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범주 안에서 자장면과 단무지, 라면과 김치와 같이,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찰떡궁합 콤비가 있다면 역시 영화와 음악이다. 영화의 청각적인 요소를 책임지는 음악들. 그 중에서도, 영화의 알맞은 위치에 적절하게, 혹은 절묘하게 삽입되어 천 번의 대사보다 깊은 인상을 준 '영화로 기억되는 노래들'을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 두 편으로 나누어 소개해본다.
(영화를 목적으로 창작된 노래가 아닌, 기존에 있던 곡들을 사용한 경우를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 접속 > / 사라 본(Sarah Vaughan) - A lover's concerto
많은 라디오 피디들은 영화 < 접속 >이 라디오 프로듀서를 잘못 묘사한 대표적인 영화라고 얘기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흐른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에 대해서만큼은 완벽한 선곡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감독 장윤현은 1990년대 후반, PC 통신을 통한 신세대의 새로운 사랑 방식을 차분한 대사와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다. 푸른 모니터를 통해서만 존재를 확인하던 두 주인공이 엇갈린 기회를 극복하고 마침내 대면할 때 흐르던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는 두 주인공이 사랑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찾은 환희와 기쁨을 증폭한다.
이 비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비는 부드럽게 들판으로 떨어지네
새들은 저 높이 나무위에 있고 꽃들은 그들의 음색으로 세레나데를 들려주네
저 언덕을 봐
무지개의 밝은 색깔들, 하늘의 마법은 오늘 우리를 사랑에 빠뜨렸어
「A lover's concerto」의 가사는 영화 < 접속 >을 함축한다. 이 완벽한 매치를 찾아낸 조영옥의 음악 선곡이 빛을 발한 이 작품은 국내 영화 사운드트랙의 모범이 되었고, 이젠 볼 수 없는 피카다리 극장과 그 앞에 있던 배우들의 핸드프린트는 지난 추억에 대한 현재의 보너스다.
(소승근)
< 쉬리 > / 캐롤 키드(Carol Kidd) - When I dream
예민한 선곡감각을 가진 라디오 프로듀서 중에는 1979년 당시 컨트리 음악 슈퍼우먼 크리스탈 게일이 발표한 이 곡의 잠재력에 주목했지만 애청 레퍼토리로 승격되진 못했다. 하지만 한참 나중 45년생의 나이든 스코틀랜드 재즈가수 캐럴 키드가 불렀을 때는 그 의미와 대중적 파괴력이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모든 게 1999년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타이타닉>을 넘는 흥행 대성공을 창출한 <쉬리> 덕이었다. 지금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이 원 펀치로 캐럴 키드는 내한무대를 갖을 만큼 인지도의 폭발적 상승을 수확했다.
2년 전 <접속>과 이 영화 이후 영화종사자들은 사운드트랙의 힘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음악 쪽은 홍보의 새 플랫폼으로 우뚝 선 영화를 부지런히 찾아야 했다.
(임진모)
< 공동경비구역 JSA > / 김광석 - 이등병의 편지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
< 공동경비구역 JSA > 속 오경필 중사(송강호)는 이렇게 읊조린다. 바로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서. 글을 적는 시점으로부터 며칠 전에 방송된 한 다큐멘터리에서 밝혀졌듯 맨 처음 윤도현을 거쳐 전인권에게 그 마이크가 돌아갔건만, 저 장면 하나로 인해 '이 노래는 김광석의 것'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졌다. 단순한 청춘찬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헤어짐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만든 것, 바로 남북 병사들의 이별을 앞두고 흘러나온 이 노래였다.
세상을 뜬지도 어느덧 17년이 지났건만 '김광석 열풍'은 사그라지기는커녕 더 거세지는 느낌이다. 그가 부른 많은 노래들은 어느덧 삶의 나침반으로 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뮤지컬에 삽입되어 갖가지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BGM으로서의 역할 또한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 중 「이등병의 편지」는 '군대'라는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을 법한 매개체로 하여금 김광석이란 순수한 음악적 자아가 가장 보편적인 정서로 환원되어 압축된 곡이다. 그리고 < 공동경비구역 JSA >는 이 노래가 가진 공감대의 해방을 도왔다. 서로간의 공생에 의한 재발굴, 앞으로도 이만한 영화와 음악의 파트너십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까.
(황선업)
< 친구 > / 로버트 파머(Robert Palmer) - Bad case of loving you
1980년대 디스코텍에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야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이 곡을 연상하겠지만, 이후 세대의 절대다수는 영화 < 친구 >의 '달리는' 장면을 통해 「Bad case of loving you」를 기억한다.
