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앞에 ‘헬스보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반드시 개그맨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조급하게 운동하지 않았을까. 많은 분야에서 ‘숫자’가 현상을 왜곡하는 경험을 하게 마련이지만 특히 다이어트라는 영역은 그 정도가 심하다. 남들에게 체중감량을 선언하고 하는 운동은 결과적으로 건강을 위한 것도, 진짜 운동을 하는 것도, 결코 나를 위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 기간 운동을 해온 사람이 ‘지속 가능한’, ‘꾸준한’ 운동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헬스보이’ 이승윤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100kg에 육박하는 몸에서 ‘마이 프레셔스’ 식스팩을 갖기 위해, 또 유지하기 위해 지독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에만 열중하기도 했다. 회식에도 가지 않았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고, 카페에 가서도 도시락을 꺼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였나? 지금 그는 말한다. “결과적으로 건강을 위하는 것은 평생 해야 하는 노력인 것 같아요. 잠깐이라도 하는,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운동이 중요한 거지 운동 자체의 노예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현재 이승윤은 자신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나만의 적정체중을 찾았다고 했다. 여기서 그가 깨달은 또 한 가지가 등장한다. 바로 숫자다. 가장 활력 있고, 활기찬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른바 BMI(Body Mass Index, 신체질량지수)라고 하는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내 몸에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숫자에 집착하기 보다는 진짜 ‘건강한’ 운동을 하는 것, 평생 운동을 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잊고 지낸 기본일지 모른다.
이승윤이 ‘라스트 헬스보이’를 진행하면서 후배 개그맨 김수영과 이창호에게 강조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운동법,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이것만으로 그 둘은 수많은 화제를 낳은 놀라운 결과를 성취해냈다. 이승윤은 이 메시지를 책에 담고자 했고, “운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10분이라도 동네 한 바퀴를 걷는 것, 그것부터가 운동의 시작이다.
진짜 건강을 위한 운동
벌써 네 번째 책이라고요. 소감이 궁금한데요.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웃음) 헬스보이의 역사 같은 건데요. 이 책이 가장 최근에 헬스보이를 하고 나서 낸 거잖아요. 아무래도 지금까지 운동을 해오면서 생각이 계속 변한 부분이 있어요. 이 책은 최근 제 생각을 담은 거죠.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시작했다가 점점 알게 되면서 운동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거든요. 한 10년 쯤 하다 보니까 지금은 진짜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보여주기식 운동보다는 말이죠. 그런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인 것 같아요. 다이어트-식스팩 또는 S라인-적정체중으로 이어지는 시행착오는 많이 겪는 과정이기도 해요.
처음엔 누구나 의욕이 앞서죠. 살면서 한 번은 식스팩이나 화보촬영용 완벽한 몸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저 또한 그랬어요. 그렇게까지 해보기도 했고요. 나중에는 그 상태로는 365일을 살 수는 없겠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죠. 6개월 정도 그 상태로 살았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식스팩은 흐릿할지언정 훨씬 건강한 것 같아요. 얼굴 표정이 진짜 달라요. 그때는 너무 예민하고, 편안한 표정이 안 나왔죠. 지금이 오히려 표정도 밝아지고, 편안함을 느껴요.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 내 배의 지방을 체크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런 것들에서 벗어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데요.
결과적으로 건강을 위하는 것은 평생 해야 하는 노력인 것 같아요. 잠깐이라도 하는,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운동이 중요한 거지 운동 자체의 노예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적정한’이라는 게 참 어렵잖아요. 세간의 식스팩 열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도 한때 많이 했고, 그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의 목표에 맞게 열심히 운동하는 건 좋은 일이죠. 식스팩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도 좋고요. 다만 그런 운동이 건강이 위주가 아니라 보여주기에 급급한 운동이라면 의문을 가져야할 것 같아요. 완벽한 몸을 갖춘 상태가 과연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 식스팩을 만들고, 유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몸으로 평생을 살 수 있는가 생각했을 때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하루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의 운동량으로 이 몸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헬스가 아니라도 말이에요. 등산을 할 수도 있죠.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등산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한 달에 두 번 씩 하는데요, 그런 것도 운동이죠.
