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
이문구는 짙은 토속어와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여 근대화가 초래한 농촌사회의 변모를 묘사함으로써 독자적 문학세계를 형성한 작가다. 농촌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해체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전유함으로써 근대소설을 재구성하려는 야심찬 시도를 했으며, 문학을 통해 전근대적 요소를 탐색하고 이를 현재적으로 전용하는 작업과 서구적 의미의 근대성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작업을 동시에 전개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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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나무위키

 

고향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음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갈등과 불안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글들을 써온 이문구는 농민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소설가다. 오늘 날에는 보령으로 바뀐 충남 대천의 관촌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15세 때 가장이 되었다.

 

1959년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막노동과 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이문구는 1961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김동리, 서정주 등에게 수학했다. 등단작품 『다갈라 불망비』(1963)와 『백결』(1966)의 독특한 문장과 문체에 주목한 김동리는 추천사에서 '한국 문단은 가장 이채로운 스타일리스트'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장으로 치면 '북의 홍명희, 남의 이문구'라 할 정도로 만연체와 구어체, 토속어와 서민들의 생활언어를 구수하게 구사하고 있다.

 

『관촌수필』은 1950∼1970년대 산업화 시기의 농촌을 묘사함으로써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현재의 황폐한 삶에 대비시켜 강하게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다. 일종의 농촌문제보고서와 같은 작품으로 평가되는 연작소설 『우리동네』는 새마을운동 이후 변모된 농민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들이 겪는 소외와 갈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또한 나무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단편모음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는 1990년대 이후의 영악해진 농민과 삭막해진 농촌풍경을 각기 다른 양태를 지닌 나무에 비유해 정감 있는 토속어로 맛깔스럽게 그려낸다. 이문구의 문학과 인생역정의 또 다른 표현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집으로 ‘2000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잘 살려낸 유장한 문장으로 작가 자신이 경험한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작품화함으로써, 소설의 주제와 문체까지도 농민의 어투에 근접한 사실적인 작품세계를 펼쳐 보여 농민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작가로 평가된다.

 

이문구의 작품들은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지만 등단 27년 만에 『매월당 김시습』이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편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소설가협회, 국제펜클럽 등의 단체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 『이삭』, 『이 풍진 세상을』, 『암소』, 『해벽』, 『추야장』, 『관촌수필』, 『백면서생』, 『우리동네 김씨』, 『우리동네 최씨』, 『우리동네 유씨』 『우리동네 장씨』, 『우리동네 조씨』, 『강동만필』, 『장곡리 고욤나무』, 『유자소전』, 『더더대를 찾아서』, 『장척리 으름나무』, 『장동리 싸리나무』, 『장천리 소태나무』 등 다수가 있다.

 

 

이문구 작가의 대표작

 

관촌수필

이문구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이문구를 소설계의 대표 주자로 떠올린 작품이다. 1972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일락서산」 등 8편의 중ㆍ단편으로 엮어진 연작 장편으로 6ㆍ25 전쟁의 참상을 중심으로 농촌의 급작스런 변모와 전통적 질서의 와해과정을 내밀하게 그려냈다. 1970년대부터 제기된 민족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함께 산업화 과정에서 점차 소외되기 시작한 농촌 문제를 사회적 관심사로 형상화하여 발표 당시부터 문단과 독자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고향 관촌을 둘러싼 변하는 것과 변치 말아야 할 것의 팽팽한 긴장, 토속어의 맛깔스런 구사로 현대 소설의 고전이 되었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이문구 저 | 문학동네 

'제3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1991년에 발표하여 제9회 '흙의 문예상'을 수상한 「장곡리 고욤나무」를 비롯한 8편의 '나무' 연작 단편들이 실려 있다. "농촌 최후의 시인"이라는 이문구에 대한 평가(유종호)가 말해주듯,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에 실린 8편의 소설 역시 농투성이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소설집에서 그리는 농촌의 세태는 『관촌수필』이나 『우리동네』의 그것과는 세월의 간격만큼이나 다르지만, 그 속에서 사람살이의 차등 없는 존엄이나 줏대를 보아내는 작가의 시선은 일이관지하며 여전히 깊고 의뭉하다.

 

 

 

 

우리동네

이문구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1977년 「으악새 우는 사연」을 시작으로 1981년까지 집중적으로 발표한 8편의 소설들로 엮어진 연작장편이다. 이문구 작가가 유신체제의 광포한 국가적 억압이 가장 극성스러운 시기에 쓴 것으로, 성장제일주의의 깃발을 내건 박정희 통치 시대의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농촌공동체의 고유한 사회 구조와 풍속, 나아가서는 농민은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가를 그린 '근대화 속의 농촌'에 관한 비판적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매월당 김시습

이문구 저 | 창비

한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익숙한 구어체 문투로 매월당의 삶과 문학을 담아낸 역사소설. 매월당의 기행을 과장하거나 현대적인 문체로 당시의 상황을 야담거리로 만들지 않고 한 지식인의 내면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역사소설과 차별화된다. 난세의 시대를 살아간 저항시인 매월당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그때그때 토해내는 한시로 대변함으로써 그 차별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선구적 저항시인이었고 당대의 지성이었던 매월당의 일생을 이문구 작가 특유의 안목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새롭고도 파격적인 의식과 주제와 방법을 제시한 문인으로서의 매월당, 선구적 저항 시인으로서의 매월당의 모습이 그려지며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장한몽

이문구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작가 이문구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첫 장편소설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장한몽』은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의 연작 세계를 선보이게 되는 출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서울 마포의 해체되어가는 공동묘지를 중심으로 곡절 많은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1960년대라는 한 시대의 이야기를 6.25 전쟁이라는 죽음의 역사를 등에 짊어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가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부정과 부패로 영토를 넓혀가는 무리들, 간질병에는 사람 간이 특효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과 욕망에 굶주린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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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동인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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