사실 명장면이랄 것도 없었다. 배우들은 달렸고, 다만 음악이 삽입되었을 뿐이니까. 가사가 영화 줄거리와 맞지도 않았지만, 질주의 모습과 곡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렸다는 점이 이 신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만들었다. 음악이 가지는 분위기의 승리였다.
(여인협)
< 와이키키 브라더스 > / 오지혜 - 사랑밖에 난 몰라(원곡 심수봉)
고단한 세션맨들의 삶을 다룬 영화 < 와이키키 브라더스 >는 성우(이얼), 정석(박원상), 인희(오지혜)가 밤무대에서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며 끝이 난다. 영화의 가장 큰 의미는 성우의 과거와 현재가 비교되는 과정에 있다. 열정과 꿈을 가지고 음악을 해오던 성우에게 현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신념 자체를 굴레로 만든다. 그렇게 성우는 과거의 추억을 잊어야 하고 사람을 잃어야 하는 쓸쓸한 단상으로 남는다.
성우가 한 때 연정을 품던 인희는 현재의 성우에게 활기를 부여해주는 인물이다. 결국 성우는 인희와 같이 밴드를 이루어 또 다시 음악의 업으로 뛰어든다. 오지혜가 부르는 「사랑밖에 난 몰라」는 그 자체로도 애처로워 등장인물들의 그림자를 한껏 부각하는 동시에 다시 재기하는 성우에게 한 줄기 희망을 불어 넣는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성우가 계속 음악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기선)
< 오아시스 > / 문소리 - 내가 만일(원곡 안치환)
뺑소니로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나온 종두(설경구)와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공주(문소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 오아시스 >는 한 마디로 마이너들의 사랑이다. 사회는 이들을 걱정 어리고 한심한 시선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이 둘 사이의 진솔한 감정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한 편견의 반작용이기라도 한 듯 공주는 극중에서 종종 정상인이 된 자신을 상상하고는 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장난도 치고 화도 내는 사소한 행동들이 하고픈 공주의 안타까운 바람이 투영된 장면이다. 공주는 뇌성마비에 걸려서 노래방에서 종두가 건네주는 마이크에도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공주는 막차가 끊겨 아무도 없는 역에서 정상인이 되어 종두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상상을 한다. 그 상상 속에서 불러주는 노래가 바로 「내가 만일」이다. 내가 만일이라는 주제 아래에 불러지는 가사들은 종두와 공주가 세상의 시선에 대응하는 작은 바람들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먹먹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이기선)
< 광복절 특사 > / 송윤아 - 분홍립스틱 (원곡 강애리자)
극중에서 강애리자의 곡 「분홍립스틱」은 꽤나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다. 한경순(송윤아)에게 있어 「분홍립스틱」은 그야말로 '내 인생의 노래'다. 노래방에서 곡을 부르던 도중 사기꾼 유재필(설경구)에게 청혼을 받기도 하고 짭새(유해진)가 삘 가득한 보컬로 곡을 부르는 모습에 반해 결혼을 약속하기도 하며 영화 말미의 야유회 자리에서 최무석(차승원)이 어수룩하게 이 노래를 선곡하자 금세 새로운 사랑에 빠져버린다. 재필이 무석의 탈옥에 동참해 우여곡절을 겪은 연유도 애인 경순의 변심에 있었다.
쌈마이(?) 느낌 가득한 노래방 반주에 어설프지만 발랄하게 부르는 송윤아 판 「분홍립스틱」은 곡이 사용된 장면들 중 단연 백미. 활기 가득한 그 모습에 우리나라 남자들, 많이 반했다.
(이수호)
< 클래식 > / 자전거 탄 풍경 -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클래식 >에 삽입되어 단번에 사랑노래의 '클래식'이 되었고, 덤으로 당시 신인이던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에게 단번에 유명세를 안겨주었다. 초록 덩굴 가득한 연세대학교 교정을 뒤덮는 빗줄기를 시원스레 뛰어가는 조인성과 손예진, 그 풋풋한 사랑스러움에 딱 들어맞는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푸른 날의 햇살, 영원토록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아로 담겨있는 삽입곡.
