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던 순영의 남편은 자금 압박에 시달려 2013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팔면서까지 빚을 갚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2014년 12월, 순영의 남편은 너무 무리한 탓인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15년 1월 1일 오전 0시 30분에 세상을 뜨고 만다.

순영의 남편이 남긴 재산은 5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와 20억원의 빚. 결국 순영은 어린 아들과 함께 상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생전에 남편이 3억원짜리 사망보험금의 수익자를 순영으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상속포기와 상관없이 순영의 고유재산으로서 보험금은 받을 수 있었다. 순영은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건 아닌지 알아보다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되었다. 상속세는 안 내도 되지만 2013년에 남편이 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양도하면서 양도소득세 3억원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순영을 어이없게 한 건 남편이 30분만 일찍 죽었더라면 3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왜 30분 늦게 죽었다고 해서 보험금으로 받은 3억원 전부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것일까?

순영이 보험금 3억원을 고스란히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이유는 세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순영이 받은 보험금 3억원은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세법상 상속재산에 포함된다.1)

하지만 최소 10억원의 상속공제(5억원의 배우자공제와 5억원의 일괄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속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남편이 납부하지 않은 양도소득세 3억원은 왜 상속을 포기한 순영이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는 상속을 포기할 경우 피상속인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이 있더라도 상속인들이 그 세금을 떠안지 않아도 되었다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두3335 판결). 그런데 세법이 개정되어 2015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보험금을 받게 되면 피상속인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이 있을 때 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국세기본법 제24조제2항).
 

만약 순영의 남편이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사망하였다면 순영이 상속을 포기하였기 때문에 남편이 내지 않은 양도소득세 3억원을 낼 필요가 없었으나 2015년 1월 1일 오전 0시 30분에 죽는 바람에 보험금으로 받은 3억원이 세금으로 몽땅 날아가 버리게 된 것이다

순영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남편이 30분 늦게 죽은 것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체납세금의 승계는 보험금에만 적용되며, 보험금이 없는 경우엔 상속포기를 하면 체납세금에 대해 부담을 지지 않는다. 또한 상속받은 재산을 한도로 하기 때문에 보험금을 넘는 체납세금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라면 체납세금까지 다 내야 한다.

1) 민법상으로는 상속재산으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