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루크
우연한 기회의 북유럽 방문이 우리 가족을 북유럽에 붙잡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해외 생활에도, 그리고 항상 무언가 명쾌함을 찾는 내게도 목마름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 북유럽에 갔다. 나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공학도이기도 하고 영상과 디자인을 공부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나는 무엇인가 나의 틀을 만드는 일에는 늘 서투르다. 그렇기에 짧지 않은 삶을 항상 무언가를 찾으며 지냈다. 그것들을 모으고 추리며 정리하는 것이 취미이자 습관이다.
내가 찾는 무엇들이란 독자들이 보기에 아주 하찮은 것들이다. 어디 무엇이 맛있는지, 누가 무슨 발명을 했는지, 왜 그 작가는 빨간색을 좋아하는지 같은 호기심이자 흥밋거리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적고, 스케치하고, 컴퓨터에 메모로 정리한다. 때로는 모은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이 또 다른 일이 될 때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더 복잡해지고 자료들은 더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항상 단순하게를 외치며 ‘Less’를 위해 상상했다. 마치 단순함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단순해지기를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항상 다른 세계를 알고 싶어 하는 궁금증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라는 나만의 위안으로 겨우 누르고 지냈다. 세계의 다른 삶을 모르면서 궁금해하는 일과 너무나 비슷하다. 직접 부딪치고 알아보기로 한 결정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일이었다.
우리 가족이 스칸디나비아에 갔을 때는 내가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최소한 궁금증을 못 참는 성격을 가진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했다. 자연과 순박한 삶이 주는 축복과 그로 인한 무한한 만족, 내가 살아 있는 고귀한 존재라는 존엄, 스칸디나비아 고유의 단순함, 특유의 단순함에서 끊임없이 솟구치는 아이디어들…….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와 사회의 가치를 더욱 배우고 자료화해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느꼈다. 나의 블로그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나는 동료 디자이너이자 아내인 안젤라와 함께 <스칸디나비아의 루크와 안젤라>라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와 가족은 아직도 북유럽식의 식사를 즐기며, 북유럽이란 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블로그 이웃 중 한 분이 첫 만남에서 해준 첫 인사말은 “선생님은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선생님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였다. 그렇다. 북유럽은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난 북유럽을 사랑하며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
애정과 관심으로 북유럽을 보는 분들에게 내가 말할 수 있는 북유럽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마치 첫딸을 시집보내는 부끄러운 딸 바보 아빠의 마음으로 북유럽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이민을 꿈꾼다면 말할 것도 없고, 관심거리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북유럽을 알기 원하는 독자들께도 나의 북유럽 이야기가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북유럽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 마치 내가 원치 않을 시기에도 신이 함께하시듯이 북유럽을 마음속 한곳에 품고 있다. 북유럽 모든 국가와 문화에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쓴 이 책을 읽는 분들께 따뜻한 북유럽의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
Prologue - 안젤라
미혼인 2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혼자 공부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30대를 몇 년 넘기며 결혼 생활을 시작하였다. 미국은 그리 낯설지 않았고, 젊은 싱글로 첫출발을 했던 덕분에 흥미와 도전 정신으로 모든 것을 즐겁게 경험해 나가는 시간이었다. 한국인이 많은 미국이지만, 나름대로 혼자 살아남기 위해 언어와 정보 획득을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쫓아다녔다고 스스로 자부하기도 했다.
나는 40대의 나이까지 두 아이의 엄마로, 주부로, 아내로, 그리고 평생 즐겁게 누리는 디자이너로 바쁘게 지내 왔다.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미국은 어렵고 힘든 외국 생활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다. 나보다 미국을 잘 아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았고, 무엇이든 쉽게 찾고 비교하고 분석하면서 그저 내 입맛 따라 생활을 꾸려 온 곳이 미국이었다.
미국을 떠나 도착한 북유럽은 전혀 다른 미지의 세계였다. 미국인 친구들조차 북유럽이 어떠냐고 나에게 연락하여 물어보기만 했다. 긴장되는 아줌마 마음을 달래 주고 가르칠 무언가를 찾기는 너무 막막하고 힘들었다. 영어가 이 세상 사람 누구나 쓰는 공용어인 줄 알았던 아이들은 북유럽 세상에서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너무 다른 언어, 날씨, 환경, 생활 모습……. 두려운 아이들에게용기를 주느라 나의 긴장감은 오히려 숨겨 가며 다독여야 했다.
결국 스스로 겪고 배울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남편이나 아이들도 자신의 몫에 따라 각자 용감히 배우고 북유럽을 알아 갔다. 수줍음 많은 북유럽 사회에서 알아낸 재미난 사실들과 이야기들, 여러 경험들이 속도는 더디어도 우리 가족 안에 조금씩 쌓여 갔다.
우리 가족생활 속에 잔잔히 파고드는 북유럽의 감성과 새로운 가치관들이 아이들과 남편과 나의 모습을 서서히 변화시켰다.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인생에서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이었고, 미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북유럽에서 새로 깨어났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고, 새로운 우리만의 행복 설계를 다시 하게 되었다.
숲 속의 이른 아침을 여는 새소리에도 기뻐하는 북유럽의 감성을 통해 잊고 있었던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행복’이란 바구니 안에 담게 된 곳이 북유럽이다. 단지 기억으로만 쉽게 덮고 지나 버릴 수가 없어서 남편과 나는 어느 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막막하고 두려웠던 북유럽과의 첫 만남부터 하나씩 껍질을 벗을 때마다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여러 이야기들까지 북유럽을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과 아이를 돌보는 아내와 엄마의 마음에서 어떻게 북유럽과 친해져야 하는지 알리고 싶었다.
미국에서도 ‘아이를 풀어 놓고 방목한다’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아이와 하루하루 편하게 놀고 지내는 나 같은 엄마에게 북유럽은 보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게 해준 힐링 캠프 같은 곳이었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고, 아내나 엄마가 아닌 잊고 있었던 그냥 내 모습, 나만의 소중한 존재 가치 또한 다시 느끼고 감사하게 해주었다.
예쁜 디자인의 나라, 아니면 노후나 교육 걱정이 없는 복지 국가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 이상의 많은 이야기들이 북유럽에 있다. 북유럽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소중한 모습들이다. 여러 가지 환상으로만 포장된 북유럽을 좀 더 차분하게 알아 가도록 남편 루크와 함께 조심스레 책으로 전하기로 하였다.
내가 가진 환상으로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부러운 마음이나 흥미로운 시선, 여러 가지 상상의 그림을 그리며 다가가기보다는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북유럽을 알아 가기를 바란다. 북유럽도 그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며,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북유럽 세상이 우리 부부의 시선과 생각으로 담담하고 꾸밈없이 전달되기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루크,안젤라 공저 | 팬덤북스
저자 루크와 안젤라는 부부로, 20대에 미국으로 가서 20여년 동안 살다가 북유럽 스웨덴으로 떠났다. 북유럽에서 그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경험하고 익혔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흔들고 바꿔 버릴 정도의 강한 임팩트를 맛봤다. 두 사람은 북유럽에서 느낀 충격과 감동을 단지 기억하기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출간했다.
[추천 기사]
- 가장 아름다운 시절 지금 당신의 이야기
- 왜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지 않을까?
-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까
-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 미각이 당신의 건강을 결정한다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감귤
201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