(이기찬)
< 살인의 추억 > 유재하 - 우울한 편지
영화의 소재는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일어난 총 10건의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다. 무거운 주제의 미스터리 극으로 흐를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적절하게 접목된 코믹요소는 살인 사건이라는 스토리의 심각성을 여과시키며 다수 관객이 느낄 거부감을 걸러냈다. 송강호(박두만), 김상경(서태윤)이라는 배우들의 능란한 연기는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두 형사의 대립과 갈등은 범인이라 지목되었던 박해일(박현규)을 검거하는데 발목을 잡는데서 영화의 재미가 더해진다.
살인을 암시하는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는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오면 누군가는 죽는다. 생각만 해도 소름 돋지 않는가?
(신현태)
< 주홍글씨 > / 이은주 - Only when I sleep (원곡 The Corrs)
벌써 10년이다. 앞날이 창창하던 여배우는 충격과 안타까움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이제는 유작이 되어버린 영화 < 주홍글씨 > 보다 그의 노래가 선명하게 들린다. 영화의 내용이나 캐릭터 '가희'와는 별개로 이은주의 마지막 '숨'을 담아 더욱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몰라도,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Up to the sky where angels fly I'll never die(천사들이 날아다니는 하늘 위에서, 나는 결코 죽지 않으리)"
(김반야)
< 어린 신부 > / 문근영 - 난 아직 사랑을 몰라 (원곡 이지연)
문근영을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시켰을 뿐 아니라, 그 수식어를 만든 장면이다. 교복위에 군복을 걸치고, 열심히 율동까지 넣어가며 생목으로 부른다. 노래 가사도 줄거리와 캐릭터에 잘 붙어 웃음 짓게 만든다. 참 어리고 사랑스러웠다. 귀엽기만 하던 그 문근영이 내년에 서른이란다.
(전민석)
< 홀리데이 > / 비지스(Bee Gees) - Holiday
"유전무죄! 무전유죄!" 영화 < 홀리데이 >의 클라이막스에서 차분하게 멜로디를 내뱉는 깁 형제의 보컬이 등장한다. 1988년 10월에 벌어진 지강헌 탈주사건의 마지막 장인 인질농성 현장에서 해당 노래가 울려퍼지던 모습을 반영한 연출이다. 유리창을 깨가며 울분을 토해내는 이성재의 열연, 피사체의 심리상태를 담아낸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과 잔잔한 「Holiday」의 사운드가 이루는 대조가 작품의 한 순간에 비장미를 선사한다. 이 장면으로 인해 비지스의 「Holiday」는 국내 대중에게 1999년의 영화 < 인정사정 볼것없다 >와 더불어 필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팝송으로 자리하게 됐다.
(이수호)
< 비열한 거리 > / 조인성 - 땡벌 (원곡 강진)
< 비열한 거리 >와 「땡벌」은 알면서도 '비열한 거리'에 「땡벌」이 나오는지 혹은 어느 장면에서 나오는지 기억 못하는 사람들은 많다. 영화에서 「땡벌」은 총 세 번 나온다. 차에서 한번, 산에서 한번, 룸에서 한번. 부르는 노래와 사람은 같지만 제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중 노래와 잘 어우러졌던 장면이 병두(조인성)가 수금한 돈을 가지고 차에서 따라 부르는 장면이다. 영화 초반부터 촉촉한 눈으로 목에 핏대를 올려가며 부른다. 살짝 찡그린 인상의 호소력 속에 애환과 코믹이 공존한다. 트로트의 매력을 한껏 살린 노래 그 자체만의 매력 뿐 아니라 영화의 내용과 함께 와 닿는다. 후에 전개되는 주인공의 고달픈 인생을 닮은 가사, 영화 속 투박하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같은 멜로디, 흠이 없는 선곡이다. 때문에 똑같이 세 번 나온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보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전민석)
< 라디오 스타 > / 조용필 -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나 조용필 만들어 준다면서!” 집 나간 아빠를 찾는 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오라며 울먹이는 그에게서 더 이상 스타로서의 허세와 자존심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이 곡을 발화점으로,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정서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진짜 스타 조용필의 음성으로 “사랑의 그림자 되어 그 곁에 살리라”라는 가사가 흘러나올 때, 긴 세월을 함께한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같은 마음은 같은 색깔로 빛난다.