자기에게 맡는 운동을 했으면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자기한테 맡는 걸 했으면 좋겠어요. 처음 배우는 분들이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거나 하면 그것이야말로 운동을 지속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여러 권 냈지만 그것이 제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전의 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해보니까 깨닫는 것들이 있다는 의미예요. 강속구 투수가 시간이 가면서 효율적인 투구를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엔 무조건 강속구만 고집했어요. 최고의 식스팩을 만들겠다, 그렇게 생각했고요. 지금 식스팩은 흐릿하지만 내 몸이 건강한 이정도의 운동이 좋지 않으냐 하는 거죠.
만약 지금 멋진 식스팩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삶이 무기력해지고 주변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몸 안 좋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거나, 또는 성격이 날카로워진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마이 프레셔스를 버리면 잃었던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무엇을 위해 운동하는가. (37쪽)
결국 ‘기본’인 것 같아요. 꾸준함, 건강을 말하셨고, 제목 역시 ‘지속 가능한’이라고 했어요.
어느 순간 느꼈어요. 운동 경험이 오래 되고, 주변에도 운동 경험이 오래된 트레이너들, 선수들도 있잖아요. 함께 운동을 하다보면 가장 기본적인 운동을 빠뜨리지 않고 반드시 해요. 어떤 운동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말이에요. 예를 들어 가슴 운동을 할 때는 벤치 프레스가 기본이잖아요. 운동 경력 20년이 되었다 하더라도 벤치 프레스를 안 하진 않거든요. 하체 운동의 기본은 스쿼트인데요, 경력이 아무리 오래 돼도 스쿼트를 빼고 하체 운동을 하진 않아요. 그러니 그 기본적인 운동만으로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건강에 좋은 거죠. 그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운동을 추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죠. 기본적인 운동을 잘 닦아 놓으면 다른 운동을 하기도 굉장히 편해져요. 가장 기본적인 것의 느낌을 알아야 발전시킬 수 있어요.
숫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어
98kg까지 나가던 시절도 있었어요. 경험자로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텐데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데 무엇이 가장 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사람마다 몸이 다 다르고, 체질도 다르잖아요. 일반 의학적으로 키에 비례해 책정되는 몸무게가 있어요. 제게는 그게 사실 안 맞아요. 저는 머리도 크고(웃음), 골격 자체도 커요. 뼈도 두껍고요. 기본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죠. 제 키에 해당하는 적정 몸무게가 61kg인가 그런데요.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그 몸무게가 된 적도 없고요, 그 몸무게가 되면 오히려 건강하지 못할 것 같아요. 한참 욕심내서 68kg까지 뺀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죽을 지경이었거든요. 몸 자체가 다른 거예요. 컨디션도 가장 좋고, 힘도 제일 잘 쓸 수 있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몸무게를 찾은 거예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하셔야 할 것 같아요. 몸무게 숫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어요. 기본적으로 근육량이 많은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보디빌더들 모두 과체중으로 나올 거예요. 하지만 그들은 비만이 아니잖아요. 자신이 가장 활기차고 힘을 잘 쓸 수 있는 적정 체중은 운동을 해보면 자신이 알게 될 거예요. 내 몸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에요.
건강한 몸은 자신이 만드는 거지 기준을 다른 데에 두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연예인들 몸을 보면서 그 몸처럼 되겠다고 목표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것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찾는 게 중요하죠. 식스팩 좀 없으면 어때요? 적당히 옷 입었을 때 좋고,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라스트 헬스보이’ 코너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례 두 분과 함께 했어요. 그런데도 운동법은 거의 비슷했다고요.
