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도 훈련이 필요하다
갈등이 없는 커플이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우리는 문제야!’라는 결론으로 성급하게 뛰어들기 전에 ‘이 문제의 정체가 뭐지?’라는 호기심으로 예의 관찰하고, ‘어떻게 풀어가면 나아지지?’라는 태도로 궁리하고, ‘해보니까 이런 효과가 있구나, 아니 이건 효과가 없구나!’라는 실천적 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남녀관계를 위한 훈련이다.
글ㆍ사진 김진애(건축가)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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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에게 여덟 가지 실전 조언을 해주고 싶다. 남녀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훈련 요령이라고 할까? 남녀관계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자신의 트레이닝 코스를 만들어보라. 그리고 끈기 있게 반복하라. 시시때때로 효과를 점검하라.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방식을 바꾸어보라. 물론 상ed-연재-5회_1_연필깎이.jpg황이 바뀌면 관계의 방식도 다시 바꿔야 한다. 섬세하게 관찰하고, 끈기 있게 실천하라. 그것이 사랑이다.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게 될 때가 관계의 끝이 보이는 때다.

 

우리는 수시로 “여자의 마음, 정말 모르겠어!” “남자들, 정말 이상한 물건이야!” 같은 말을 던지곤 한다. 서로 잘 모르는 게 당연하고 서로 이상해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아주 창조적으로 우리의 차이를 활용하고, 아주 창조적으로 우리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잘 조합해보자.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라면 이렇게 남녀의 차이, 개인의 차이가 있어서 우리 삶이 재미있어진다는 사실이다. 차이가 없다면 갈등도 안 생기고, 갈등이 없다면 문제도 안 생기고, 문제가 없으면 서로의 이해도 깊어지지 못하고, 갈등이 없으면 화해도 없을 테고 여하튼 따분해질 것임에 분명하다. 남자와 여자가 있어서 이 세상은 훨씬 재미있어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따분하지 않게, 이왕이면 재미있게 서로의 다름을 즐겨보자.

 

 

<지속 가능한 남녀관계를 위한 8가지 훈련법>

ㆍ훈련 1: 첫째 둘째 셋째로 말하라 - 자기주도 학습을 하라
훈련 2: ‘프로젝트’로 만들라 - ‘팀장’을 정하라   
훈련 3: ‘시사’에 일가견을 가져라 - ‘드라마’에 일가견을 가져라 

훈련 4: 여자는 선배가 돼라 - 남자는 후배가 돼라                                
훈련 5: 알아줘라 - 인정해줘라
훈련 6: 말을 하라 - 몸을 써라
훈련 7: 눈치를 좀 줘라 - 눈치를 좀 봐라
훈련 8: 혼자 좀 놔둬라 - 혼자 좀 놀라

 

사실 이런 훈련 리스트는 무한할 정도로 만들어낼 수 있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남들이 제안하는 방식이 꼭 자신에게 맞는 것도 아니고 고대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각기 수없이 많은 훈련 태도, 훈련 철학, 훈련 기술들을 고안해내고 써보고 효과가 있다고 좋아하기도 하다가 또 전혀 효과가 없어서 불만스러워하고, 속상해하고, 한탄하고, 슬퍼하고, 희망을 버리고 이윽고 포기하곤 한다.

 

Untitled-6.jpg각종 의문부호가 떠오른다. 우리가 이렇게 달랐던가? 이 사람이 변한 건가? 이 사람은 내가 힘들어하는 걸 모르나? 이 사람은 내가 괴로워하는 게 안 보이나? 이 사람은 내가 지쳐 있는 게 안 보이나? 이 사람은 나의 행복에 어찌 이리 둔감한가? 이 사람은 나의 불행에 어떻게 이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가?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배려가 없는가? 이 사람이 이렇게 무감각한 사람이었던가? 이 사람이 이렇게 이기적이기만 했던가? 이 사람은 혹시 나를 쓸모 있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건가? 이 사람은 나를 그저 동거인으로만 보고 있는 건가? 이 사람은 나를 돈 버는 사람으로만 보고 있나? 이 사람은 나를 밥 차려주는 사람으로만 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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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자책이 시작된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건가? 내가 이토록 모자랐던가? 내가 이렇게 눈치가 없었던가? 내가 이렇게 어리석었던가? 내가 이렇게 재주가 없던가? 내가 충분히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건가? 내가 눈에 콩깍지가 씌였던 건가? 이 사람이 변한 건가, 내가 변한 건가? 내게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걸까? 내가 출세를 하지 못해서 그런가? 내가 살림을 잘하지 못해서 그런가? 내가 돈을 잘 못 벌어서 그런가? 내가 이렇게 굴욕적으로 살아야 하나? 내가 이렇게 상처를 받아야 하나?

 

자신의 짝이 같은 생각, 같은 마음, 같은 태도, 같은 기준, 같은 원칙, 같은 소신, 같은 철학을 가지리라 생각하는 자체가 무리수다. ‘이 사람’은 ‘나와 다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같이 있어 썩 괜찮은 사람’이지 모든 점에서 완벽한 사람일 수는 없는 것이다. 기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 아무리 ‘천생연분, 운명의 사랑, 나의 반쪽’이라도 마찬가지다. 포개지는 게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 해서 잘 지내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 해서 잘 못 지내는 것도 아니다. 남녀관계는 그렇게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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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건축가)

남자들이 강한 분야에서 우뚝 선 도시건축가. 냉철하게 일하는 프로, 진취적인 전방위 활동가, 뜨거운 공부 예찬가로 통한다. ‘공부’와 ‘일’에 대한 뜨거운 철학과 명쾌한 단련법을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왜 공부하는가』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 책, 『사랑에 독해져라』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