 풍경이 재연되지 않았다고 한다. 거의 모든 출판인들이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마텔의 수상을 점쳤기 때문이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출간된 『파이 이야기』는 ‘부커상’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떠올랐으며, 마텔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는 책 속에서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를 동시에 믿는 인도 소년 파이(pi)의 사유와 모험을 통해 ‘삶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얀 마텔은 『파이 이야기』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작품 『베아트리스와 버질』에 대해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사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순전히 상상적인 방식, 그러나 그 사건의 정서만은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써냈다고 밝혔다. 독창적이고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로서 마텔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지게 해주었다.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고 말하는 얀 마텔은 신문, TV, 쇼핑을 멀리하고 창작과 요가에 전념하는 한편 말기암 환자 병동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현재 작가인 아내 앨리스 카이퍼즈와 아들과 함께 캐나다의 서스캐처원에서 살고 있다.

 

1993년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과 함께 『일곱 개의 이야기 Seven Stories』를 발표했고 이후 『셀프』, 『파이 이야기』, 『베아트리스와 버질(20세기의 셔츠)』,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등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얀 마텔 작가의 대표작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저/공경희 역 | 작가정신 

'2002년 부커상' 수상작.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 3년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으며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기존의 '부커상' 수상작들이 평단의 높은 평가에 비해 독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것과 달리, 수많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은 화제작이다. 이안 감독이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다. 『파이 이야기』는 어린 10대 소년이 사나운 호랑이와 함께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한 순간 잃고, 언제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하면서도,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가 울림을 전한다. 리사 자딘 부커상 심사위원장은 "믿음이라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탐구한 작품으로, 독자로 하여금 신(神)을 믿게 한다"고 평했다.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얀 마텔 저/공경희 역 | 작가정신 

얀 마텔의 첫 소설집이다.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책에 수록된 네 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배경과 상황, 설정이 다르며 흥미로운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들의 제재는 죽음, 영감, 음악과 기억 등으로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깊은 절망 속에서 오롯하게 떠오르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텔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희망은 죽어가는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포화가 쏟아지는 베트남전장에서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선율을 통해, 영원히 잊지 못할 지난 날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통해 그 얼굴을 바꾼다.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선으로 써 내려간 마법 같은 소설들이다.

 

 

 

 

셀프

얀 마텔 저/황보석 역 | 작가정신

하룻밤 만에 갑자기 자신의 성(性)이 바뀌어버린 것을 알게 된 한 젊은 소설가가 써 내려간 놀랍도록 독창적이고도 유쾌한 허구의 자서전. 얀 마텔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겪었을 법한 성(性)에 관한 아이의 끝없는 의문과 엉뚱한 호기심, 그로 인해 벌어지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로 출발하는 이 소설은, 점차 녹록치 않은 인간의 삶, 정체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로 무게를 더해간다. 작가는 인간이 살면서 겪는 정신과 육체의 대립과 조화, 갈망의 본질에 대해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다. 마텔은 『셀프』를 쓰면서 "섹슈얼리티와 성정체성, 남성이라는 것의 의미와 여성이라는 것의 의미, 그 둘이 만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하는 질문들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익살스럽게도 우리에게 '한 인간의 본질이, 그 삶이, 성이 달라졌다고 변하는 것인가'라는 다소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베아트리스와 버질(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저/강주헌 역 | 작가정신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온 얀 마텔의 집념이 독창적인 상징으로 빛나는 우화 형식과 결합된 작품이다.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 즉 홀로코스트를 상징적으로 조망한다. 마텔은 "셔츠가 어디에나 있듯이, 홀로코스트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한다. 20세기 중엽에 일어난 인류의 대학살이 21세기의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동물 학대라는 이름으로, 성 차별과 인종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국수주의와 민족주의,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 모든 불합리하고 무차별적인 폭력의 고유명사가 바로 오늘날의 홀로코스트이다. 대부분의 홀로코스트 소설이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내용과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작가는 이러한 기존의 문법을 깨고 소설 속의 희곡이라는 이중구조를 도입했다. 우화라는 형식이 접목된 이 희곡은 소설의 핵으로서 우리 심장 속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다른 차원의 기념비가 된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저/강주헌 역 | 작가정신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었는지를 알 권리가 내게는 있다'로 시작되는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무려 101통이나 되는 이 편지에서 마텔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일관되게 상기시키면서 때로는 반짝거리는 새 책을, 때로는 누군가의 악필이 남겨진 중고책을 함께 보냈다. 그는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가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품고서 이 일방적인 북클럽을 시작했다. 편지들에는 마텔 특유의 예리하고도 지적인 위트가 가득하고, 문학인으로서 그의 자긍과 책임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캐나다의 수상이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는 물론이고 우리들의 문학 읽기도 나무줄기처럼 넓게, 그러나 강물처럼 깊어지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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