똑같았어요. 마른 체형이나 뚱뚱한 체형이나 운동법은 똑같아요.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것은 거의 비슷하죠. 단 하나예요.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살이 찌고,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마르는 거예요. 코너 들어가기 전에 김수영, 이창호 씨와 인터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창호는 굉장히 예민해요. 작은 소리에도 자다 깨고, 깊은 잠을 못 잔대요. 먹는 것을 불규칙하게 먹고요. 수영이도 마찬가지예요. 불규칙하게 너무 많이 먹어요. 불규칙하게 너무 많이 자고요. 둘 다 새벽 네다섯 시나 돼야 자더라고요. 당연히 몸이 건강하지 않죠. 운동을 하면서는 그런 습관들이 바뀌어가는 거죠. 제 때 먹고, 제 때 자고요. 그러니까 컨디션이 무척 좋아졌어요. 곁에서 보면서도 느꼈어요.
김수영 씨의 감량 체중이 워낙 화제가 되었잖아요. 식이조절을 한다든지 엄청난 운동을 했으리라고 많이들 생각하셨는데, 아니었네요.
4개월 동안 만든 결과인데요. 4개월이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굉장히 긴 시간이거든요. 4개월 동안 안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생각보다 긴 싸움이기 때문이죠. 다만 수영이는 빠질 살이 너무 많았던 거죠.(웃음) 100kg까지 빼는 데 크게 무리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규칙적인 습관을 철저하게 잘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했죠. 처음에 걷기부터 시켰거든요. 수영이는 30분 이상을 걸어본 적도 없는 친구였던 거예요. 또 하루 일곱 끼, 여덟 끼 먹던 식사를 세 끼로 줄이고요. 그것만으로 살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무리하게 한 게 아니었어요.
물론 이 친구들만의 특수성은 있었겠죠. 수영이는 어렸을 때 씨름을 했기 때문에 신체 능력이 좋아요. 운동을 가르쳐주면 잘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성과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창호는 너무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심리적으로 많이 다가갔던 것 같아요.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빈 말이라도 ‘나만 믿고 따라와’라는 말을 많이 해주고, 최대한 걱정거리를 덜 안겨줬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전천후 트레이너 역할이었군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전문 트레이너도 아니고 자격증도 없지만요. 운동을 가르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오히려 저보다 더 전문적인 트레이너들이 운동을 더 잘 가르쳐줄 수 있죠. 제가 중점을 두었던 건 이들이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였어요. 정신을 컨트롤 하는 것이 중요했지, 운동은 특별한 것이 없었어요. 정말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운동 방법은 책에 나온 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저는 항상 그걸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트레이너에게 의존하지 않는 스스로의 운동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하셨잖아요.
방금도 수영이를 보고 왔거든요. 어제도 어깨 운동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경험으로 지금까지 운동하고 있잖아요.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 측면에서는 동기부여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잘생겼다’고 마음에 없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정말 잘생겨졌다, 살 더 빼면 난리 나겠는데, 그런 식으로 많이 얘기했죠. 진심은 아니었지만요.(웃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계속 해줬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관심. 운동을 혼자 하다보면 굉장히 외롭기 때문에 밤에도 연락하고 계속 그랬죠.
코너 바깥에서도 굉장히 많은 작업이 있었어요.
엄청나게요.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는 거죠.
변화를 느끼셨을 텐데요. 성격이 좋아졌다고도 하셨잖아요.
아무래도 예민해지는 시기가 있죠. 모두가 그래요. 살을 뺀다는 것은 지금까지 갖고 있던 불규칙한 습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기서 오는 부작용이 있어요. 수영이도 그런 과정이 조금 있었죠. 반항까지는 아니지만 인상을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저도 해봐서 아니까 계속 다독이고, 잔소리도 좀 많이 했어요. 여러 방법을 다 써봤던 것 같아요. 충격도 줘보고, 칭찬도 해주고요.
결과적으로 성공도 했고, 김수영 씨는 방송 출연도 많이 하시는데, 뿌듯하시겠어요.
굉장히 뿌듯해요. 수영이가 방송도 많아지고 나름대로 관심도 많이 받고 그래서 참 좋아요. 수영이에게 이후는 네가 알아서 해라, 70kg까지 빼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하는데 최소한 더 찌지는 말라고 얘기했어요. 빼야겠다고 필요성을 느낀다면 운동을 배웠으니까 알아서 하되,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말라고요. 건강을 얻었으니 유지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죠. 수영이도 많이 즐거워하고 의욕적으로 바뀌어서 참 보기 좋아요.