(홍은솔)
< 밀양 > / 김추자 - 거짓말이야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소절의 노래가 더 강렬하다. 영화 < 밀양 >에서 주인공 역의 전도연이 교회의 야외집회에 훼방을 놓는 장면 역시 그렇다. 아들을 잃고, 신에게조차 큰 상처를 입은 신애는 목사가 설교를 하는 중에 방송 스피커로 노래 한 곡을 크게 틀어놓는다.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이내 아수라장이 된 기도회를 등 뒤로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오는 신애는 어떤 말도 표정도 없지만, 노래는 생의 부조리 앞에 선 그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대신 폭발시켜 주었다. 다 거짓말이라는 거듭된 외침은 세상의 위선, 허울만 좋은 말들, 그 무용성과 무의미를 향한 일침이자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대한 처절한 저항과 같았다.
1971년 신중현이 쓰고 김추자가 부른 「거짓말이야」는 오랜 시간 대중에게 신애의 항변과 같은 음악이 되어 주었다. 쓰라린 삶에 대한 부정과 불신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을 이어 부르며 제 사연을 삼켰다. 영화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 노래는 언제나 말보다 절묘했다.
(윤은지)
< 국가대표 > / 러브홀릭스 - Butterfly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겪은 실화를 모티브로 800만 관객을 웃고 울린 영화 < 국가대표 >의 또 다른 흥행 공신은 영화에 사용된 러브홀릭스의 「Butterfly」다. 열악한 여건에서 올림픽에 나가기까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키점프의 짜릿한 비행에 < 미녀는 괴로워 >의 음악 감독 이재학이 제작한 「Butterfly」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배가시켰다. 드라마틱한 진행과 선율, 희망찬 가사로 사랑받은 노래는 이후 스포츠 대표 팀의 감격스런 순간 등에 빠지지 않는 배경 음악으로 지금까지 애용되고 있다.
(정민재)
< 내 아내의 모든 것 > / 류승룡 - 매일 그대와 (원곡 들국화)
< 내 아내의 모든 것 >은 권태기를 겪는 남편(이선균)이 신물난 아내(임수정)를 전설의 카사노바 (류승룡)에게 유혹해달라고 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의뢰가 아닌 진짜 임수정을 사랑하게 된 류승룡은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로 대신한다.
음악의 힘은 여기에 있다. 열마디의 말, 구구절절한 글로도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떨리는 목소리와 선율로 그대로 전달된다. '매일 그대와 함께 하고 싶다'는 노랫말은 '매일 그대와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을 더욱 안타깝고 간절하게 만든다. 달콤한 원곡을 캐릭터와 상황만으로 역전시켜 버린 건 영화의 파워겠지.
(김반야)
< 건축학개론 > / 전람회 - 기억의 습작
음악은 쉬이 사랑의 매개가 된다. 극중 서연(수지)이 승민(이제훈)에게 건네준 이어폰에서 “이젠...”이 흘러나오는 순간, 두 마음에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자국이 생겨버렸다. 시간이 지나 결국 “쓰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오게 되었을 때, 먼지 쌓인 시디플레이어는 먼지 쌓인 나날들로 다가온다. 기억의 시작이었던 그 노래가 끝내 기억으로부터의 출구가 된 엔딩이 참 아프다.
(홍은솔)
< 범죄와의 전쟁 > / 함중아와 양키스 - 풍문으로 들었소
느와르 물임에도 '살아있네'라는 유행어가 알려주듯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선포시기까지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부산의 한 조직 폭력배 사회를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낸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최민식, 하정우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패한 공무원인 최익현(최민식)이 조직폭력배의 리더 최형배(하정우)의 대부님으로서 행차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지점이다. 평범한 세관 공무원에서 조직의 큰 손으로 변모한 최민식의 걸음과 함께, 70년대를 풍미했던 형제그룹 함중아와 양키스의 노래가 절묘하게 울려 퍼진다. 부정할 수 없는, 어쩌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나쁜 놈들 전성시대'였다.
(김도헌)
< 수상한 그녀 > / 심은경 - 하얀 나비 (원곡 김정호)
'하루아침에 노인에서 20대 청춘으로 변한 할머니'라는 소재로 전국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 수상한 그녀 >에는 채은옥의 「빗물」, 세샘 트리오의 「나성에 가면」 등 새로 편곡된 추억의 가요가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어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 중 20대로 변한 할머니 오말순이 남편의 파독과 뒤이은 사망, 그로 인해 그와 어린 아들에게 닥쳤던 기구한 젊은 시절을 반추하며 부르는 김정호의 「하얀 나비」는 극 중 인물들은 물론 극장 안 관객들의 눈물을 훔쳤다. 원곡의 진한 감성을 유지하면서 세련을 보탠 편곡과 그에 어울리는 심은경의 담백한 가창이 명곡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정민재)
2015/10 IZ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khori
2015.11.08
감귤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