식스팩에 대한 강박
거의 10년 정도 운동을 하셨다고 했는데, 운동을 하면서 가지게 된 확신이 거의 이런 내용일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단절하고 산 적이 있어요. 운동 때문에, 식스팩 한 번 만들어보자고 6개월 이상을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살았어요. 회식도 간 적이 없었어요. 얼마나 독하게 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하니까 원하는 식스팩은 얻어지더라고요. 아침 6시에 지방 공연 가는 일정이 있다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그날 운동을 하고 갔어요. ‘헬스보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영원한 헬스보이가 되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헬스보이 끝낼 당시 몸무게가 74kg이었는데, 이후에 67kg까지 더 뺀 거예요. 그렇게 지냈던 게 후회스럽진 않아요. 인생에 한 번 자신과의 승부를 해서 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취감 또한 크거든요.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평생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먹는 즐거움도 크잖아요. 매일 참아가면서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이걸 깨닫는 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지금은 74kg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훨씬 활기차고 일에서도 더 적극적이고 좋아요. 이후에 인상 좋아졌단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첫인상이 굉장히 안 좋았었다고 해요(웃음). 그것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방송 코너를 진행하면서 늘 만족스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코너를 하면서 힘든 건 없었나요? 수치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일어난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약간의 힘든 부분은 있죠. 하지만 제작진도 그렇고 모두 기본적인 것은 건강이고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이 있었어요. 그렇잖아요. 몸을 망가뜨려가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게 무리하지 말자는 거였죠. 사실은 제가 ‘헬스보이’ 했을 때는 체중이 늘어난 적도 있었어요. 당황해서 말도 안 되는 애드리브도 쳤었어요. 어느 날은 체중이 안 빠져서 순간적으로 “체중은 줄지 않았지만 근육은 늘었다”고 하면서 몸에 온 힘을 다 줬던 기억이 나요.(웃음) 근육이 늘면 한 주 만에 얼마나 늘었겠어요. 하지만 너무 당황스러웠거든요. 사람들은 제가 한 주 만에 체중이 얼마나 빠졌을까 궁금해 하면서 오셨는데 빠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헬스걸’ 할 때는 몸무게가 빠지지 않을 때 벌칙을 수행하기로 한 거죠.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요소를 넣은 거예요. 이번 ‘라스트 헬스보이’ 때는 무리하지 않으려고 벌칙도 준비하고 다 구상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어요. 워낙 수영이는 지금까지 안 해서 그렇지 뺄 체중이 많았던 거니까요.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겠죠. 방송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계속 운동하게 하고, 결국 성공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리고 방송 바깥의 많은 사람들은 작심삼일을 경험하고요.
많은 분들이 운동이 너무 어렵고 복잡할 것 같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체계적으로 뭔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시고요. 남자의 경우 가슴이 딱 벌어지고 싶다, 라고 하면 특수한 운동법을 배우는 특별한 과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아니거든요. 집에서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씩 해도 그런 가슴을 가질 수 있어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는 거예요. 저녁에 많이 먹었다 싶으면 동네 한 바퀴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운동인 거거든요. 내 몸을 움직이는 게 운동이지 근육을 쥐어짜면서 들어올리는, 그게 처음부터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정말 쉽고, 기본적인 운동으로도 몸에 충분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하다보면 내 몸이 변해요. 몸이 변하면 그 때부터는 스스로 운동을 하게 되고요. 딱 일주일만 참고 하루 한 시간만 꾸준히 운동해서 몸의 변화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보면 그것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라스트 헬스보이’에서 이창호 씨의 사례를 보는 것이 다른 다이어트, 성형 프로그램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었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상태를 만드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는 것이 말이에요. 그동안은 외형에 집중하는 접근이 많았으니까요.
저도 그걸 느껴요. 물론 외형적으로 보기 좋으면 좋겠죠. 그렇지만 그 사람처럼 되고자 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김수영 씨가 복현규 씨처럼 될 수는 없겠죠. 그런데 목표를 그렇게 잡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창호 씨의 목표는 일반인이었어요.(웃음) 식스팩, 몸짱이 아니라 건강한 상태 말이에요. 전 이 사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창호의 지금 몸 상태가 완벽한 식스팩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건강해보이잖아요. 이정도면 예전에 비해서는 충분한 거죠. 표정에서도 나타나잖아요. 얼굴이 완전히 달라요. 정말 자신감 있는 표정이잖아요.
특히 이창호 씨는 제가 보여주기 위해서 물을 먹지 말라거나 하지 않았고,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어요. 창호의 목표는 쫙쫙 갈라지는 근육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것은 수영이도 마찬가지였고요. 최소한의 건강을 찾기 위한 상태를 목표로 한 거였어요.
헬스보이 이창호 씨의 변화
동네 한 바퀴 걷는 것부터
책을 보면 멋진 사진들이 많아요. 마음에 드세요? 촬영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죠?
일단 제가 웃통을 안 벗고 찍은 것이 정말 마음이 편했어요.(웃음) 예전 책에는 벗고 찍느라 굉장히 예민했거든요. 식스팩을 보여주기 위해 이틀을 물도 안 먹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니 얼마나 몸 상태가 안 좋았겠어요. 부담도 되고요. 또 스스로 나의 식스팩이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으면 다시 찍자고 요구하고 그랬어요. 이 책은 일단 안 벗으니까 마음이 정말 편하더라고요.
표정도 정말 좋거든요.(웃음)
저도 느껴요. 이전 책과 비교했을 때 표정이 정말 좋은 거예요. 차이를 저도 느끼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하게 생활하시고, 책도 내셨고, 다음 목표가 있다면요?
저는 영원한 헬스보이가 되고 싶어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근육질의 몸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불리한 조건들이 많잖아요. 머리도 크고(웃음), 사람들이 선호하는 몸은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게 최선이고, 그거면 된 거예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몸이 아니다, 트렌드는 그게 아니다, 라고 하시는데 그런 게 운동하는 목적은 아니니까요. 스스로 활기차고, 건강한가 그것이 우선인 거죠. 할 수 있는 최선의 몸 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척 즐거워요. 예전 뚱뚱했던 때보다는 백 배 낫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렇게 되느니 운동 안 하고 만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면,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누구처럼 되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그러면 단순히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 성취감이나 생활의 활기를 느끼실 거예요.
마음의 건강도 갖고 계신 것 같네요.
뚱뚱했을 때는 매사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내 배를 볼까봐 신경 쓰이고, 주변이 굉장히 의식 됐어요. 땀도 많이 흘리고, 숨소리도 거칠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잘생겨서가 아니라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생활도 이전보다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운동이 가져다주는 것은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외적인 것도 무척 많아요.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 운동이에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헬스보이’라는 코너를 같은 포맷으로 세 번이나 하고, 운동법을 다룬 책이 여전히 관심을 받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목표달성을 못하신 것 같아요. 마음처럼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니까 항상 마음만 가지고 있고요.
진짜 전하고 싶은 것은, 운동이라는 건 내 몸을 움직이는 것 그 자체부터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라는 거예요. 말만 하지 말고 당장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걷는 것부터 하시라고요. 그것이 시작이거든요. 실천을 하셔서 다시는 이런 책을 거들떠도 안 보게 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 스스로 느낀 것들을 책에 썼으니까 많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운동은 거창한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 조금이라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시는 거니까요. 그러면 어렵지 않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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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보이의 지속가능한 운동법 이승윤 저 | 한빛라이프
이 책은 2007년 ‘헬스보이’, 2011년 ‘헬스걸’에 이어 올해 ‘라스트 헬스보이’로 다시 한번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낸 개그맨 이승윤의 운동법을 담았다. 유행 같은 운동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지속가능한’ 운동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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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감귤
2015.07.08